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시집 발간…수익금 전액 기부
손수 사진촬영·디자인…가족은 든든한 후견인

글을 쓰는 사람의 문장에는 집필자의 삶이 녹아들어 있다. 문학활동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전국의 어린이에게 지속적으로 기부를 해온 그의 마음씀씀이가 글 속에 고이 간직돼 있기 때문일까? 이학용 한국지역난방공사 강남지사장의 시집에서는 나누며 살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낀다는 그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 특히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13년간 한결같이 도움의 손길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더욱 화제다.

지난 13년간 100명이 넘는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기부를 해온 그를 만나 문학활동을 하게 된 계기와 이를 통해 기부왕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들어봤다.

이학용 한난 강남지사장은 2002년 월간 ‘문학세계’에서 시, 수필 2개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2년마다 시집을 발간하며 얻은 수익금은 전액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으로 기부해오고 있다.

“학창시절엔 백일장에서도 여러번 수상을 하고 소질이 있었지만 살아오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잊고 지내다 우연한 기회에 등단까지하게 된 것입니다.”

지인의 문학활동을 지켜보며 문예지에 기재된 시(時)가 함량미달이라고 생각, 이것이 이 지사장의 글쓰기에 대한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이 같은 정리 과정을 통해 언어의 정제가 이뤄지는데 이때의 생각이 행동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지사장은 인간의 뇌는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위선일지라도 좋은 생각을 자주하다보면 그 생각이 곧 행위가 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따르게 된다는 것. 이어 이 지사장은 이런 이유로 부정보다는 긍정의 글을 쓰고, 본인의 안위보다는 이웃의 안위를 돌보는 글쓰기를 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10여년간 꾸준한 문학활동을 지켜봐온 주위 사람들은 시집을 발간할 때마다 부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지속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가족들이 도와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지사장은 한 편의 글을 완성하기까지 다양한 장소를 직접 체험해본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본의아니게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는데 이때마다 오히려 격려를 아끼지 않은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아내는 2년째 말기암으로 투병 중입니다. 아내 병 바라지로 인해 글쓰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가족은 나의 영원한 길동무이며 든든한 후견인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지사장이 지금까지 펴낸 시집은 총 8000권 정도 팔렸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대략 700만원 정도. 여기에 본인의 월급 일부와 딸들의 용돈을 모아 해마다 1000만원가량을 기부해왔다.

“어렸을 때 서울로 올라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며 어렵게 공부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해야 하는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 지사장은 더 많은 수익금을 내고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발간하는 시집에 포함된 사진도 직접 촬영하고 시집의 디자인도 손수한다고 설명했다.

“시집 발간으로 얻는 수익금으로 김천 청암사를 통해 인연을 맺은 5명의 어린이들에게 13년째 지원을 해오고 있습니다. 또 현재는 상전 복지관에서 야학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학생들에게 야식값으로 다달이 10만원가량을 기부해오고 있습니다.”

이학용 지사장은 앞으로도 기회가 닿을때까지 계속 시집을 발간하고 이 수익금을 모아 좋은 곳에 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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