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심 규제가치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해외 시장 개척은 안전 인프라 구축이 ‘우선’
설계·건설·운영 전 단계별 검사 시스템 구축
국내·외 원자력안전 리더 육성 프로그램 마련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는 말은 그야말로 원자력 안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원자력 안전은 원자력산업을 존재하게 하는 탯줄과 같은 유일한 생명선이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은 부존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에서 전력 산업의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다. 아울러 정부의 장기전력수급계획에 따라 2015년까지 모두 26기의 원전을 보유할 계획이며, 방사성 동위원소와 방사선 이용기관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원자력의 생산과 이용은 어디까지나 안전성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원자력으로 이한 피해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에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원전 산업도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즉 원전 산업을 유지하는 길은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길과 일맥상통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원자력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설을 안전하게 설계, 건설, 운영해야 하며, 그러한 과정을 철저히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성을 철저히 확인·감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법령·제도 등을 잘 갖춰야 하며, 그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조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중심에 윤철호 원장이 있다. 윤 원장은 1982년 원자력연구소에 입소했으며, 1990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창립 멤버로서 지금까지 안전규제부장, 기획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한 바 있는 원자력계의 베테랑이다.

이에 원자력안전기술원 윤철호 원장으로부터 원자력 안전의 중요성과 이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정책적 방안을 들어봤다.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윤철호 원장.
■ 원자력 안전의 중요성은.

원자력 안전성 확보는 국내 원자력발전설비의 확충과 원자력플랜트 수출은 물론, 앞으로의 50년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입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로 각광받던 1970년대의 원자력발전 전성기를 몰락시킨 것은 다름 아닌 TMI와 체르노빌로 이어지는 원전사고였음을 상기해야 합니다. 안전 최우선 정책과 경영, 안전기준의 글로벌화, 안전기술개발 및 설비의 선진화, 안전문화의 정착 등이 선결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원자력의 오늘과 내일은 없습니다.

아울러 세계 원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전제돼야 하는 것이 원자력 안전입니다. 우리나라의 성공적인 국가 원자력 프로그램은 원자력 후발 국가들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원전 건설 경험이 오래된 선진국들도 우리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 국제사회는 우리에게 기술공여국이자 국제규범의 리딩 국가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국제협의체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글로벌 안전체제를 강화해 나가는 한편, 우리의 규제경험과 기술력을 국제기준으로 반영시키는 일에도 적극 도전해야 합니다.

■ 원자력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안전규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사회경제적 통제수단’으로 인식하던 규제를 ‘국가의 안전과 생산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중요한 정책도구’로 인식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패러다임부터 ‘소비자 중심의 규제가치 서비스 제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즉, 규제업무 최고의 가치는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가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고, 원자력산업계의 안전문화 수준을 높여줘 국민들에게 안전한 원자력에 대한 믿음을 제공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또한 원자력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국가 원자력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해 나감에 있어 국민과의 불통으로 인해 겪게 될 수 있는 불필요한 긴장, 오해, 갈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소통입니다. 특히 아직도 일부에서는 위험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원자력산업은 더욱 그러합니다.

■ 원자력시설 검사·심사의 진행 방식은.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자력발전소의 전 생애 기간 동안 안전성을 확보, 유지할 수 있도록 건설단계, 운영단계, 설계수명 이후 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안전심사 및 검사가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설단계에서는 건설허가 신청에 대한 안전심사, 건설 중인 발전소에 대한 사용전검사 그리고 운영허가 신청에 대한 안전심사가 진행됩니다. 운영단계에서는 정기검사와 함께 주기적 안전성 평가 결과에 대한 안전심사가 이뤄지며, 마지막 단계인 설계수명에 도달한 원전에 대해서는 원전의 운영자가 계속운전을 신청하는 경우 이에 대한 안전심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 국내 안전 기술 수준은.

한국형경수로를 개발하고 핵연료국산화를 이룩한 우리나라는 국제원자력시장에서의 위상이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원자력기술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원전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으며 안전 분야에서도 그 이상의 선진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국제규범으로 정한 원자력안전협약에 대한 이행결과에서도 우리나라는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에 향후 원자력 르네상스가 본격화되면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우리나라의 우수한 기술과 인력의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원전안전관리시스템 중 특징적인 기술을 소개해 주신다면.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감시와 사고시 비상대응을 위해 AtomCARE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톰케어 시스템은 2008년에 특허를 획득한 세계적인 원자력 안전 종합 전산시스템으로써 평상시 원자력발전소의 운전 상태를 감시할 뿐 아니라 전국토의 환경방사선량을 감시하는 기능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원전에 중대한 사고가 생겼을 경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방사능 확산지역을 예측, 지리정보를 이용해 주민들의 대피를 지원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현재 국내에서 운전 중인 20개의 원자력발전소와 하나로 연구로에 대한 안전상태를 감시하기 위해 온도, 압력, 유량, 방사선량 등 중요한 안전 측정값을 10초에서 20초 간격으로 실시간 전송받고 있습니다.
특히 발전소의 출력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거나 원자로가 정지될 경우 사람이 없더라도 자동으로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관련 전문가들에게 송출해 전문가들은 어디에 있던지 발전소의 상황을 알 수 있으므로 신속히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 안전한 원전 설계·운영을 위한 정책 및 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운영에 대한 안전규제체계 및 제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국제적인 수준으로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규제체계에서의 경험과 함께 국제적인 안전규제 기술발전 및 동향 등을 반영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계속 유지, 제고하는 동시에 보다 효율적으로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부 개선이 필요합니다.

우선 가동 중 원자력발전소의 주기적 안전성 평가에 대한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는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종합적인 안전성을 다시 평가하고 필요시 안전성을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개선사항을 도출·이행해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유지 및 제고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주기적 안전성 평가 제도는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원자력 선진국에서도 중요한 제도로써 실시되고 있으며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의 내용을 더욱 세분화한 지침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또한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연구용 원자로 등에 대해서도 주기적 안전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의 경험과 국제적인 기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주기적 안전성 평가의 내용 및 대상 시설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주축이 돼 개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 원전 수출을 위해 안전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원전 수출의 전제조건은 바로 수입국의 원자력 안전성을 어떻게 확보해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원자력을 도입하는 나라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바로 안전 문제이므로 수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수입국의 원자력안전을 확실히 챙겨주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는 우리의 수출 노력을 견제하려 할 것입니다. 따라서 신규 원전 도입국의 안전규제 조직과 체제를 구축하고 필수 안전인력을 양성하는 등, 안전 인프라의 구축을 지원하는 것이 원자력 수출에서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 원자력시장 규모의 증가 폭도 가히 폭발적이어서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입니다. 특히 연료 공급의 안정성, 경제성 등 여러 측면과 환경측면을 감안할 때 원자력에너지 확대정책은 많은 국가들의 선택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20여년간 꾸준하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해 온 유일한 국가로 해외 원자력 시장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자력플랜트 수출은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대한민국의 기술과 도덕과 안전수준에 대한 무한신뢰를 함께 수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안전인프라 구축의 지원은 원전 수출의 첫 단계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는 그동안 원전 수입 가능국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전인프라 구축을 지원해왔습니다. 특히 금년 하반기부터는 세계 최초로 국제 원자력안전 석사 프로그램을 개설해 각국의 원자력안전 리더를 제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 원자력 안전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중요할텐데.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지난 30여년간 축적한 원자력 안전규제 기술을 더욱 배양하기 위해 ‘원자력안전학교’를 개설했고, IAEA와 협력해 세계 최초의 ‘국제원자력안전학교’를 개설한 바 있습니다.
 
특히 국제원자력안전학교는 세계 각국이 저탄소-녹색성장의 주축으로서 친환경적인 원자력에 주목하고, 우리 정부도 원자력발전의 확대 및 원전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개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교육 사업이 밑거름이 돼 IAEA 및 원전후발국, 특히 원전을 신규로 도입하려는 국가들의 원전 시장 진입이 훨씬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원자력 업계 종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세계가 대한민국의 국가 원자력 프로그램에 경외심을 갖는 것은 원전 운전 실적이 우수하다는 사실 외에도 우리 원전의 안전에 대한 신뢰에 기인하는 바가 큽니다. 하지만 원자력계는 절대 자만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오로지 믿고 느낄 수 있는 안전, 글로벌 리더십, 소비자 중심의 규제가치 서비스, 과학기술자들의 진실한 목소리와 진정한 리더십이 담긴 소통 등을 위해 정진할 때만이 국가의 지속적인 녹색성장을 이끌 원자력의 ‘앞으로의 50년’은 존재할 수 있음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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