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가고 싶은 곳

누구나 가보았을 것 같은 섬 제주도. 그러나 의외로 제주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며칠 되지 않고, 정신없이 지나버리는 수학여행이나 신혼여행 한두 번으로 제주를 다 알았다면 제주도에 대한 모독이다.

제주는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며 관광객을 유혹한다. 작은 섬 정도로 우습게 알았다간 제주의 매력의 1%도 맛보지 못하고 돌아가고 만다. 제주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기 위해서는 테마를 설정하고 계획적인 여행이 제격이다.
그 중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주 안의 섬들을 소개한다.


제주도를 닮아 가는 섬 비양도

제주시를 기점으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섬이 비양도다.

비양도는 섬 한가운데 봉긋이 솟아오른 봉우리와 해안선을 따라 그려지는 모든 풍경이 제주도를 많이 닮아있다. 초록에 물든 비양도, 제주도와의 통로라고 할 수 있는 한림항에는 섬이 전해주는 이야기가 재잘거린다.

아담하고 소박한 섬의 곳곳에서는 비양분교, 야영장, 그리고 ‘펄랑’이라 불리는 해수호가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고, 해안가에는 동굴 안에서나 볼 수 있는 기암괴석들이 있다. 아담한 섬이니 만큼 자동차의 출입이 통제돼 있어 요즘처럼 어디를 가나 자동차 매연으로 가득한 곳을 탈피해 자연과 더불어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걸어서 한 시간 가량, 자전거로 15분 정도 걸리는 산책로는 복잡한 일상을 탈출하는 우리들에게 여유를 던져준다. 더없이 좋은 자연을 벗삼아 가볍게 산책하며 부서지는 햇살에 몸을 맡기는 것 또한 비양도만이 가지는 매력일 것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은빛 물결을 이뤄내는 억새, 초록으로 물든 비양도.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비양도를 떠날 때는 여행가방에 아름다운 풍경을 가득 담아 가져오고 싶은 충동이 들어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비양도로 가기 위해선 제주시에서 서회선도로(12번 국도)를 이용해 약 40분 정도면 한림항에 도착한다. 한림항에서 비양호가 하루 두차례(오전 9시, 오후 3시) 운행한다. 15분 정도면 비양도에 도착한다. 배를 놓치면 민박 외에 다른 숙박시설이 없으니 유의해야 한다.


진짜배기 석양을 볼 수 있는 차귀도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쉼 없이 자신의 색깔을 숨기는 겸손한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섬이 아름다운 것은 자신의 색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물드는 순수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지켜야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다. 차귀도를 자연스레 덮은 들판, 섬을 더욱 생명감있게 하는 절벽에 노을진 바다와 이를 즐기는 여행객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석양이 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제주도 맨 서쪽에 위치한 차귀도가 한 폭의 그림처럼 서 있을 때 그 때 진정 아름다운 모습으로 여행객에게 차귀도는 다가온다.

더욱 즐거운 것은 방파제 앞에 늘어선 식당에서 저마다 맛있는 메뉴로 승부하는 오징어회를 맛볼 수 있다는 것.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에 위치한 차귀도는 본섬인 죽도와 지실이섬, 와도 등 세개의 큰 섬과 작은 부속섬 간출암으로 이뤄져 있다. 제주도에 있는 무인도 중 가장 큰 섬인 이 섬은 경관이 뛰어나고 돌돔과 방어낚시의 일급 포인트로 알려져 있다. 와도는 낚시금지구역이다.

제주시에서 차귀도로 가기 위해선 승용차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며, 공항에서 고산리까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섬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고산리 마을의 유어선을 이용하면 10분 정도 소요된다. 출장낚시만 가능하고, 야영은 금지돼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국토 최남단, 섬 가득 평화로운 섬 마라도

마라도가 인기있는 비결은 뭘까. 단순히 우리나라의 최남단이어서?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마라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그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흐뭇함을 가지고 떠나게 된다.

우리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마라도를 찾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특이하게 뱀과 개구리가 멸종돼 존재하지 않는 섬, 섬 전체를 감싸안은 천연 잔디, 아름다운 섬 전체의 모습이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게 하는 매력, 곳곳에 바닷바람을 끌어안아 생성된 기암절벽과 해식동굴, 더구나 마라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등대, 유채꽃과 억새의 아름다운 향연이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낸 완성작이다.

최근에는 CF로 더 유명해진 마라도 자장면을 먹기 위해 작은 배에 몸을 싣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원조 자장면 맛을 보기 위해 한시간 남짓하는 배를 타고 가면 먹을 것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라도 여행의 필수코스인 ‘원조자장면 먹기’에는 누구나 동참할만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지점에 있는 마라도는 다르게 보면 제일 처음인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가가 제일 처음 서양에 알려진 것이 하멜표류기에서 아니었던가. 그만큼 섬사람들은 뭔가 다르게 보인다. 인생의 참맛을 아는 의연함이 엿보인다. 웬만한 일에는 화도 내지 않을 뿐더러 여유가 가득해 보이는 첫인상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지난해 개관한 초콜릿박물관은 마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달콤한 초콜릿을 가득 담은 보물상자 노릇을 하고 있다. 제주도에 본관이 있고, 이곳 마라도에는 홍보전시관이 있는데 친절한 설명과 함께 초콜릿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이왕 마라도에 온 김에 전력인답게 마라도 한 가운데 있는 태양광발전소도 들러보자. 연인과 함께라면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섬을 달리면 3,000원에 마음껏 마라도를 구경할 수 있다.


2003.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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