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학계-제조-소재업계 긴밀한 정보공유 필요
세계 시장 선점 위한 ‘Value Marketing’ 지향 때
IT접목 등 차별화 요소 있어야 브랜드 가치 유지

CIGRE 한국국내위원회 전력케이블연구회가 출범한 것이 1992년이니까, 벌써 활동한지 17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전력케이블연구회는 한전을 중심으로 기업, 학계, 연구계 등이 활발히 상호교류하며 국내 전력케이블 분야 발전에 있어 하나의 축을 담당해 왔다.
그동안 회장직도 한전에서 대부분 맡아왔고, 최근까지 학계 대표자로 한양대학교 구자윤 교수가 역임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 기업 출신이 회장직을 맡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는 LS전선 최명규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최명규 신임 회장을 만나 국내 전력케이블 분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 기업인 출신으로는 처음인데, 향후 연구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지

= 기업인 출신이라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전력케이블 시장이 이제 상당히 성숙된 만큼 연구회를 더욱 성숙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경제 관점에서 좀 더 치밀하고 충실하게 수행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회원들 간의 관계성을 좀더 개방적으로 유도하고 싶습니다. 케이블시스템은 재료부터 완제품 제조, 그리고 건설과 운영 등 다양한 종사자들의 작품으로 이뤄지는데, 특정 부문만 참여하는 연구회가 아니고  모든 부문이 폭넓게 때로는 경쟁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일차적으로 산·학·연 모든 종사자들이 일체감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다음으로 세계 전선 강국의 위상에 걸 맞는 연구회의 질적 깊이와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시그레 한국위원회의 위상이 많이 향상되면서 하루 레벨의 위상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에 전력케이블연구회의 레벨-업 또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아직은 양적 팽창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연구회의 활동 결과가 질적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 전력케이블 분야 기술 개발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향후 방향을 예측한다면

=미래 전력케이블의 기술 개발 방향은 단순히 케이블 단품만 갖고는 사업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먼저 전제해야 합니다. 세계 전력망은 각각의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에서 쓰는 초고압 케이블을 그대로 갖고 나가면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즉 비즈니스에 있어 성공하려면 케이블 지식만 갖고는 되지 않고, 전력망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해 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에 단품 연구개발·상업사용의 단계에서 벗어나 기술개발의 축을 시스템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는 다양한 전력 솔루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한전을 비롯해 케이블 제조업계, 재료·소재 업계, 학계 등 전 분야에 걸친 정보 공유가 필수적입니다. 전부 각자 분야에 있어서는 최고이지만, 전체 시스템을 볼 수 있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로 독자적으로 나아가서는 안 되며,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봅니다.

한편 사회·경제적 흐름에 따라 대용량 전송기술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도시개발 등으로 기존 시설물을 변경하거나 증설해야 하는 경우에도 초기투자비·운영비 등 비용 절감, 신뢰도 향상의 노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대용량 송전기술, 특수 환경에서의 송배전선로, 환경문제에 따른 지중화, 해저화, 신재생에너지용 전선, 분산전원용 전선 등 새로운 기술개발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러한 모든 것은 ‘신 전력 솔루션’ 관점에서의 접근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초전도 송전시스템 등인데, 선진국에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발해 왔지만 상업화면에서는 아직 초기단계이므로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상업운전에 들어갈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여야겠습니다.
아울러 신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나름대로 언급한다면 상업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즉 기초연구도 병행해 이뤄져야겠지만 실제 사용될 있는 제품화 기술을 강조하고 싶은데요, 우리나라 기술도 이제 상당하므로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이러한 역량으로 이제는 선점하는 ‘Value Marketing’을 지향할 때가 됐다고 보는데,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산업전반의 인프라가 튼튼해야 합니다. 소재부터 건설 후 운영까지 이어지는 모든 분야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스피디한 제품 출시와 사후 품질보증이 확고해 지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경제성, 즉 가격경쟁력도 연구개발의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세계 시장이 호황인데, 국내 기업들의 향후 초점을 맞춰야 하는 부분은

= 케이블 시장은 경기여건에 따른 수요변동이 많은데 최근에는 유가 상승 등에 힘입은 중동지역과 신흥 발전국인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수요가 많습니다.
특히 중동의 경우 유가 상승으로 자금이 풍부하다 보니, 초기 투자시에도 첨단도시를 전제로 전부 지중화하고 있고, 또 미래 사용량까지 고려해 초고압으로 건설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은 전력설비 교체기에 접어들면서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엔지니어링하고 같이 제공해야 접근이 가능합니다. 까다롭기는 하지만, 일단 진입만 하면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라 판단됩니다.

중국은 큰 시장이기는 한데, 워낙 로컬 업체들이 많다 보니 가격 경쟁력이 관건입니다. 여기에 동남아, 서남아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아프리카 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보면 전 세계에서 전력케이블 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는 셈이죠.
이는 너무 당연한 것이 전기를 매개체로 해서 인류가 생활하는 한 케이블은 반드시 쓰이게 돼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건설해 놓으면 향후 언젠가는 반드시 교체기가 도래할 것이고, 새로운 전력망 시스템이 나오면 그에 따른 케이블은 또 다시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호황세에 전세계 케이블 시장은 연간 약 14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도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아직 전체 매출 규모가 6조원 정도로 아직은 미미한 편입니다. 그래도 국내 총생산별 중전기 품목 중 케이블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업체들은 해외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압 지중선 케이블을 주로 판매하거나 시공까지를 수행하고 있는데, 앞에서 언급한 시장 위주로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초고압 전력선 제품에 국한하지 않고 고부가의 다양한 솔루션 제공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해저케이블, 초전도케이블 기타 IT 등이 접목된 차별화 요소가 있어야 향후 어려워질 수 있는 시장환경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국내 시장 마케팅 전략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인데

= 국내 시장은 수요는 꾸준하지만 정체 상태입니다. 앞으로는 국내 마케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진화된 시스템 건설로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즉 시장이 포화된 만큼 향후 유지관리 관점의 저감 설계 또는 성역화 된 제품구조 적용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안정적인 설비관리를 위한 각종 부대설비의 개발로 고객만족도를 제고하고 종합 시스템을 갖춘 기업의 가치가 증대될 것입니다. 그동안 국내기업이 도외시 해 온 해저케이블의 공급, 대용량 송전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이 갈급해 하는 기술을 차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업의 역할이 커질 것이며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전력케이블 분야에서의 환경친화적인 노력은

= 전력케이블 분야도 ‘환경’이라는 문제에 있어 절대 자유롭지 못합니다. 전선 자체로만 본다면 인체에 무해한 난연, 방염재료로의 전선이 기존에도 공급되고 있으며, 초고압용 케이블에 적용하기 위한 재료 연구도 기업들이 몰두하고 있습니다.
특히 케이블 경우 송전 효율을 높이게 되면 그만큼 발전 비용이나 건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이는 곧 이산화탄소 등의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친환경 전력생산 기술인 신재생에너지 등의 전력송전을 위한 케이블을 개발, 공급하는 것도 넓은 의미에 있어 친환경 분야입니다.

특히 국내와 같이 공동구 또는 전력구에 대용량 선로가 혼합돼 설치돼 있는 경우 케이블 자체의 친환경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감시 및 제어기술의 적용이 필요합니다. 전력선로 이상을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기술과 IT 기술로 접목된 중앙집중 감시시스템 등이 좋은 예이며 이 분야 국내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에 있습니다.

◇ 전력케이블 분야 발전을 위해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 기본적으로는 산·학·연 종사자들 모두가 각자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으로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나라 기술이 상당히 발전된 만큼 공공부문의 역할도 일방적인 지원은 가급적 지양하고, 선진시스템의 합리적 도입을 위한 기준 정립과 국내 기술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에 방향을 뒀으면 합니다.
초전도 기술을 에로 들자면 상호 협조하에 잘 진행되고 있지만 그동안 없던 신기술을 민·관이 동시에 상업화한다는 개념으로 시스템 표준을 제정하고 부족한 면은 연구과제로 같이 해결하는 등의 노력들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들이 다방면으로 활성화 됐으면 합니다.

 

# 최명규 부사장은 누구?

LS전선 최명규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1978년 LS전선의 전신인 금성전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현재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입사 후 만 30년 동안 생산·제조, 설계, 기술개발, 프로젝트 담당, CTO 등 전선사업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섭렵한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최 부사장이 직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바에 눈길이 간다. 최 부사장은 항상 “전선사업에 종사하는 것은 사기업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공직’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선사업이 국가 인프라를 구성하는 중요한 분야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의사 결정을 할 때 ‘돈’보다는 인류나 국가에 기여하는 결정인가를 먼저 고려하며, 철저하게 이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최 부사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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