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오피러스 출시에 경쟁사 대응 골몰

지난달 기아 오피러스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면서 현대 에쿠스, 쌍용의 체어맨 그리고 수입차종이 주류를 이루던 대형차급의 경쟁이 심화됐다.

오피러스는 지난해 카니발Ⅱ와 쏘렌토 등을 앞세워 국내 RV 시장 1위 자리를 지킨 기아가 대형 세단 시장을 목표로 36개월 동안 모두 3,0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정통 대형 세단이다. 기아는 뉴욕 오토쇼를 통해 해외에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오는 6월부터 유럽 및 기타 지역 수출에 들어가고 10월에는 국내 대형 세단 최초로 미국 수출에 나선다.

기아는 최고급 세단 오피러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차체는 물론 광고 등에서도 회사 이름을 빼고 차 이름만 노출시켜 다른 모델들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방침이다. 도요타의 렉서스나 닛산 인피니티처럼 대량생산 메이커 내의 차별화 된 독립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뜻. 이에 따라 오피러스 전용 전시장과 전용 콜 센터 및 웹사이트를 마련하는 등 차별화 된 고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 ‘오피러스 멤버십 프로그램’과 사전예방 서비스 시스템인 ‘프리케어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실시, 판매 뒤에도 지속적인 고객 서비스를 유지할 예정이다.

오피러스는 현대·기아차 통합 이후 기아가 처음 선보이는 대형 세단이다. 엔터프라이즈의 후속 모델이지만 구동방식과 플랫폼 등에서 분명히 다른 컨셉트로 만들어졌다. 헤드램프 등의 앞모습은 벤츠 E클래스의 타원형 헤드램프와 재규어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차용한 듯한 분위기로 꾸몄다. 심플한 디자인의 테일램프가 눈에 띄는 뒷모습은 고전적인 앞 얼굴과 상반된 느낌을 주면서도 적당히 어울리는 분위기다.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4천980, 1천850, 1천485mm인 오피러스의 보디는 현대 다이너스티보다 약간 넓고 에쿠스나 엔터프라이즈, 체어맨보다는 조금 작은 정도.

앞에서 뒤로 이어지는 보디라인은 비교적 매끄러운 편. 과거 미국 세단처럼 독특한 곡선을 그리며 마무리한 C필러와 뒤 유리창이 색다른 인상을 전한다. 오피러스는 뒷좌석 승차감을 중요시하는 국내 고급 세단 시장의 전통적인 고객층은 물론 최근 늘어난 고소득 오너 드라이버들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전체적으로 유럽 세단 분위기를 담은 듯한 스타일링은 이 차의 지향점을 짐작케 한다.

지금껏 잠잠했던 대형차 시장은 오피러스의 출시로 급속도로 가열될 전망이다. 오피러스 출시 후 1주 동안의 예약 대수는 5,800여대로 비교적 성공적인 출발로 평가된다. 또한 독자 브랜드화라는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마케팅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에 대형차 라인업이 부족한 GM대우와 르노삼성은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GM대우는 내년 경에 GM 호주 계열사인 홀덴의 칼라이즈나 스테이츠맨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 사정에 맞춰 일부 사양은 변경될 것이지만, GM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대형차들이 직도입되면 그 경쟁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르노삼성은 장기적으로 자체 개발을 목표로 했던 대형 모델 ‘SM7’을 개발 완료 전까지는 르노의 최고급차종인 벨사티스로 대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수입차 업계도 혼다가 딜러 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등 발빠른 대응을 모색하고 있어 대형차 시장 전쟁은 곧 혼전 양상으로 번질 전망이다.


2003.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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