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지 조건·근무 환경 더 나빠질 듯
공공부문 연대전선 복원…공동 대응해야

노조 전임자 임금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한국노총과 정부, 경총이 지난 4일 가까스로 합의점을 끌어내면서 한나라당이 노조법 개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번 합의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현실적인 타협이었다는 주장과 완벽한 패배라는 주장이 맞서면서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정부, 경총의 야합이라며 개정안이 국회에서 강행처리 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연말을 기점으로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한 개정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국노총 상근부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을 만나 노조법을 둘러싼 갈등의 해결 방안 및 향후 전력 노동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
“올 한해는 그야말로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한해입니다.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분 아래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며, 노동계는 밀릴대로 밀려 이제는 더 이상 밀려날 곳도 없는 상황입니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김주영 위원장은 이번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스스로도 혼란스럽고 곤혹스럽다며 입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전국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여의도 천막 농성, 한나라당 당사 점거 등을 실시하며 ‘노조 말살 음모 분쇄, 단체협약 사수, 전임자임금 노사자율 쟁취’를 위해 맞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한국노총의 투쟁 전선이 다소 흐트러졌으며,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야기됐다고.

하지만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현행 노조법에 따라 내년부터 당장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후속조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야 할 때라고 김 위원장은 지적했다.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아닐뿐더러 일부 사항에 대해서는 시행령으로 대처키로 한 상황입니다. 또한 야당과 민주노총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에 타임오프제 시행 범위 등 노·사·정이 합의한 방향대로 관련 법안이 시행될 수 있도록 끝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입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향후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권익 보호를 위해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대반격이 일어나지 않는 한 끝도 없이 추락하는 상황이 야기될 수 있다는 위협마저 느껴집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정원감축 및 신입사원 임금삭감 등의 시행에 대해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목하에 공공부문 때려잡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올해에는 정부의 공공부문 탄압 정책에 따라 사측들이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정원감축, 신입사원 임금삭감 등을 이사회에서 의결하는 사태가 초래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진화라는 명목하에 공기업이 직격탄을 맞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선진화는 다함께 잘사는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지 하향평준화를 유도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부문의 복지·근무환경이 열악해져 노동자들이 위축된다면 공공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현 상황은 민간기업보다 복지 부분에서 열악한 상황들이 초래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공공부문이 위축되면 공공부문이 담당하고 있는 공공서비스 사업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공공부문의 근무·복지 환경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는 내년도 사업으로 임금 동결, 퇴직금 산정기준 변경,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금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과거에는 노동자들의 권익과 근무·복지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내년에는 더 이상 밀려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즉 김 위원장은 노동자의 권익을 유지하고 지켜나가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올 한해가 곤혹스러워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크기만 내년이라고 딱히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올해보다 더 힘든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선다면 노조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에 심기일전하는 자세로 출발선상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공공부문의 경우 특정 기업이 나서 정부의 정책에 대응해 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비록 이해관계가 달라 결속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공공부문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던 전력산별의 경우만 살펴봐도 출범식까지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좁혀지지 않아 결국 무산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대응하고 공공부문의 입장을 피력해 나가기 위해서는 연대차원의 대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공공부문이 살아남기 위해 뭉쳐야 할 때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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