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발전 매각입찰 잠정 중단 놓고/정부-"경제여건 호전되면 다시 실시/노조-"민영화작업 물건너 간 것 아?n

산업자원부가 올해 중 1개 발전회사(남동발전)의 민영화를 경영권 매각 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나머지 4개사는 최적의 민영화 방안을 마련, 연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지 3일이 지나 남동발전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입찰이 잠정 중단됐다.

물론 입찰 중단이 새 정부의 정책적 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최종입찰 대상업체 4개사가 모두 입찰 불참의사를 제출한 것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번 중단 결정은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진행에 있어 큰 전환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이라크 전쟁 발발, 그리고 전쟁의 장기화 전망 등으로 인한 국내외적 경제여건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을뿐더러, 국내 내수 시장 역시 20년 이래 최악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등 제반 여건들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포함한 에너지산업 구조개편의 지속적인 추진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이처럼 악화된 상황들이 단기간에 치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조정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까지 나타난 정부의 입장과 남동발전 매각 잠정 중단 등의 상황에 비춰 향후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방향에 대해 분석해 봤다.


▲배전분할과 관련한 정부의 정책방향
산자부는 지난달 2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라크전 비상대책과 수출증대를 통한 경제활성화 현안과제와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방사선폐기물 관리시설 건설의 쟁점과제를 보고하면서 전력산업구조개편 추진과 관련해 좀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업무보고 내용에 따르면 산자부는 고용불안 및 지역간 요금격차 등을 이유로 배전/판매부문의 분할에 한전 노조가 반대하고 있지만, 배전/판매부문은 한전 내부사업단 체제로 개편해 모의운영을 실시한 후 분할을 추진하되, 분할시기는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신축성 있게 조정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내용의 산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행해진 이후 새로 출범한 참여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재검토' 의사가 어느 수위까지 의미하는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배전부문 분할과 관련, 일부에서는 참여정부의 정책이 재검토 쪽으로 수정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반대 시각에서는 신중한 의사를 밝히기는 했지만, 기존 계획에 비춰 많은 변화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당시 언급했던 '망산업 민영화 재검토' 의사를 적극 수용, 배전분할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원칙적 추진을 기본으로 단순히 일정만을 조정하겠다는 것인지 그 본뜻에 대한 이견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과 관련해 향후 배전분할을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분을 포함해 재검토를 하겠다는 뜻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단지 신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뜻이지 민영화 자체를 철회하는 등 급진적인 변화를 주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반박 또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선 후자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는 우선 산자부가 배전부문에 대해 한전 내부사업단 체제로 개편해 모의운영을 실시한 후 분할을 추진하돼, 분할시기는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철저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신축성 있게 조정하겠다고 보고했다는 점을 보면, 결국 분할시기가 문제이지 분할은 원칙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모의운영 연기가 아닌 분할시기 조정이라는 과점에서 파악한다면 전면 재검토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참여 정부가 들어서기 하루전인 지난 2월 24일 산자부가 한전에 공문을 보내 배전부문의 법적 분할을 전제로, 2월말까지 배전·판매 부문 내부사업단체제 발족을 위한 준비작업을 완료토록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최근 새로운 견해가 나오면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전에는 산자부 공문에 대해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에 대한 참여 정부의 정책이 명확히 결정돼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대통령 취임 하루 전에 보냈다는 점에서 전력노조 등 관련노조는 강한 반발을 표출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최근에는 산자부가 과연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단독으로 논란이 돼 온 배전분할을 지시할 수 있었느냐에 의구심을 품는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인수위와의 합의 이외에도 새 정부 정책결정자의 묵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배전분할과 관련, "궁극적으로 민영화의 가능성을 열어놓고…"라고 언급한 부분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이러한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결국 참여정부의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대한 정책은 '신중한 검토를 전제한 원칙적 추진'이라고 분석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전력노조 측은 법적분할에 대해 원칙적 반대를 고수하고 있어 결국 언젠가는 노-정간 대립 양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동발전 입찰 중단의 영향
산자부가 올해 중 1개 발전회사(남동발전)의 민영화를 경영권 매각 뿐만 아니라 다각적인 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나머지 4개사는 최적의 민영화 방안을 마련, 연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뜻을 내비친 지 얼마 안가 산자부와 한전은 남동발전의 매각입찰을 잠정중단했다.

이 달 1일 진행 예정이었던 남동발전의 입찰매각이 철회되면서 유찰 가능성이 컸던 입찰이 결국에는 파행을 맞게된 것이다.

한전은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여건과 투자자들의 내부사정으로 한국남동발전(주) 경영권매각 최종입찰 대상업체 4개사가 입찰 불참의사를 제출해옴에 따라 더 이상의 입찰진행이 곤란하다고 판단, 지난 28일 남동발전의 경영권매각을 위한 입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매각작업 중단으로 정부가 독점공기업 체제로 운영되던 전력산업에 시장경쟁을 도입키로 한 민영화 작업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한전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전력산업 민영화 작업이 국내외 경제여건 등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채 처음부터 무리하게 진행됐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의미여서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중단이 정부 차원에서 매각 중단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경제여건 상황이 맞지 않아 업체들이 스스로 포기한 것으로 이를 두고 정부의 정책을 논하기는 어렵다.

산자부는 “현재 여건에서는 남동발전의 즉각적인 재입찰 추진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 입찰을 중단하고 당분간 발전회사 민영화를 위한 여건 조성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방향은 민영화 원칙 아래 경영권 매각을 기본으로 하되 소유구조 분산과 경제력 집중 완화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남동발전의 경우 우선 경영권에 지장을 주지 않는 10∼20%의 소수지분 상장을 추진,4월 중 상장주간사를 선정해 올해 말 또는 내년초까지 상장을 완료할 방침이다. 지분 10∼20%는 1,500억∼3,000억원 규모다.

이와 함께 ‘발전회사 민영화펀드’를 조성, 5개 발전사 주식의 10% 안팎씩(총 1조원 규모)을 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한 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할 계획이다. 이는 5개사를 한데 묶어 투자위험을 최소화하고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 금융상품화하는 것이다.

일정수익률 보장을 위한 최저배당 및 투자위험 회피를 위한 환매청구권 부여 등의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을 분석해 보면 정부와 한전은 남동발전 경영권매각은 국내외 경제여건과 전략적 투자자들의 여건이 호전되면 다시 착수할 예정이라는데는 변화가 없는 듯 하다. 이에 대해 산자부도 경영권매각 전이라도 정부와 협의해 증시상장 등 민영화 여건 조성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즉시 해명하기도 했다.

결국 최종적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민영화로 귀결된다고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 시기는 경기 부흥 등 제반사항이 마련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여 쉽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보면 겉으로는 심한 갈등이 표출되지는 않지만 안으로는 언제 분출될지 모르는 갈등의 불씨를 갖고 있는, 마치 '태풍전야' 같은 상황이 발전민영화에 있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00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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