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부지선정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하 방폐장) 후보부지가 발표된 이래 국내 원자력산업계에 가장 이수가 되고 있는 사안중의 하나가 방폐장 부지의 선정문제다.

1985년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관리사업 위탁기관으로 지정된 이래 시작된 방사성폐기물 대책은 1989년 9월 제249차 원자력위원회에서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정책 및 사업계획이 수립됐으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장기미해결 국책과제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폐장의 주관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는 원전내 임시저장 시설이 2008년 포화상태에 도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방폐장 최종부지 확정은 국내 원자력발전을 유지, 존속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시급하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미 4곳의 후보부지는 연일 반대시위로 시끄러운 상황이다. 원자력발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창사된 지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국민적 반대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추진경위
정부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를 위해 지난 1986년 이래 지금까지 총 5차례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현재 경북 울진군, 경북 영덕군, 전남 영광군, 전북 고창군 등 4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6번째 부지확보사업을 착수, 추이가 주목된다.

정부는 86년 동해안 일원을 대상으로 처음 부지조사를 하던 중 주민 반대로 중단했다. 또 90년 안면도를 후보지로 선정했으나 주민들의 시위로 91년 선정을 철회했다. 95년에는 굴업도를 입지로 선정·발표했으나 활성단층이 확인돼 백지화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후 2000년 7월부터 1년 동안 전국 46개 임해지역 지자체를 대상으로 부지유치 공모를 시행했으나 지자체의 유치 신청이 없어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정부는 이후 방폐장 건설을 더이상 미룰 수 없음에 따라 전문기관에 후보지 도출 조사를 의뢰, 1년간의 조사 끝에 경북 영덕군 남정면 우곡리,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전남 영광군 홍농읍 성산리, 전북 고창군 해리면 광승리 4곳을 방폐장 후보지로 결정·발표했다. 조사기관은 총 5단계의 치밀한 선별작업을 거쳐, 후보지 4곳을 선정했다.

이 4곳은 모두 원전과 가까운 곳이며 지질 조건이나 지리적 위치, 지역개발 가능성 면에서 우수한 곳으로 판단됐다.

정부와 한수원은 4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향후 1년간 지질조사와 환경조사를 정밀 수행해 부지 적합성을 재차 검증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를 위해 전문 용역기관을 4월 중에 선정할 계획이며 정부, 학계, 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될 부지선정위원회에서 내년 3월까지 최종부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최종부지는 서해안과 동해안에 각각 1곳씩 선정할 예정이다.

△반대가 반대를 부른다
지난 1일 핵폐기장 백지화 및 핵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전북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방폐장 저지에 나섰다.
이뿐만 아니라 울진지역의 경우 울진원전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공동대표 황성섭)이 반대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영덕과 고창도 조직적이고 대규모적인 반대운동을 펼친 것은 언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적인 약속을 위반했다’와‘위험하다’, ‘우리 지역에 원자력발전소가 입지해 있는데 폐기물처분장까지 입지할 수는 없다’등 반대를 주장하는 논리들이 다양하다.

이제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대책위원회뿐만 아니라 사회인사, 환경운동가, 시민단체들까지 가세, 정부와 한수원에 커대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등 원자력 관련 기관들은 현재까지도 선진국의 방폐장 방문과 지속적인 지역홍보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이해를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대를 외치는 쪽의 논리가 강하면 강할수록 반드시 선정해야 하는 입장은 더욱 더 난감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또 다시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인해 방폐장 최종부지의 선정을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도 연기된다면 방폐물을 해외에 반출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도달할 수 밖에 없다.

△직접지원방식통한 지역 호응 방안도
장기 미해결 국책과제인 방폐장의 건설이 국민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시급히 추진돼야 할 과제로 입지전 단계에서 국가적 총력이 집결될 필요가 있다.

우선 법적으로는 방폐장의 입지·운영과 관련된 지역지원사업 관련 규정을‘발전소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에 별도의 장을 만들어 신속한 추진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또 지원사업의 대상지역을 발전소와는 차별적으로 지자체 전지역으로 확대, 설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방폐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입지 주변지역의 주민의 동의와 이해가 필수적이므로 기존의 공동이용 시설공급 위주의 사업보다는 직접적 소득증대 효과를 볼 수 있는 직접지원 방식도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즉 현금으로 직접지원하는 것에 준하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지원방식과 사업항목을 개발,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특별지원사업은 지자체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할 수 있되 기본지원사업 등은 반경 5km 이내의 지역이 더 많은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배분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5㎞라는 지역적 범위를 벗어난 직접지원 방식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을 무조건적인 님비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그 지역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과 보상으로 이를 수용해야 할 것이다.

2003.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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