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손 회장 해저 송전망 연계 포문
천문학적 투자 소요…정치·경제적 이해 엮여

韓 - 허브에 위치…단계·현실적 접근론 대세
한전 - HVDC활용 2~3GW급 연계 방안 구상

올 초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일본이 한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전력을 빌려 쓸 수 있도록 10억엔을 투자, 일본과 아시아를 잇는 해저 고압 송전망 건설 구상을 발표하면서 동북아 계통연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른바 동북아 슈퍼그리드 연계다.

▲ 한전이 구상하고 있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슈퍼그리드(Supergrid)는 ‘대전력 융통을 위해 구축하는 대륙 규모의 광역 전력망’으로 메가그리드(Mega-grid) 혹은 대륙망(Continental-grid)라고도 한다.
특히 지난 일본을 방문한 김중겸 한전 사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러시아·중국·한국·일본을 잇는 아시아 슈퍼그리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지만 국가 간의 정치·경제적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잡히지 않는 안개’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슈퍼그리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동북아 전체의 번영과 긴장완화에 큰 도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특히 그 중심에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어 언제라는 시기가 중요한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슈퍼그리드는…
슈퍼그리드라는 용어는 1960년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지원한 미 북서부의 수력발전 전력을 초고압 직류로 원거리로 전송, 남캘리포니아에 공급하는 프로젝트에서 처음 사용됐다.

실제적으로 슈퍼그리드하는 명칭에는 두 가지 의미가 포함된다. 첫 번째로 대륙 규모의 광역 전력망을 구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수력, 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하이브리드 체계로 통합 운영해 에너지의 지속가능성과 저탄소화, 안정성, 경제성을 확보하는 대륙망(Continental Grid) 혹은 메가그리드(Mega-Grid) 개념이 있다. 두 번째로 고도화된 전력망이라는 의미의 Superior Grid의 의미로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가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에 중점을 두고 추진돼 일정한 한계를 가지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보다 진화된 슈퍼 스마트 그리드(Super Smart Grid)라는 의미를 말한다.

슈퍼그리드는 대륙 규모의 지정학적 공간에서 원자력, 수력, 태양·풍력 에너지, 석탄·석유·가스 발전 등을 하이브리드 그리드 형태로 결합해 구축하는 다국적, 다에너지원적 그리드다. 따라서 Superior Grid란 기존의 전력망에 신재생에너지원 등이 대규모로 통합되고, 고도화된 전력망을 의미한다.

■ 북유럽·아프리카·북미서 이미 진행 중
대표적인 수퍼 그리드 추진사례는 슈퍼그리드 친구들(Friends of the Supergrid)이라는 명칭으로 북유럽에서 추진 중인 북유럽 그리드(Nordic-EU SuperGrid), 남유럽과 북아프리카-중동 그리드(Sud EU-Magherb SuperGrid), 남부 아프리카 그리드(Grand Inga Project), 미국-캐나다 그리드 등이 대표적인 슈퍼그리드에 해당한다.

슈퍼그리드 해외사례의 경우 영국·독일·벨기에의 해상풍력, 노르웨이의 수력·독일북부의 지상풍력 등 서유럽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연계된 북유럽 슈퍼그리드를 꼽을 수 있다.

북유럽 슈퍼그리드는 1단계로 25~30GW의 용량에 최종 약 500GW까지를 목표로 현재 유럽지역 전력시장에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남유럽-마그레브 슈퍼그리드는 사하라사막의 태양열·광 발전(Desertec Projet)를 지중해 연안국에 공급하는 것으로 2050년 470GW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면적 1%로 태양열 발전시 지중해 연안국, 북아프리카 전체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그랜드 인가 프로젝트는 콩고 잉가(Inga)댐의 수력발전 자원을 북으로 이집트 카이로에, 남으로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공급하는 것으로 용량은 100GW다. 이는 아프리카 전체 전력수요의 3배에 달한다.
슈퍼그리드의 핵심 기술은 HVDC, 초고압 고성능의 송변전설비, 광역 전력계통 감시시스템(WAMS)과 같은 광역 통합망관리 기술, 관련 EPC 역량 등이다.

북유럽 슈퍼그리드 사업의 투자규모는 1단계(2020년) 388억 달러, 2단계(2030년) 1343억달러, 3단계(2050년) 3260억달러 등 총 4991억달러다. 남유럽-중동-아프리카 슈퍼그리드는 단계별로 650억달러, 2257억달러, 5470억달러 등 7727억달러가 소요된다. 그랜드 잉가 슈퍼그리의 경우 270억달러, 936억달러, 2269억달러 등 3475억 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다.

■ 동북아 국가 전력계통 현황은
한국을 비록해 러시아, 일본, 중국 등 동북아 4국은 인구, 면적, GDP, 교역 측면에서 전 세계 20% 이상 점유하고, 지속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리더로써 역할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동북아 국가들은 그동안 정치 이데올로기 문제, 역사적인 미묘한 감정 등으로 공동 협력 보다는 반목과 갈등이 우선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스관, TSR 등 철도연계, 자원개발 및 전력계통 연계 등 경제적인 협력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동북아 주요국가 전력계통현황에서처럼 동북아 국가는 주파수가 상이하고 계통규모도 차이가 크지만 전력계통이 하나로 연계되는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구현된다면 상호 공동발전의 계기를 전력분야가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표 참조>

북한은 설비규모가 약 7GW로 남한의 1/11규모이다. 주로 석탄화력과 수력이 주요 발전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력설비가 노후화됐으며, 발전원료가 극도로 부족해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이후 경제난 해결을 위한 전력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국면전환이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는 극동지역의 인구감소로 인한 극동지역 지배력 공백이 우려돼 인구와 소득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추진중에 있고, 주된 사항이 풍부한 에너지 및 자원을 활용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이고 그 중심에 전력계통 연계가 있다. 러시아 극동지역의 전력계통은 모스크바 등 서쪽지역과 분리되어 운전 중에 있으며 설비규모가 약 9GW 정도이다. 대부분의 전력설비가 노후화됐고, 장거리 송전선로이다. 석탄, 가스 등 발전원은 풍부하지만 도로, 철도 등 주변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러시아의 전기요금은 남한의 50~60% 수준으로 전력계통 연계시 경제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남한과 같이 대부분의 발전 연료를 수입하고 있고, 설비 규모가 약 280GW다. 10개의 전력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주파수는 동경전력 등 동쪽지역이 50㎐, 규슈전력 등 서쪽지역은 60㎐이다. 이러한 문제로 전력계통 융통 등 운영에 있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전기요금이 남한에 비해 2.6배 이상 비싼 실정으로 남한과 전력계통 연계시 경제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발송전 분리를 추진 중에 있고, 1월 현재 원전 사고 및 안전 점검 등에 따라 전 54기 중 48기 운전 정지중이며, 향후 나머지 원전도 정지가 전망되는 등 탈 원자력정책을 모색 중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전력이 부족이 불가피해 전력수요 조절, 신재생에너지원 개발 등 신규 전원개발과 이웃국가와 전력계통 연계 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해 6월 현재 설비 규모가 약 950GW다. 설비 증가가 매년 80~100GW씩 연평균 약 15%씩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원확보가 시급한 당면과제다. 삼협댐 및 내몽고 등 서북지역의 발전원에서 북경 상해 등 동남지역으로 효율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1000~3000㎞ 규모의 대용량 장거리 송전이 불가피해 13개 HVDC 송전선로 건설했고, 향후 5년내 12개가 추가 건설될 전망이다.

HVDC 송전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수준에 도달했으며 현재 1100㎸급 HVDC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

■ 손정의 회장 동북아 슈퍼그리드 포문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있어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와 일본이다.

특히, 재일교포 3세인 소프트뱅크사 손정의 회장은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원자력을 대신하는 자연에너지원 개발과 국가 간 계통 연계로 Peak Share 및 전력거래로 수익을 창출하고자 소프트뱅크에너지社를 지난해 설립, 전력에너지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손정의 회장의 구상은 1단계로 일본 홋카이도~혼슈~큐슈까지 2000㎞를 4GW HVDC 해저케이블로 연계, 일본 내부 전력망 상호간의 전력융통량을 증대시키고 2단계로는 한국~중국~러시아 등 인근 국가와 약 3800㎞ HVDC로 연계하는 계획이다. 3단계로는 대만, 인도네시아, 인도 등 서남아시아권과 고비사막에서 풍력, 태양광 등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송전하는 선로길이 3만6000㎞ 규모로 대폭 확대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손 회장의 구상은 막대한 투자비가 소요되는 대규모 플랜트 사업으로 자본조달방안이 불확실하고, 일본 전력업계의 기득권과 독점체제로 정부 및 전력회사의 추진 의지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소프트뱅크는 통신사업 기반 회사로 전력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며, 동북아 주요국가의 동북아 슈퍼그리드에 대한 각국의 입장도 다양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 한국의 입장은?
앞으로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된다면 동북아 전체의 번영과 긴장완화에 큰 도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사업의 장기성과 불확실성을 감안해 단계별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북아 국가 정부 및 전력회사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 에너지 협의체 구축이다. 이를 위한 기초적인 노력이 일부에서 진행 중이다.

동북아 에너지 협의체 구축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은 동북아 수퍼그리드 허브에 위치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

우리나라는 한전을 중심으로 지난해 10월 ‘동북아 계통연계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연구’에 착수했다. 한전은 올 상반기 중 자체연구를 마친 뒤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 국책과제로 추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전은 우선 1단계로 러시아~북한~한국을 연결하는 1000㎞에 3GW급 HVDC를 건설하고 2단계로 부산~후쿠오카를 연결하는 250㎞를 2GW급 HVDC로 연결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만약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 해외 슈퍼그리드 투자규모에서처럼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수익모델이 확실하고 국제적인 경쟁력 높은 시장이다. 이에 따라 슈퍼그리드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술 및 사업 역량을 시급히 고도화해서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사업의 장기성과 불확실성을 감안, 단계별로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력계 관계자는 “정부, 전력회사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에너지협의체를 구축해 국제 공동타당성 연구를 제안하고 시행해야 한다”며 “동북아 슈퍼그리드가 현실화될 경우 전력망 광역화를 통한 공급신뢰도 제고와 미래성장동력 창출을 물론이며 한국이 동북아 다자간 협력을 선제적으로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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