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가득 꽃길 드라이브로 최고 / 강구·축산항 영덕대게 ‘명불허전’

짙푸른 동해안을 바라보는 영덕은 어느 때에 가도 제각기의 매력을 발산하지만, 봄이 한창 무르익으려는 4월에는 참으로 일품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며 비린내나는 어항의 정취를 느낄 수도 있고, 유명한 대게의 본고장인 데다가, 이 시기엔 이곳 특유의 복사꽃이 활짝 피어 주변을 온통 연분홍색으로 물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복사꽃축제, 대게축제가 함께 4월에 열려 그야말로 4월의 영덕은 볼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3박자가 모두 갖추어지는 시즌인 셈이다.

영덕은 대게 뿐 아니라 복숭아로도 유명해 어디에서도 복사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복숭아재배는 전국에서도 영덕이 유명하다. 그것은 땅에 인산 성분이 많아 복숭아가 자라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영덕을 대표하는 복사꽃 군락지가 있다. 영덕읍에서 안동 방면으로 가는 34번 국도변이 바로 그곳이다.

4월 중순경이면 만개한 복사꽃이 만들어내는 연분홍색 산자락과 둔덕이 이곳을 흐르는 오십천과 어울려 화려한 봄 풍경화를 만들어 낸다. 구간은 약 12km 정도. 복숭아는 수확기가 여름철이므로 이 시기에 복숭아를 구입할 수는 없겠지만, 이곳 지품면 일대의 특산품이기도 한 복숭아병조림을 구입해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통조림이 아닌 병조림이므로 내용물의 변질성을 확인할 수 있어 신뢰도가 높다.

이곳을 가다가 마음이 변하면 신양삼거리에서 69번 지방도로로 빠져 옥계계곡을 들러보길 권한다. 가다가 대지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외길이다. 옥계계곡은 팔각산과 동대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두개의 물줄기가 이루어낸 계곡으로 ‘옥계 37경’중에서도 으뜸이라 한다. 이곳 바위 위에 지어져 있는 침수정은 광해군 때 지어진 정자로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도로와 가까이 있어 별로 걷지 않고 감상할 수 있다.

낭만의 길이라 불리는 강구항―축산항 사이 해안도로를 달려보는 것도 영덕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곳은 영덕대게로 유명한 코스인 만큼, 중간에 내려 본고장의 게맛을 즐겨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7번 국도로 포항에서 올라간다면 강구항으로 들어와 해안도로로 접어들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가까이 있는 삼사해상공원에 먼저 올라가 좀 높은 곳에서 강구항 전경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다. 강구항으로 들어가면 길은 2차선으로 바뀌고 어망을 손질하는 아낙네들, 방파제에 앉아 낚시질하는 강태공들 등등 사람 냄새 나는 곳 사이로 길을 달리게 된다. 옆으로는 쪽빛 바다와 갈매기가 보이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서 한적한 길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오르막길이 나오고 이어 해맞이공원이 방문객을 반긴다. 원래 이곳은 나무가 무성한 곳이었지만 1997년에 원인모를 화재가 생겨 10만여 평이 고스란히 불타버린 후 1998년 국비를 지원받아 조성된 것이다. 약 1km에 이르는 나무계단과 전망대, 벤치, 파고라 등이 만들어져 있고, 시를 새겨놓은 시화(詩畵)와 함께 잔잔한 음악까지 흘러 해맞이는 물론 평일에도 멋진 해안산책로로 인기가 높다.

해맞이공원을 지나 경정해수욕장을 거쳐 축산항 가까이 가면 대게 원조마을이 나온다. 영덕대게라고 하면 강구항과 축산항 사이에서 잡힌 것을 말한다는데, 그것은 바다 밑바닥에 개흙이 없고 깨끗한 모래로만 이루어진 이곳 바다와 연관된 것이라는 학설도 있다.
원조마을이라는 이곳은 경정2리로, 고려 태조 왕건이 안동 부근에서 후백제군을 물리칠 때 이곳 근처의 영해 토호세력들이 함께 참전해준 데 대해 감사의 표시로 영해와 영덕을 들러 경주로 가면서 이곳을 들러 대게를 맛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원조마을을 지나면 바로 길이 셋으로 나뉜다. 여기서 직진하면 축산면사무소로 빠져 7번국도와 만나게 된다. 온 김에 우회전해 대축해안도로(축산-대진 구간 7번 국도)로 대진항까지 가서 영해로 돌아서 나오기를 권한다.

가는 길에 펼쳐지는 해안마을은 온통 오징어 말리는 풍경으로 마치 울릉도에 온 느낌이 든다. 또한 이곳으로 지나간다면 대진2리에서 영해 쪽으로 좌회전할 때 잠시 차를 세우고 바다를 바라보는 걸 잊지 말자. 모래가 넓은 대진해수욕장이 앞에 보이고, 저 멀리 고래불 해수욕장까지 한 눈에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장관이다.

해안도로를 빠져나와 영해를 거쳐가는 주변은 역사문화 탐방코스이다. 바다에서 나와 조금만 가면 왼편에 산자락 아래로 고택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영양 남씨의 집성촌인 괴시리 전통마을로 30여동의 고가옥들이 들어서 있다. 민속자료와 문화재자료로서 보존가치가 높아 학생들의 역사문화체험지로 인기가 높으며, 마을을 관통하여 산으로 들어서면 고려말 목은 이색 선생의 출생지도 있다.

이곳을 답사하고 영덕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중간에 구한말 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유적지와 생가를 들러볼 수 있다. 유적지에는 기념관과 충의사 등이 있으며, 일제에 맞서 영남 지방은 물론 강원도, 충청도에서까지 치열한 게릴라전을 펼친 신 장군의 생애를 되새겨보도록 했다.

대게에 관해서는 사실 논란이 좀 있다. 대게의 주산지는 원래 울진이고, 영덕은 장이 섰던, 이른바 집산지였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대게로 유명해진 곳이 영덕인 건 분명하기에, 교통편이 썩 좋지는 않은 이곳이지만 영덕대게의 유명함을 일찍부터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일본관광객들도 좀 있다고 한다.

영덕대게의 제철은 보통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이다. 따라서 4월에 간다면 제철 따라 먹을 수는 있다. 그러나 워낙 생산량이 그 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에 현지에서조차 그 값은 천정부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영덕에서조차 북한산, 러시아산 등의 대게들이 눈에 쉽게 뜨인다. 그러나 수입산도 식당에서 작은 게찜 한 마리에 3∼4만원 정도일 만큼 가격이 세다. 국내산인 영덕대게는 그 배 정도라고 보면 대충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비싼 것도 많다.


2003.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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