새정부 출범 하루전 '도매경쟁 모의운영준비' 공문 하달/노조측 "노대통령 신중의사 밝혔는데"

산업자원부가 새 정부가 들어서기 하루전인 지난달 24일 한전에 공문을 보내 배전부문의 법적 분할을 전제로, 이 달 말까지 배전·판매 부문 내부사업단체제 발족을 위한 준비작업을 완료토록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산자부 공문은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이 명확히 결정돼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에 보냈다는 점에서 전력노조 등 관련노조가 강한 반발을 표출하고 있다.

산자부 전기위원회 사무국에서 발송된 공문 내용을 보면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 등 관련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2004년 4월 한전의 배전·판매 부문을 분할해 경쟁체제로 개편하고, 도매경쟁을 도입하는 2단계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키로 했다'는 내용과 함께, 배전·판매 부문의 사업단체제로의 개편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적고 있다.

무엇보다 공문에서 '모의운영을 하는 목적이 향후 배전분할 시 발생할 수 있는 제반사항을 사전에 종합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과, 성공적으로 시행했던 발전경쟁 모의운영 사례를 반영해 △지사조직을 포함해 분할방안에 따라 6개 사업단체제로 개편 △사업단은 향후 배전회사로 분리돼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에서 발전경쟁 모의운영시와 같이 책임경영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사업단은 조직, 인사 등의 분야에서 적정수준의 독자적 권한 보유 등의 내용과 같은 방향으로 사업단 개편을 추진하고, 3월 말까지의 세부추진 일정 및 구체적인 사업단 개편 내용은 이달 10일까지 산자부로 회신하기 바란다'고 명시돼 있는 등 이번 공문 내용이 배전부문의 법적 분할을 전제로 하고 있어 그동안 배전부문의 법적분할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던 전력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문에서는 또 도매경쟁시장 전력거래분야 인력과 관련해서도 다음달부터 도매경쟁 모의운영이 실시되기 위해서는 담당인력에 대한 사전교육이 이뤄져야 하므로, 그간의 실무협의 결과에 따라 거래 분야 실무 인력에 대한 인사조치는 지난달까지 완료하고, 도매경쟁 모의운영을 위한 필수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서는 송전부문과 배전부문간 설치돼야 할 전력량계 및 전력거래를 위한 필수 IT설비를 이달 말까지 설치 완료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공문 내용이 알려지자 전력노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전 한국노총이 주최한 간담회 등에서 배전분할에 대해 일방적으로 추진할 뜻이 없다고 연차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취임 하루 전에 산자부가 공문을 보내 배전분할을 요구한 것은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완료시켜 버리겠다는 뜻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특히 산자부 관료들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중단되면 자리 보존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 이러한 공문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력노조측은 "해당 공문이 법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새 대통령 및 장관이 취임한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조측의 반응에 대해 전기위원회 한 관계자는 "본 공문은 새 정부가 들어서든 안들어서든 계획에 따라 추진돼야 할 사항을 적어 보낸 것"이라고 강조하고 "노조의 주장은 정권 말기에서는 일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러한 양측의 공방전에 대해 일부에서는 "어차피 새 정부에서 조만간 전력산업구조개편과 관련한 정책방향을 제시할 것인 만큼 그 때까지 소모전은 피하는 것이 양 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200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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