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화도 중요…활성화된 시장 급선무
육상풍력 계통연계 각종 제약 아쉬워

 

“잘 아시겠지만 한국남부발전 사장 재직 당시 사업 추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지만 한경풍력을 추진하면서 풍력과 연을 맺게 됐다. 현재 풍력산업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풍력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밀알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도 다 그때 경험 덕이다. 남부발전 사장이 됐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한국풍력산업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임택 회장의 말이다. 이임택 회장은 2007년 협의회를 시작으로 지난 3월 지경부의 인가를 얻기까지 4년 동안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었다.
이제는 협회가 정식 발족한 만큼 풍력산업이 불같이 일어날 수 있도록 각종 투자와 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한 지원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한국풍력산업협회 이임택 회장을 만나봤다.

 “과거 풍력발전설비는 소음, 환경파괴 등의 애물단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탄소 녹색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확보 뿐만 아니라 국내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점차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이임택 풍력산업협회 회장은 현재 풍력산업에 대한 현주소를 진단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풍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설명했다.

“소형에서부터 해상용 대용량 풍력 개발을 위한 각종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본력과 기술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해상풍력이나 대용량 풍력단지 개발 위주로 또한, 중소업체들은 중소형 풍력을 중심으로 역할을 나눠 추진한다면 풍력발전 산업이 좀 더 빠르게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회장은 역할분담과 함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정부가 많은 돈의 예산을 책정해서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지금도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에 비해 생각이 닫혀있는 듯합니다. R&D 또한 우선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국산화 기술개발 또한 중요합니다. 하지만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 또한 국산화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 회장은 국산화를 통한 국내 사업 육성도 필요하지만 보급, 즉 시장의 확장도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국내 자동차 수출 1호인 포니를 예로 들었다.

“포니 자동차도 처음에는 이태리에서 설계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해외 부품·엔지니어링사들은 국내에 들어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 유수의 부품·엔지니어링사들은 앞 다퉈 한국에 공장을 세웠던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풍력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시장을 키우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해외 풍력 타워·발전기·블레이드 등 제작·부품업체들도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입니다. 그 만큼의 저변이 확대된다면 수출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독자기술도 중요하고지만 기술도입 후 이를 보급하고 투자를 유인하는 것이 바로 풍력산업이 ‘챔피언’이 되는 길이라는 게 이 회장의 입장이다. 현재의 풍력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활성화된 시장’이 있어야 하며 시장이 커지면 그만큼의 산업이 동반성장하게 되고 수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2030년까지 풍력발전 규모를 4.7GW로 예상하고 총 발전량의 3.2%인 15.7TWh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4대 조선사가 풍력산업에 참여하면서 목표치를 총 전력공급량의 10%가량인 50TWh까지 높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내에서 보급의 의지가 있다고 봅니다. 풍력발전 목표치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풍력산업이 과거 자동차산업 못지않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 회장은 지속적으로 시장의 창출, 저변 확대에 대해 강조했다.

“아직 해상풍력에 대한 기술과 제반 제도가 미진한 편입니다. 육상풍력의 경우도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전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우리나라의 22.9㎸ 배전선로는 세계 어디를 내놔도 최고입니다. 이러한 배전선로를 이용, 풍력발전 설비의 계통연계가 쉬워진다면 육상 풍력 보급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임택 회장은 현재 제도와 인식의 부족으로 인해 풍력발전기의 계통연계가 용이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한전이 적극적으로 수용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현재 약 3000㎿의 풍력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대용량 풍력뿐만 아니라 소형풍력도 활성화 돼 있습니다. 독일에 가봤더니 마을단위의 소규모 풍력단지를 상당수 볼 수 있었습니다. 풍력발전 주인은 동내 아주머니로 농사도 짓고 풍력을 통해 생산된 전력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등 농시와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임택 회장은 소형풍력 보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외국의 지역사회 풍력발전단지(Community Wind farm)를 제시했다. 전국 곳곳의 바람골에 소규모 풍력발전을 세우고 전력을 생산한다면 각각의 풍력에서 녹색 전력이 생산됨은 물론이며 부수입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복안이다.

최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세계풍력에너지협회에 지경부 관계자 등과 함께 참석한 이임택 회장은 한국의 RPS(신재생의무할당제)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 원희룡 의원실에서 개최한 ‘그린펀드 세미나’ 등에 참석해 풍력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력했다고 한다.

“30여개의 회원사로 협회가 출발했으며 최근에는 10여개사가 협회에 추가적으로 가입했습니다. 영국 풍력협회의 경우도 30여개사로 출발해 현재는 100여개가 넘는 풍력관련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풍력산업협회도 풍력산업의 대형화를 견인할 수 있도록 많은 업체의 참여와 함께 국내에 녹색전력, 녹색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서울대에서 전력계통, 지식기반시스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남부발전 사장으로, 이어 약 33㎿의 풍력발전을 가동중인 한신에너지 회장, 한라풍력 대표이사로 지속적으로 변신해 온 이임택 회장은 ‘풍력발전 전도사’를 넘어서 ‘열혈 풍력쟁이’의 아우라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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