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특히 전기공학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이 현상을 그대로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자원부국도 아니요, 땅이 넓은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벌어놓은 돈이 많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이 곧 재원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우리나라는 인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열에 낄 수 있었다. 기술이라는 것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존재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경제를 이끌어 온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 조선, 전기·전력, 전자산업 등이다. 모두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이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있다. 향후 10년 후, 20년 후 대한민국을 이끌 공학도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전기공학 분야만을 한 번 예측해 보자. 전력산업에 있어 가장 근간이 되는 발전소, 송전선로, 변전소, 배전설비 등은 수명이라는 것이다. 즉 일정 수준이 지나면 낙후되게 되고, 손실이라는 것이 발생한다.

그래서 현재 전력회사를 중심으로 좀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설비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만약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이들이 없다면 결국 지금의 설비를 개량 없이 계속 쓰게 된다는 것인데, 그만큼 손실도 많아지고, 고장도 발생하고, 결국 ‘고물’로 전락해 버린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향후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연료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은 더욱 심각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타개할 방법은 기술력으로 커버하는 수밖에 없다. 적은 연료로 발전을 하고, 손실을 최대한 줄여서 전송을 하고, 전력소비를 최소로 사용하는 기기를 생산해 내는 기술력이 필요한데, 문제는 이를 개발할 인재가 없다면 서두를 꺼낼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특히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엄청난 비용과 기간, 그리고 우수한 인재가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 같은 이공계 기피 현상이 지속된다면 이런 역할을 해내야 할 우수한 인재들이 향후 짧으면 10년 안에 전기계로 투입이 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 전력산업계, 학계 등은 이러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앞으로 발전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할까.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문승일 교수를 만나 그 해법을 들어봤다.

<인터뷰 -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문승일 교수>

“전기공학은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국가경쟁력 악화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
과학 기술인 우대하는 분위기 만들어야

전기공학자가 되게 된 계기는

많은 공학자들이 그렇듯이 저 또한 어릴 적부터 유별나게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저는 모든 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쉽게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에디슨과 아인슈타인과 같은 과학자를 좋아했고, 과학 잡지를 보면서 꿈을 키워갔습니다. 강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저에게 여러 가지 취미를 갖도록 했고 오늘날의 제가 있게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10대에는 라디오 조립을 하며 신기해했고, 미국유학 시절에는 아마추어 무선사가 돼 우리나라와 교신하기도 했으며, 귀국해서는 모형 비행기나 자동차의 라디오컨트롤에 큰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롭고 신기한 것에 대한 끝없는 관심이 저를 공학자가 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오며 주변에서는 법대나 의대에 진학할 것을 권유했지만 저의 생각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전력 시스템 공학을 전공하는 교수로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정부나 한전 등 많은 관련 기업들과 함께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마 저만큼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과 만족을 느끼며 사는 사람도 찾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과학자의 꿈을 키우던 수십 년 전에는 과학자와 기술자는 많은 어린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많은 능력 있는 젊은 학생들이 이공계 기피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해 여유 있는 생활을 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운 일을 기피하려고 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많은 기술직 종사자들이 해임되는 모습을 보면서 유능한 젊은이들이 어렵고 힘든 이공계에서 발길을 돌려 안전하고 편안한 직업을 찾아 나서게 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이공계 기피현상은 뚜렷한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게 됐고 이는 장래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IT(정보통신)의 발달로 일부 정보통신 관련 학과는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는 하지만 공학분야 전반에 걸친 기피 현상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기술력과 인적 자원으로 급속히 성장해 온 나라입니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기술력과 인적 자원이 국가를 성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입니다.

이에 국가적인 노력을 통해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가에서는 과학 기술인을 우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공계를 나오면 취직도 잘되고, 연봉도 많이 받고, 나이 들어서도 꾸준히 다닐 수 있으면서,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국가는 이공계의 우대 분위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공계를 진학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에게 도전하는 정신을 함양시켜, 이공계가 미래를 향한 도전과 도전하는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할 것입니다.

전기공학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은 사람들에게 전기공학분야는 보수적이고 변화가 느린 분야로 알려져 왔지만 지금 전기공학은 혁명이라고 할 만한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고 우리 전기공학자들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수많은 기술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력산업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지난 100년 이래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에 이뤄진 반도체, 컴퓨터와 통신공학의 혁명에 이어서 전력공학에서도 HVDC, 분산전원,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등의 전력 신기술이 대두되고 있으며,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신재생에너지원과 관련한 기술개발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는 등 에너지가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의 장래를 걸고 미래를 대비한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수준은 기술, 실적, 전기품질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앞으로 10년에서 15년 이내에 마무리될 전력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혁명에 국가적 차원의 집중적인 투자가 절실한 시기에 와 있습니다.

아직 세계시장에서 절대적 강자가 나타나기 전인 변화의 시기인 지금, 기술 개발을 통한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전력 기술 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곧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을 이어서 앞으로는 전력산업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현시점의 대한민국의 전력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 한전을 살펴보면, 한전은 세계적인 전력기업으로 전력효율 및 전기요금 등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지만 세계시장 진출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미래의 한전은 다음의 세 가지 역할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해야 할 것입니다. 첫째는 값싸고 질 좋은 전기공급을 통한 공기업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둘째는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진출로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국민기업의 역할을 하고 아울러 통일을 준비하는 민족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젊은 학생들에게 드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꿈을 가진 젊은이에게 미래의 기회는 무한합니다. 도전을 피하지 않고 변화에 맞서는 용기 있는 젊은이에게 전기공학은 바로 그 꿈을 펼칠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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