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조건 ‘1등’ 할 것”

짐바브웨 국영전력회사와 개폐기 기술제휴계약 체결 쾌거
총 금액만 5년간 5억달러 규모…리스크도 최소화한 ‘알짜’
동종 업계 살아남으려면 해외매출 비중 50% 이상 채워야

‘5년간 5억 달라.’ 연 평균 우리나라 돈으로 1100억원인데, 이는 웬만한 국내 중전기기 중견업체의 1년 매출액과 맞먹는다. 그런데 이를 단 한번의 수출 계약으로 달성한 중소기업이 있어 화제다. 내수 침체와 해외에서의 출혈경쟁으로 국내 전력분야 중소기업들의 시름이 늘어가고 있는 요즘, (주)테크프로(대표 최영진)는 남부 아프리카에 자리한 짐바브웨에서 ‘꿈’만 같은 일을 이뤄냈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에서 승부해야 한다는 굳은 뚝심으로 일궈낸 성과였고, 기술력만 있으면 상상만 하던 수출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테크프로 최영진 사장을 만나 자세한 사항을 들어봤다.

검은 대륙의 땅, 아프리카 남부 내륙에 위치한 짐바브웨 공화국(Republic of Zimbabwe)은 1인당 GDP가 3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곤국이다. 1923년부터 영국의 자치식민지로 편입돼 식민통치를 받아오다 1980년 4월 독립한 짐바브웨는 수만 %에 이르는 인플레이션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만큼 경제 여건이 열악하다는 의미다. 이는 전력설비도 마찬가지. 영국 식민지 시절 운영되던 전력설비들이 수 십년째 아무런 개선 없이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즉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전력설비들을 100% 교체해야 한다.

이에 짐바브웨 정부와 국영 전력공사인 ZESA(Zimbabwe Electricity Supplt Authority)는 전력설비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국책 사업에 국내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 스위치류 선두기업인 (주)테크프로가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

테크프로는 지난해 말 ZESA의 자재공급 자회사인 ‘ZESA 엔퍼프라이즈’(이하 ‘젠트’)사와 C-GIS, MVBS, PLBS, GISS, ALTS 등 5개 개폐기 제품에 대한 기술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젠트사의 개폐기 사업 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테크프로에서 구입할 개폐기 핵심부품만 금액으로 산정하면 약 4억6800만 달러. 여기에 판매에 따른 로열티가 약 2800만 달러로 이를 합하면 약 5억 달러에 달한다.

현제 젠트사가 개폐기 공장을 준비 중으로 올 상반기에는 초도 물량이 수출길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테크프로 최영진 사장은 “이번 사업은 ZESA의 지주회사인 ZESA 홀딩스 이사회뿐만 아니라, 짐바브웨 내각에도 보고 돼 승인된 사항”이라며 “이는 일반 회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하는 개념과 달리 국가적 프로젝트에 참여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해외 계약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리스크를 상당히 줄인 알짜배기 계약이라는 것. 하지만 언제 어디서 리스크가 발생할지 모르기에, 최 사장은 정부 차원에서 받을 수 있는 도움을 충분히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쯤에서 가까운 중국, 동남아, 중동도 아닌 머나먼 남부 아프리카의 짐바브웨라는 나라를 선택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일례로 중국 시장이 어마어마한데, 중국 사람들은 우리에게 기술은 최첨단을 요구하면서, 가격은 아주 낮게 책정하고 있다”며 “그런 시장에서 뭘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최 사장은 “시행착오가 있더라고 먼 장래를 생각해서 멀리 가서 사업을 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즉 기술력만 있으면 아무리 멀어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

무엇보다 여기에는 진정성이 묻어 있다. 최 사장은 “진정성을 갖고 도와주겠다며 설득을 했다”고 말했다. 돈만 빼먹고 돌아올 생각이 아니라, 진정 그 나라가 제대로 배워서 물건을 잘 만들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최 사장의 진심이다.

또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돼 결실을 맺는다면, 주변 국가로도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리고 직접 판매가 아닌 기술제휴 계약을 택한 데도 이유가 있다고. 사실 테크프로가 기술제휴 계약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전 대만과, 그리고 작년에는 말레이시아와 기술전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처럼 직접 판매 보다 기술제휴를 택하는 이유에 대해 최 사장은 “일례로 동남아 시장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 경우 외국 업체와의 경쟁이 아니라 국내 기업과의 제살깎기식 경쟁이 판을 치고 있다”며 “이러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 사장은 “SF6 가스를 사용하는 개폐기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사양산업에 속하지만,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은 이제 시작”이라며 “우리가 기술을 갖고 있어봐야 필요가 없는 만큼, 필요로 하는 시장이 있으면 하루빨리 돈을 받고 전수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기서 이번 젠트사와의 계약과 관련한 에피소드 한 가지 더 소개하면, 절대 테크프로의 요청이 아니라 짐바브웨 측의 적극적인 구애 때문에 성사됐다는 점이다.

몇 년 전에 짐바브웨 관료들과 함께 젠트사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 개폐기 관련 업계를 둘러본 적이 있는데, 그 때 테크프로에도 방문했다고 한다.

당시 그들은 테크프로를 둘러본 뒤 국내 대기업과 함께 세계적 기업들을 더 둘러보겠다는 말을 했는데, 최 사장은 한 번에 “그러라고 했다”고 한다. 단 테크프로보다 기술적으로나 가격적으로 더 싸게 할 수 있는 데가 없을 것이라는 최 사장의 자신어린 말과 함께 말이다. 그랬더니 정말 딱 6개월 만에 돌아와 계약을 하자고 요구해 왔다고.

여기에 ZESA 홀딩스 이사회 의장은 젠트사의 경우 테크프로보다 수십배의 공장부지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고하고, 기술력은 절대적으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당장 테크프로를 벤치마킹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는 이미 짐바브웨에서 테크프로의 입지가 그 만큼 확고해졌다는 의미다.

최 사장은 이러한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GIS 개발 등 중전기 분야에서만 30년을 훌쩍 넘게 종사해 온 베테랑 엔지니어인 최 사장은 국내 개폐기 업계의 미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사장은 “우리 업계의 경우 현재 총 매출액 중 한전에 대한 의존도가 90%가 넘어서고 있는데, 살아남으로면 이를 50%까지 줄이고, 나머지 50%를 해외에서 충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전 의존도를 줄이라는 것은 매출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유지함을 의미한다. 그만큼 해외에서 더 벌어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요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해서도 최 사장은 “대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분야는 시장에 내놔야 한다”며 “지금 당장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시간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통로가 없었는데, 동반성장위원회가 노력하는 부분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테크프로의 비전을 묻는 질문에 최 사장은 직원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최 사장은 “세계에서 두 번째를 담당하고 싶은 생각은 절대 없다”며 “신기술을 개발해 상품화하는데 있어 항상 다른 기업보다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비전”이라고 밝혔다.

무조건 ‘1등’ 기업을 달성해야 하는 것이 지금 자신의 생각이고, 또 그렇게 가야하는 것이 테크프로의 소명이며, 자신만의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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