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적 절약 대책 불구 소비 안줄어/인식전환·정부 사후관리 강화 시급

"기름값이 많이 올랐죠. 그래도 뭐 자동차 없으면 불편해서…"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 의식이 실종됐다. 아직도 밤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거리는 승용차들로 자정이 다가오는 시각에도 넘쳐,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난달 20일부로 금지한 장식용 전구도 계속해서 반짝이고 있다.

이라크 전쟁 위기로 국제 유가가 급등, 국가적인 에너지 부족 비상 사태가 발효되고 제한송전까지 논의되는 급박한 사정이지만 시민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

시민들의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 '설마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이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범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에너지 소비 증가율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시민들의 의식 전환과 함께 정부의 강력한 절약 대책 추진 및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002년 11월, 12월, 2003년 1월 등 최근 3개월 간 전력소비량은 전력거래소 집계결과 각각 2만4,314GWh, 2만4,782GWh, 2만6,415GWh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각각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7%, 8.1%, 8.5% 늘어난 것이다.

반면 2001년 11월, 12월, 2002년 1월의 경우에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8%, 10.1%, 14.2% 늘어났었다.

결국 양 수치를 비교해 봤을 때 에너지 부족현상이 심화돼 절약 시책을 범정부적으로 적극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11월 전력소비량은 전년 같은 기간 증가율보다 높았고, 지난해 12월 및 올 1월의 경우에도 소폭의 하락세만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산업자원부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력소비량은 전년 대비 6.6% 밖에 늘지 않았지만, 2단계 에너지 절약 정책을 시행하면서 가장 많은 절약 노력을 강조해온 올 2월에는 되레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혀 정부의 절약 시책조차 전혀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과 1월 반짝 보였던 시민들의 절약 노력이 2월 들어서면서 벌써 한 풀 꺾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부의 사후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미-이라크 전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부족 사태가 더욱 악화 일로를 걸을 것으로 전망 되는 가운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자칫 국내 에너지 시장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 말로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쓰러저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하나밖에 없는 결혼 반지까지 금모으기 운동에 선뜻 내놓았던 시민들의 헌신적인 참여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는 점을 시민 스스로 각인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200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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