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
솔직히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자연 훼손을 최소화함은 나의 소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행인 것은 여러 회사가 같이 시공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간 기술 정보를 교환하여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996년은 조직이 겨우 제 자리를 잡기도 전에 공사도 시작되고 모든 것이 처음인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제자리를 잡아 나갔다.

1996년 12월경 드디어 첫 765kV 철탑 조립 기념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예상대로 중부건설소 정 소장의 철저한 준비와 추진으로 사상 초유의 765kV 철탑 조립을 시행하는 것이었다.
철탑 메이커나, 시공사, 한전 모두가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이었다.

대형부재, 고소작업, 정밀한 작업 시행 등 무엇보다도 처음이라는 점이 큰 장애였다. 물론 예비적 부분적 모의 조립 작업이야 있었지만 철탑을 완전 조립하기 까지 얼마나 고생하고 긴장된 순간을 가졌는지 철탑조립은 가히 대장정이었다.

일본 기술진까지 자기들은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한국의 고유한 실력(?)임을 인정하였다.
일본은 정말 품질에 있어 놀랄만한 정력과 또 실적을 거두고 있으나 너무나 다지고 다지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참으로 길다. 우리 연수생 과장(일본 동경전력)의 이야기에 의하면 500kV 철탑 조립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너무나 많은 안전회의, 작업 중 휴식, 점검 또 점검…. 우리가 처음 하는 작업임으로 불과 철탑 조립에 조금 숙련되었을 시의 경우 1개월 정도 소요되는데 반해 일본은 3~4배의 기간이 소요될 정도인 것이다. 분명히 over quality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이 급기야는 동경전력 사장이 품질 관리 측면에서 Kepco를 배우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물론 중요한 시설일수록 품질 제일 우선주야야 당연하겠지만 지나친 과품질도 문제라 할 수 있겠다.

스스로 과품질주의는 모든 것을 자기들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한 부분이라도 아웃소싱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자연 인력이 늘어나고 사각 시간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이 일본의 각부 내에서 공히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 건설 각 부분의 품질 수준은 자랑할 정도는 되지 못한다. 조금만 게을리 하면 눈감고 코베기식 공사가 시행되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공사를 위한 공사가 아니라 이익 남기기, 하고 보기 등이 문제이고 기자재 자체 품질도 과히 믿을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일본식 과품질도 문제인 것이다. 닭 잡는 데는 도끼보다 쇠칼이 더욱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고위층 중에는 일본식 과품질을 최고인 것으로 당연시 하고 있는 분도 많은데 이는 철학 빈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품질 저하로 사고가 빈발하니 무리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분명히 품질에 대한 철학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 자신은 처음 하는 800kV 선로 공사에 과품질 운운하며 안이한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처장으로서의 첫 해는 이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처장의 직위를 음미하기는커녕 민원과 싸우랴, 현장 점검 하랴, 본사에 현황 보고하랴, 기술적 문제에 대한 기본적 제시도 하랴, 정말 눈코뜰새 없이 한 해가 거의 흘러갔다.

그 바쁜 와중에도 1996년 8월에는 중국 북경에서 개최된 IEA(동양 3국 전력 관계자 회의)에 참석하는 기회를 가졌다.
동양 3국간의 알뜰한 회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고, 얼김에 북경 시내며, 만리장성, 천안문, 멀리 남쪽 계림까지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크게 위안이 되었다.

우리의 765kV에 관한 기술 발표를 원영진 과장이 하게 된 덕분으로 가게된 것이었다.
중국은 여자가 상당히 많은 기술 부문까지 진출이 활성화 되어 있는 것 같았고, 사회 전체 분위기도 사회주의 국가의 냄새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활발함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다만 경제적 수준은 우리보다 20~30년전 뒤진 수준인 것 같았다.
1996년은 한국 전력사(電力史)에 있어 과히 금자탑을 세운 한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믿는다.

첫째가 각고 끝에 짧은 시간 안에 800kV급 설비 건설 준비를 끝내고 착공할 수 있었다는 점, 둘째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입도로와 심형기초를 채택 시행한 점, 셋째 첫 철탑의 조립을 성공리에 완수한 점, 넷째 이 모든 작업을 성공리에 할 수 있도록 공사 관리와 품질 관리를 잘 시행한 점 등이다.
물론 16개 건설업체의 저력과 노하우도 만만치 않았지만 우리 건설처 전 간부와 직원 모두가 혼신의 힘을 기울인 덕분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추진반장과 건설처장을 하면서 사람의 능력이란 정말 한계가 없으며 각자 모두 나름대로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 능력이 따로 있다고 믿게 됐다.

평범하게 보이거나 두드러진 능력이 없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믿고 자기에게 적합한 일을 맡길 때는 성실함의 바탕만 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업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별한 과제 절대적 노력이 요구되는 일에는 평범하더라도 성실한 사람이 훨씬 더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중차대한 765kV 사업을 해 오면서 느끼고 또 느꼈다.

한 사람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적절히 일을 맡기는 것이 정말 필요하고 또 결과는 대개가 좋았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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