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열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미디어실장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입지확보와 관련하여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립문제는 1986년 부지선정작업을 시작한 이래 여러 가지 우여곡절과 반대에 부딪쳐 지금까지 해결되지 못한 국가적 난제로 남아있다.

지난 4월 15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유치지역에 양성자가속기 사업에 대한 특별가산점을 부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이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필수시설이라는 것을 대통령도 이해하고, 범정부차원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18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는 세계 6위의 원자력 이용국으로 원자력발전을 통해 국내 총 전력공급의 4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의료, 농업, 공업, 생명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자원의 이용에는 반드시 쓰레기가 나오듯이 원자력을 이용하고 나면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게 된다. 이 방사성폐기물은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점에서 일반 쓰레기와 달리 안전하게 관리해야만 한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의 경우 발전소 부지 내 임시저장고에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는데, 2008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어 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최종 처분장 건설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사업에 대한 찬·반 의견은 기본적으로 처분장의 안전성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크게 중·저준위폐기물과 고준위폐기물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에서 발생된 대부분의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이 낮은 중·저준위폐기물이며 이번에 확보하려는 관리시설도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이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대부분이 반감기가 30년 이하인 방사성물질이고 이를 약 300년 정도만 관리하면 방사선이 거의 나오지 않는 일반폐기물이 된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자손 만대에 오염된 황폐한 땅을 물려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민들은 '방사성폐기물' 하면 일본 히로시마 원자폭탄을 연상한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으로,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안전하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받고 있는 방사선의 양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연간 섭취하는 음식물을 통해 받는 방사선량은 140밀리렘(mRem)이고, 자연 속에서도 100밀리렘의 방사선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는 외국의 방사선 유출 측정결과를 보면 1밀리렘에 불과하다. 이는 사람이 엑스레이(X-Ray) 1회 촬영시 받는 방사선량이 100밀리렘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 안전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 처분장이 주변에 미치는 방사선의 영향을 연간 25밀리렘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보다 훨씬 더 안전하게 연간 10밀리렘으로 제한한다. 우리나라의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은 국제규격보다 안전하게 설계되어 실제로 처분장 주변의 방사선 영향은 일년에 1밀리렘이 넘지 않게 된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은 청정시설인 셈이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에너지 문제를 현실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에너지안보가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태양력이나 수소에너지 등 대체에너지가 현실화되기 전까지는 우리에게 별다른 대안은 없다.

게다가 원자력은 화석연료에 비하면 청정에너지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등 대기오염가스를 배출하지 않을뿐더러 원자력발전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양도 지극히 적거니와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기술은 이미 확보되어 있다.

진정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고 우리의 환경을 걱정한다면 어떤 에너지자원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고 또 상대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지를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최근 전남 장흥군의회가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유치를 적극 희망한다는 내용의 주민청원을 만장일치로 가결하고, 전북지역에서도 양성자가속기 사업과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의 연계유치 방안이 공론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님비(NIMBY) 등 부정적 이미지로 비쳐지던 지역여론을 합리적 공론의 장으로 승화시켜 나간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정부에서도 이번에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과 양성자가속기를 연계 설치하고, 해당 지역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 대한 합리적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 더 이상 늦춰질 수 없는 입지확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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