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관련법 시행 관련 강경입장 고수
한국노총, 임시대의원대회서 총파업 결의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노총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전입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서는 1997년 여야 합의하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노사의 반발로 세 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행되면서 13년 동안 적용이 표류되고 있는 법안으로,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유예기간이 종료되며 내년 1월부터는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부 임태희 장관은 지난 1일 취임하면서 전임자 임금지급·복수노조를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다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은 전임자 임금지급 및 복수노조 법안을 시행할 수 없다며, 지난 15일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했다. 또한 한전 본사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총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이에 전임자 임금지급·복수노조 규정을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이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노동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 한국노총은 지난 15일 한전 본사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국노총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와 연내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5일 한전 본사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법안 시행과 관련해 이 같이 결의하고 시기와 방식에 대해서는 집행부에 위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난 13년간 세 차례나 유예된 법조항을 내세워 노조전임자 임금을 법으로 금지하겠다는 것은 노동조합을 쓸어버리겠다는 의도”라며 “만약 정부가 유연한 태도로 이 문제를 노사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 시행을 강행하겠다면 한국노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투쟁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악법이며 ILO(국제노동기구) 국제기준을 무시한 반노동법”임을 지적하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는 노조를 제압하기 위한 개악”임을 분명히 했다.

또한 장 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와 더불어 내달 7일에 열릴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진행될 전산업 총파업 찬반투표를 위해 모든 조합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이 참석했으며, 이들은 연대사를 통해 “한국노총 출신으로서 노동운동이 요구하는 대의를 분명히 알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 전임자 임금을 쟁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대회사와 연대사가 끝난 후 의안 심의에 들어가 제1호 안건인 총파업 결의에 관한 건과 제2호 안건인 정책연대 파기 위임 결의에 관한 건을 일괄 상정, 열띤 대의원 토론에 들어갔다. 일부 대의원들은 정책연대 파기를 한국노총 지도부에 위임하지 말고 내달 7일 노동자대회 당일에 발표하자는 강경 발언을 하는 등 정부의 노조탄압 정책에 대한 한국노총의 분노를 여실히 내보이기도 했다.

대의원 표결 결과는 제1호 총파업 결의 안건은 만장일치로, 제2호 안건은 참석 대의원 652명 중 650명이 찬성하는 등 압도적 지지로 두 안건은 모두 통과됐다.

이어 진행된 노총지도부 투쟁결의식에서는 장석춘 위원장과 최근 한국노총 상근부위원장으로 취임한 김주영 위원장(전국전력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노총지도부 6명이 삭발을 통해 굳은 투쟁 의지를 다짐했다.

한편 한국노총 지도부는 임시대의원대회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기자회견문에서 한국노총은 “정부의 시대착오적인 반노동 책동을 100만 조직의 역량을 모아 저지할 것”이며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총파업과 정책연대 파기를 실행에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대의원대회 결의에 따라 한국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70여개의 정부위원회 참여를 중단하고 지역단위의 노·사·민·정 협의회 활동도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26개 회원조합과 16개 시도지역본부, 54개 시군구지역지부에 15일 이후 무기한 활동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투쟁 지침을 시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제부처에게 노동정책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사문화된 법조항 강행만 되뇌이고 있다며,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전면 거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외에도 대의원대회를 시작으로 한국노총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생존을 수호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전국노동자대회와 총파업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인터뷰-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한국노총 상근부위원장)
“노동자의 권익을 지켜내겠습니다”

관련 법안 추진…총연맹 차원에서 저지
노사자치주의 위배…자율협의에 맡겨야

▲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한국노총 상근부위원장)
“정부가 노동조합을 탄압할수록 노동자가 힘들어 질 뿐입니다. 정부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을 강경 추진하겠다는 것은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입니다.”

한국노총 상근부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은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법안 시행과 관련해 전력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단위노조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총연맹 차원에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 법안은 단위노조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서 이번 사안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으며, 지난 15일 임시대위원회의를 개최해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를 파기하고 총파업을 결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 결의가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받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1997년 규정된 이래 13년간 유예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이 법안의 불합리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김 위원장은 역설했다.
 
“법안 규정 이래 지난 13년간 세차례에 걸쳐 법안이 유예돼 왔습니다. 이는 법 자체의 문제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서는 이미 법안 규정 당시의 원취지를 벗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과거 관련 법이 규정될 당시, 복수노조 허용은 결사의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한 사업장 내에 여러 개의 노조가 존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조의 난립은 독려하고 결사의 자유는 허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복수노조의 경우 이를 허용하고 싶다면 교섭의 자율권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임자 임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종속을 방지하기 위해 금지한다고 하지만 결국 노조 예산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출범한 전력관련노동조합 산별노조의 단체 협약이 지연이 다소 아쉽긴 하다. 노동자의 생존을 위해 전력연대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었다면 그만큼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다양한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산별이 출범하긴 했지만 각자의 입장이 달라 단체 협약 등이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나아가야할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요즘 같은 때에 산별노조 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각자 처한 입장과 목표 지향점이 달라 단체 협약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결국 전력산업 발전을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인 만큼 하루 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오히려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가 많을 때 전력산별 노조로 나아가는 것도 바람직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의 인권이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현 시점이 서로의 힘을 결합할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사문제는 정부가 개입해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역설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법안 시행에 있어 정부가 개입하는 일이 없습니다. 이는 노사자치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동시에 노사를 압박하는 처사입니다. 모든 노사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관련 법안 폐기 혹은 개정을 위한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며, 반드시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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