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초로 남아공에 ‘도전장’

“현재 전기공사업계는 3D 업종이라는 편견에 따른 기능 인력의 고령화, 건설경기의 부진 및 과도한 경쟁에 따른 채산성 악화, 각종 제조의 변화 등에 따른 냉혹한 경영환경을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는 지난 9월 국회 신성장산업포럼이 ‘신성장 산업발전을 위한 전기공사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민주당 노영민 의원이 강조한 말이다. 사실상 전기공사업계는 외형적으로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전체 전기공사 실적이 2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기란다. 그리고 실제 위기다. 그야말로 중차대한 기로에 서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다.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로 인한 채산성 악화, 젊은 인력들의 부족으로 인한 인력 수급 부족 현상 도래, 경기침체로 인한 공공공사 물량 감소, 턴키발주 확대 등 심히 전기공사업계가 위기에 닥쳤다고 해도 될 만한 사항들이 너무 많이 산적해 있다.
그럼 살아남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그 방안 중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해외로의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 다 말이 쉽지,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전기공사업계의 현실을 보면 상당한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벽을 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여기 그 벽을 헤쳐 나가는 이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400kV T/L 입찰 앞두고 ESKOM 실사단 방한
중소기업 전기공사 해외진출 롤 모델 제시한다

▲ 조일전설 조의형 사장(오른쪽)과 남아공 현지법인 LPJ 전종섭 법인장.
국내 전기공사 시장이 점차 한계에 부딪치면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공사업체가 해외 진출에 성공하는 경우, 특히 중소기업이 그러한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주)조일전설(대표 조의형)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현지법인인  ‘LPJ SA Engineering & Construction’(이하 ‘LPJ’, 법인장 전종섭)가 전기공사, 그것도 400kV급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일전설은 한전의 전기공사, 철도시설공단·철도공사의 전기철도 공사 등을 맡아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완벽시공을 해 온 전기공사 전문기업이다. 올 전기공사업계 시공능력평가에서 전체 1만2483개 업체 중 36위에 랭크될 만큼 국내 최상위 전기공사 전문업체로 명성이 높다.

LPJ 전종섭 법인장은 동부건설, 삼부토건에 재직하며 30여년 넘게 대부분 송전선로 공사를 담당했던 베테랑으로, 우리나라 765kV 1단계 사업 중 삼부토건 현장소장을 맡아 가장 험악한 지형으로 악명이 높았던 765kV 신태백 송전선로 제2공구 건설공사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2007년 모 건설회사의 고액연봉자로 간 전 법인장이었지만, 회사가 철수하면서 난항을 겪게 된다. 그러나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본 그는 그냥을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현지에 LPJ를 따로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 수주를 위해 조일전설 조 사장과 손을 잡은 것이다.

조의형 사장은 “당시 남아공 현지를 방문해 관련 기업 및 현장을 둘러보면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무엇보다 1회성 사업이 아닌 현지법인을 통해 향후 20~30년간 운영이 가능한 사업이라는 차원에서 조일전설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종섭 법인장은 사업 초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려다 보니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기공사에 필요한 건설업면허(CIDB)를 받는데까지만 해도 2년이 걸렸다. 그리고 지난해 전 법인장은 CIDB를 갖고 남아공 최대 전력회사인 ESKOM사에 변전소 및 400kV급 이상 송전선로 건설공사와 관련한 벤더 등록을 국내 최초로 유일하게 등록한 것이다.

그리고 전 법인장은 내달 초 드디어 ESKOM사 입찰에 참여한다. 이번에 입찰하는 사업은 400kV급 송전선로를 184km 구간에 건설하는 것으로, 공사금액(철탑제작+공사비)만 4000만 달러에 이른다.

전 법인장은 “남아공의 경우 대부분 평지인데, 이번 공사 구간은 야산지가 60% 이상이어서 ESCOM사 담당 슈퍼바이저도 산악 지형 건설에 강한 한국기업이 참여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며 성사 가능성을 높이 샀다.

그리고 25일부터 29일까지 실사를 담당할 ESKOM 고위 관계자들이 본사인 조일전설의 시공능력을 평가하고,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한다. 실사단의 경우 한전 본사는 물론, 고창전력시험센터도 둘러보도록 일정이 짜여져 한국의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기술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라는 게 전 법인장의 생각이다.

특히 이번 실사를 통해 LPJ는 내년도부터는 ESKOM사의 765kV 송전선로 건설 입찰에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법인장은 “앞으로 계속해서 남아공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남아공의 경우 2015년까지 2만km 규모의 송전선로(400kV, 765kV) 건설공사가 계획돼 있는 등 장기적으로 무한한 시장이기에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전 법인장의 확고한 의지다.

특히 처음 공사의 경우 인건비 차원에서 불리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우수 인력들을 대거 남아공으로 파견해 우리나라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의 우수성을 뽐내고 싶다고 전 법인장은 전했다.

이번 실사에 대해 조의형 사장은 “한국 최초로 남아공에서 송전선로 건설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모든 실사 과정에서 우리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 사장은 “해외사업의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공부하는 자세로 큰 것을 노리기보다는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대표적인 전기공사 전문기업과 현지법인이 의기투합해 한국 최초로 남아공 송전선로 건설 시장에 진출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지금, 관련 전기공사업계의 이목이 이들에게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무한한 남아공 송전선로 건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그 첫 번째 단추가 잘 꿰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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