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노조, PSI워크샵서 발표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PSI한일 워크샵이 개최됐다. 워크샵에서 전국전력노동조합 이경호 대외협력국장은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과 관련,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전력노조의 입장을 발표했다. 다음은 발표 주요 내용.

전력산업은 망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 산업이다. 이 네트워크 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자, 중간매개업자, 최종소비자가 모두 동일한 선상에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또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이 네트워크에 접속되어야 한다. 오랜 세월동안 한국의 전력산업은 발전, 송전, 배전, 판매가 한전이라는 단일 기업에 의해서 운영되는 수직적 통합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전력수요 증가에 맞추어 한전은 한국이라는 단일 전력시장에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며 안정적인 전체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운영해 왔다.

전력산업이 자유화되고 경쟁체제가 출범한다는 것은 이 네트워크가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시장에 참여하고자 하는 누구나 자유롭게 네트워크 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단일 시장으로 하나의 조직이 설치하고 운영하던 네트워크에 누구나 불이익을 보지 않고 동등한 조건으로 진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전기는 어느 일순간이라도 공급이 중단되면 안 되는 재화이다. 전력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사람은 매 순간의 공급과 수요의 변화, 전기의 안정적인 흐름을 감독해야 한다. 이는 전력산업을 이해하는 사람 누구나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중요한 네트워크를 누구나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이용했다 안 했다 한다는 것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협하는 상당히 무서운 발상이다. 전력시장 자유화를 생각해 낸 사람들은 전기의 이런 특성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상 망의 어느 한 쪽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태는 전체 시장에 순식간에 파급되는 위험성도 항상 존재한다. 전력시장 구조개편이 이미 시작되었고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는 영국, 호주, 미국 등의 나라에서도 네트워크의 안정적 운영에 대한 뾰족한 방법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시작한 일부 선진국들에서도 조차 그들이 말하던 진정한 의미의 시장자유화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발전소 사이의 경쟁과 입찰을 통한 부분적인 경쟁이 전력도매시장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력산업구조개편을 꿈꾸던 사람들이 내세우던 최종 소비자들의 자유로운 전력회사 선택은 어디에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력거래단계의 복잡화와 다수 민간기업의 전력시장 개입에 따른 각종 비용상승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전력노조는 정부에게 이런 무의미한 전력산업구조개편, 즉 사유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전면적인 재검토와 국민의견 수렴의 기회를 마련한 이후에 추진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들이 모르게 뒤에서 졸속적인 정책추진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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