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해결방안 마련이 지난한 과제”

<지난호에 이어>
그 후 간혹 우리보다 전압격상에 있어 훨씬 앞서가고 있던 일본(당시 1,000kV급 이미 건설 중)의 관계자를 만나보면 우리가 1992년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여 비록 약간의 연구가 있긴 하였어도 새로이 출발하여 1998년 말 준공 목표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아연해 할 따름이었다.

일본은 기본적 기술 검토에 10~20년 이상이고 건설에도 10년은 걸린다고 본다는데 우리는 기본적 기술 연구가 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조금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6년 후 거대 사업을 준공한다는 게 일본 사람들의 눈으로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음은 당연하였다.
우리나라 특유의 돌격 정신으로도 한계가 있을진대 기술적 어려움은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무척이나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이러한 여건에서 이 중차대한 일을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왜 내가 이렇게 어려운 자리에 섰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나중엔 삼수갑산을 갈망정 어려울수록 도전하고픈 심정으로 일단 시작해서 추진해 보겠다는 의욕도 같이 일어났다.

우선 매일 부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의와 회의를 거듭했다. 첫째 지금까지 얻어져 있는 기술 자료를 정리하여 목록을 만들고 이를 체계화 하는 일과 전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마스터플랜을 세워 당장 부족한 것이 어떤 것이며, 또 준공 연도로부터 역산하여 연도별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만들었다.

다행히 가까운 일본이 이미 1000kV를 위한 여러 가지의 기술적 검토 자료와 건설을 위한 기본 검토 자료가 있고, 미국, 캐나다, 남아공 등을 위시한 여러 나라에서 800kV급 시설을 이미 건설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얻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800kV 선로를 One Tower에 2회선으로 건설하는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술적 문제 검토와 해결 방안을 강구함은 지난한 과제였다.

전선은 480㎟×6B 정도로 대체적 검토되어 있었지만 소음(noise) 등 전파장애나 안정적 송수전 등을 고려하여 다시 이를 확정해야 하고 애자 ton 수와 개수의 결정은 무척이나 어려운 과제였다.

이에 따라 경간이나 철탑이 결정되므로 조그만 시각의 차이는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가져 올 것이므로 숫째 소소한 문제점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약이 되는지도 몰랐다.
또한 철탑도 그 필요 높이와 강도 등으로 볼 때 강관형 철탑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일반 산형강 타입에 비해 고가이므로 이를 선뜻 채택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으므로 대학이나 기술계, 메이커 등에 대해서도 자문을 구할 길이 없었다.

윗분들은 모든 걸 우리에게 맡길 뿐이었으니 그저 관련자와 기술연구원 연구진 등과 더불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뿐이었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1992년 말까지 앞에서 이야기한 추진 마스터플랜과 주요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완성하였다.

고백하건대 그때까지 아직 800kV 시스템 건설을 위한 Route가 확정되어 있지 않았고 345kV 건설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소에서 부수적 업무로 대체적으로 Route를 예비 답사해 보고 있는 실정이었다.

해외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60여 명을 3~4년에 걸쳐 해외에 보내겠다는 품의 안에 대해 감사실·기획처 등 관련부서는 물론 사장님까지 한 마디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협조 및 결재해 주셨다.

초거대 사업을 위한 해외 훈련을 불필요하다고 할 명분도 없으며 전무후무한 일이라 이의를 달 형편이 아니었을 거라 생각되었다.
그럭저럭 1992년 말경이 되니 나름대로 계획이 대충 마무리되고 기술 자료도 무엇이 있고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파악되어 좌우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간 부장 이하 전 직원의 노고는 말할 수 없었으며 이 통에 변전담당 이영식 부장이 몸이 고장 나 중도하차 현장으로 나가고 변강 부장이 그 자리를 이어 받는 아픔도 있었으나 연말 우리끼리의 조촐한 망년회가 더 없이 보람스럽기도 하였다.

(1993년)
주로 기본적인 기술기준의 확정을 위한 준비와 대체적인 윤곽을 잡아 사실상 확정을 위해 보낸 한해였다.
외국의 관련 문헌을 열심히 뒤지고 학회 리포트 등을 취합하여 기술 근거를 확보하고 충실히 하였다.
1993년에야 800kV 라인에 대한 기본 물량이 확정되었다. 말하자면 Route와 변전소의 개략적인 위치 등이 확정된 셈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막연한 근거에 따라 업무를 추진해 왔으나 이제 Route와 변전소 위치가 확정되었으므로 환경 관련 기술 사항도 검토 대상에 포함 연구하였다.

기술 훈련을 위한 인원 선발도 조치하고 관련 외국 기관과의 협의도 진행하였다.
미국 쪽의 훈련기관인 PTIC(웨스팅하우스 부설기관)의 교육 프로그램 내용도 입수하여 어떤 프로그램이 유용 할 것인지를 검토 확정하였다.
기술 교육 프로그램에는 4~6 직급의 기초 인원을 배정하였고, 약 2주 정도의 기술 출장은 1~3 직급 간부를 중심으로 조치하였다.

기술 출장은 1진, 2진으로 구분하여 1진은 미국과 캐나다를 순방하고, 2진은 일본과 남아공을 순방하는 것으로 하여 관련국의 전력회사와 접촉하여 일을 추진하였다.
또한 개략적인 Route를 기준하여 현장 답사도 부지런히 시행하고 각종 설계 기초 자료를 수집하는 등 현장감을 익혀 나아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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