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 저가낙찰제 유지할 경우 공사비 하락 등 부실공사 우려/적정가격 산정할 품셈은 지속 필요…폐지주장 실

최근 경실련 등 일부 사회단체가 표준품셈의 폐지와 함께 실적 공사비 적산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건설교통부가 내년부터 표준품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대신 실적공사비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바람직한 공사원가 산정 방식에 관한 논의도 활발해 지고 있다.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란 과거에 시행된 공사로부터 산출된 공종별 계약단가를 근거로 해당공사의 예정가격을 산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건교부는 올해 말까지 전체 8,000여개 공종 가운데 실적공사비를 우선적으로 적용할 대상을 정하고 공종별 낙찰가 등 시장가격과 이윤율을 분석하는 등 준비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건교부는 새로운 원가 계산 방식을 품셈과 시장가격의 차이가 적은 공사부터 우선 적용해 시행 초기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표준품셈 관리업무도 대한건설협회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으로 이관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전기공사협회, 정보통신공사협회, 건설협회 등은 실적공사비 적산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적산제도의 도입 배경

현행 국가계약법령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공사에 대해 발주자가 적정한 공사비를 산정, 예정가격을 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경쟁입찰을 통해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 발주기관이 예정가격을 과다하게 책정할 경우 국민의 세금부담을 가중시키고 예산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반면 예정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할 경우 부실공사를 초래하고 수주자인 시공회사의 경영을 부실하게 만드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적정한 예정가격 산정을 통해 시공자가 공사를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발주자가 기대한 품질과 공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공공공사 발주를 위한 예정가격은 원가계산방법에 의해 산정되고 있다. 이 방법은 정부에서 제정한 표준품셈과 통계청장이 승인한 가격조사기관이 공표하는 자재단가·노임단가 등에 바탕을 두고 있다.

표준품셈은 공사의 표준적이고 보편적인 공법 및 공종을 기준으로 작업당 소요되는 재료수량, 노무량, 장비사용시간 등을 수치로 표시한 적산기준을 말한다. 표준품셈은 그 동안 공공공사 적산을 위한 유일한 기준으로 공사비 산정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표준품셈은 공사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치 못하고, 현장여건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품셈의 범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등 운영상의 경직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일선 시공현장에서는 표준품셈을 근거로 적정한 공사비를 산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표준품셈의 제·개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에 반해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시공법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시공업체의 기술개발 의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번 경실련 등이 표준품셈 폐지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실련 등은 품셈은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는데 업주대표 성격을 지닌 협회에서 관장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각 협회에서 품셈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통신, 건설, 토목, 기계 분야에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품셈업무가 정부기관으로 모두 이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전기공사의 경우에는 한국전기공사협회가 아닌 대한전기협회에서 이미 담당하고 있어 별다른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적가낙찰제 도입 선행돼야

업계에서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도의 도입으로 △적산업무 간소화 △신기술, 신공법 적용 가능 △계약내용의 명확화 △원·하도급간의 투명한 거래 도모 등의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공사비 하락 △업체의 부실 야기 △영세업체의 실적공사비 축적 능력부족 △적산체계의 변화에 따른 혼란 등의 부작용도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가낙찰제라는 전제조건이 우선 충족돼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대한전기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저가낙찰제에서 적산제도가 시행된다면 저가입찰가격이 계속해서 누적되는 현상이 발생해 100원짜리 공사가 1년, 2년 지나면 50원이 될 수도, 아니면 20원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우선 실적공사비 위주로 가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필요한 대안은 적가 낙찰제의 시행. 적정 가격을 중심으로 입찰관행이 정립돼야만 적실적공사비 적산제도가 가장 효율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적가 낙찰제를 시행하려면 적정한 가격을 산정할 수 있는 품셈 역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적산제도의 시행은 당장 시행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니고, 향후 수년간 제도적 정비가 뒤따르면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