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단체수의계약과 관련해 전기공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착잡하고 답답한 기분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많은 전기공업인들에게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필요성은 말 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중소기업들이 경기불황 속에서 그나마 근근히 버텨 온 것도 단체수계라는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혜’니, ‘시장에 역행하는 제도’니 하는 폐지론의 거센 공격 속에서도 단체수계는 현재까지 존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전기조합의 800여 조합원사들은 단체수계를 매개로 묶여있는 공동체라 할 수 있다. 단체수계를 살려야 한다는 명제는 조합원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단체수계를 살리기 위한 대응이 통일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조합의 분열과 내홍이 어제오늘 일인 것은 아니지만, 가족끼리 대립하다가도 외부에서 문제가 생기면 일치단결해 그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정서이고,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기조합은 힘을 모아 대응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국에 “우리를 몰아내려고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가나”,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데 무슨 수로 힘을 모으나”하는 식으로 서로에게 냉소적인 시선만을 보내고 있다. 마치 정치판을 보는 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힘을 모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서로가 느끼고 있고, 간헐적으로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서로의 입장 차이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걸려있기는 하지만, 절망적인 정도는 아니다.

이제 각 이해당사자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스스로의 명분과 주장만을 내세워 순간의 승자가 되는 길을 택할 것인가, 화합과 타협을 통해 외부의 문제를 해결한 영웅이 돼 영원한 승자가 될 것인가.

조합원들은 현명하다. 누가 진정으로 조합을 위하는 세력인가를 판단하는 준거를 단체수계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에 두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200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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