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비중만 40% 넘는 변압기 시장 선도 기업
내년 더 어려울 것…R&D·시장개척에 주력해야

국내 변압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산일전기(주)(대표 박동석). 산일전기는 국내 전력산업이 정체 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도, 또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불황으로 밀어 넣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급신장을 해 왔다. 단체수의계약 폐지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반적인 변압기 업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산일전기를 잘 들여다보면 해답이 절로 나온다. 리더스클럽 스물여섯 번째 시간으로 그 해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동석 사장을 만나봤다.


▲ 산일전기 박동석 사장
“그 해법이요? 특별한 것은 없고, 그동안 단지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것뿐인데, 그게 답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산일전기(주) 박동석 사장은 시장에서 살아남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있어 가장 밑거름이 되는 전제 조건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꼽았다. ‘누구는 노력 안하나?’ 라며 싱겁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겠지만, 산일전기의 꾸준한 노력이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아는 순간 그 생각도 곧 바뀌게 된다.

우선 1987년 산일전기를 설립한 박 사장은 리액터, 특수변압기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노력 덕분에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일본에서 산일전기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꾸준히 거래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경 틈새시장만을 공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어떻게 회사를 성장시킬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특수변압기 외에 범용변압기까지 확장하고, 해외시장 역시 다변화를 추구하게 됐습니다.”

산일전기는 확장 이후에도 무리 없이 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었는데, 그 비결은 역시 사업 초기부터 꾸준히 추진해 온 R&D 투자였다는 것이 박 사장의 설명이다.

“R&D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 왔고, 또 앞으로도 유지할 생각입니다. R&D가 없다는 것은 그 회사의 비전도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과감한 투자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여기서 박 사장은 모든 부분에 있어 지속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또 장기적인 비전을 바라보며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즉 단기적으로 시장을 바라보지 않는다.

“전력기기는 한 번 보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닙니다. 한 번 설치하면 수 십 년을 써야 하기에 바이어가 한 번 보고 물건을 사겠다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영업이든, 기술개발이든 뭐든지 꾸준히 해야 합니다.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결정적일 때 그 보이지 않는 힘은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한 보이지 않는 힘들이 합쳐진 것일까. 최근 몇 년의 산일전기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2007년 산일전기는 ‘비전2010’을 발표 했는데, 이는 2007년 대비 2010년 매출, 수주, 이익 모두 2배를 달성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매출만 올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익까지 함께 올라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올 해 당시 제시했던 목표치에 모두 근접했습니다. 내년도에는 비전2010 발표시 내세운 목표를 초과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에서의 노력도 꾸준히 해 오고 있어 올해 매출 중 40% 정도를 수출로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꿈같은 비전이 아닌 실현 가능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서 직원들이 목표의식을 갖게 됐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한 것이 가장 큰 성공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도 경기 전망과 관련해 박 사장은 올 해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시장의 경우 투자가 보류되면서 물량이 거의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내년도 역시 이 같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시장 역시 중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쉽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변압기 업계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규모 부도와 같은 최악의 상황은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 순간적으로 너무 큰 충격이 가해지면서 대규모 부도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지만, 그동안 수차례 위기를 맞으면서 대응한 만큼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박 사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살아남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박 사장은 지적한다.

“단체수의계약이 존재하던 시절에는 기술 개발에 투자한 회사가 더 어려웠습니다. 가만있어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데, 기술개발에 투자하면 그 만큼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 번 보십시오. 당시 수익 중 일부라도 기술개발에 투자한 회사들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하지만 당시 안이한 태도로 품질 개선 노력을 게을리 했던 기업들은 지금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습니다.”

이에 박 사장은 기술개발, 시장 개척에 더욱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본인도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모두가 망한다고, 우리도 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모두가 잘된다고, 우리도 잘되는 것 역시 아닙니다. 우리가 무엇을 개척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물론 어렵지요. 하지만 찾으면 꼭 길은 보입니다.”

특히 현재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와 관련, 박 사장은 어떻게 스마트그리드와 변압기를 접목시킬 것인가를 찾는 등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내수 시장에서의 과당 경쟁에 대해 이제는 서로 보호자가 돼야 할 시점이 왔다고 강조했다.

“과당경쟁은 모두를 어렵게 하는 원인입니다. 가격을 낮게 책정해 물량을 많이 확보한다고 해도, 원가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결국 본인도 어렵게 만들고, 남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됩니다.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끝으로 박 사장은 민수 변압기 시장의 경우 정부가 품질 확보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가 입찰이 만연한 시장 구조 때문에 저품질의 변압기들이 대거 납품되고 있다는 것. 박 사장은 물론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손실이 항상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전력기기의 고효율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 정부의 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그 손실을 막는데 좀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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