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라운드 중 골퍼와 캐디는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골프장의 관습이요 풍경이다.

일부 나인 퍼블릭 코스에서는 셀프 카트를 사용하는 곳이 있으나, 캐디가 없게되면 경기진행이 느려지고 디보트(divot)를 보수하는 등의 코스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생긴다는 이유로 거의 캐디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스포츠 종목에서 경기 중에 선수와 보조자가 함께 경기장에 들어가 진행하는 스포츠는 골프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다. 이런 면에서 보면 골프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기에 속한다.

골퍼의 그림자라고 불리는 캐디가 필드와 그린에 같이 설 수 있는 것은 그 역할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캐디를 혹자는 부부와 같은 사이로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그 역할이 현모양처에 비유되기도 하고, 소크라테스의 악처 크산티페로 비유되기도 한다. 부부사이로 까지 비유되는 골퍼와 캐디는 불가분의 관계이면서 또한 반목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이다.

그러나 ‘불가분의 이 동반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가’라고 하면 조금 어폐가 있다 하겠으나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골퍼는 그 날의 성공을 확실하게 점찍을 수 있는 것이다.

캐디를 20㎏짜리 물건을 나르는 포터쯤으로 생각하는 골퍼와 조언과 지원을 받는 유일한 우군으로 생각하는 골퍼와의 차는 천양지차가 날 수 밖에 없다. 문외한들의 눈에 비치는 캐디는 모자에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골퍼에게 볼을 닦아주거나 무거운 골프백을 들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쯤으로 보이기 쉽다. 그러나 캐디들이 골퍼들의 질문 중에 가장 많이 받고 조언하는 내용은 “거리가 얼마나 되느냐, 라이를 어느 쪽으로 봐야 하느냐”하는 등의 어려운 질문이고 보면, 그들을 단순한 포터쯤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유명한 PGA 대회를 보면 이들 프로골퍼와 한 조를 이루고 있는 캐디들은 그들의 전문성이 얼마나 크고, 그리고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 지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최근 PGA 대표주자인 ‘타이거 우즈’만 해도 그를 돕고 있는 과학자와 진디전문가, 심리학자들이 한 팀을 이루고 대회를 준비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캐디의 역할은 가장 중요하다.

멘탈게임인 골프에서 강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골퍼들에게 캐디는 지략이 뛰어난 참모이기도 하고, 때로는 지혜롭고 참을성있는 내조자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상금의 10%를 캐디가 가져가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신문에 보면 몇몇 프로캐디는 백만장자의 대열에 끼어 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티샷에서부터 페어웨이 낙차지점과 그린의 공략지점까지 오차없이 계산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선수의 습관과 컨디션, 더해서 선수의 심리상태까지 두루 살펴야 하는 캐디는 골퍼 이상의 재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불화로 인하여 결별했다는 유명 골퍼와 캐디 이야기는 종종 신문 가십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골퍼와 캐디가 대립을 일삼는 관계로 오해해서는 안된다. 20년간을 동고동락한 ‘잭 니클라우스’와 캐디 ‘윌리 피터슨’이 있는가 하면 죽음 직전까지 뜨거운 우정을 간직한 프로들이 있다.

프로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아마추어도 골퍼와 캐디의 파트너쉽이 그 날의 하루 라운드를 좌우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캐디문화를 전해 준 일본은 점차 셀프 카트에 더해서 전동 카트화 해 가는 추세로 변해가고 있다. 만만찮은 캐디피를 줄이고, 값싼 대중 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하여 우리 당국도 좀더 분발하여 정책을 유도했으면 한다.


200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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