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절감 자가관리에 달렸다

발전소를 운영하는데 있어 비용적인 측면으로 볼 때 정비분야가 차지하는 부분은 13∼15%정도이다. 나머지는 연료구입 및 인력관리 비용 등이 차지한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보면 연료구입이나 인력관리와 같은 분야는 대부분 고정적으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큰 폭의 절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발전사들은 올해 정비원가 절감을 통한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그동안 발전소 정비전문업체인 한전기공이 수행해 오던 경상정비공사의 예방점검 역무 중에서 일부를 각 발전회사 모두 일제히 해당 발전소 자체인력이 수행토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각 발전회사들은 연간 약 30∼40억원의 정비원가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그동안 정비를 맡아 왔던 한전기공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즉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하는 주장도 있다. 최첨단 발전설비의 경우에는 아무리 경미하고 작은 실수도 큰 화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한전 정기국정감사에서도 "발전사들이 발전설비의 안전성은 무시한 채 계획예방정비 공기를 임의로 중단, 취소하면서 수령한 용량요금이 최근 3년간 1,140억원에 달하는 등 발전회사별 계획예방정비 실적률과 공기준수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공기단축, 취소는 증가하고 있다", "향후 설비노령화에 따른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만큼 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공기를 준수해 설비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발전소 경정비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한국남동발전의 보고서를 중심으로 발전회사의 주장을 정리하고, 한전기공 측의 입장을 요약해 봤다.


▲발전사 "운영요원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발전소의 경상정비역무는 △기기수리의뢰처리(27%) △작업의뢰서 처리(39%) △예방점검정비(34%)로 구성된다. 이중 예방점검정비는 △육안점검(15%) △공기구에 의한 점검(31%) △예방분해점검(54%)로 구성된다.

발전사 측에 따르면 그동안 한전기공이 맡고 있던 경상정비 역무 중에서 육안점검 및 공기구에 의한 점검 등 약 15% 정도는 특수기술이나 기능을 요하지 않고 사람의 감각(시각, 후각, 청각) 및 간단한 공기구를 이용해 운전중인 설비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는 경미한 예방점검업무(이하 경정비)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발전소 운영요원들의 고유업무와 중복된다는 설명이다. 발전소 운전요원의 경우 매시간 마다 누설, 누유, 이음 및 운전치를 확인하는데, 이는 한전기공 육안점검과 동일한 분야이며, 발전소 일근요원의 경우에는 진동, 전압, 전류 및 과열개소 측정 등을 공기구를 사용해 점검해 왔으나, 한전기공 용역 후 단지 한전기공의 업무가 됐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전기공의 경상정비 역무 중 발전소 운전요원의 업무와 중복되는 분야가 5.1%, 유지보수담당자들이 확인해야될 기본업무가 10.5% 정도 된다. 이 부분을 발전사에서는 발전소 자체 인력들로 하여금 역할을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우선 남동발전의 계획 추진 내용을 보면 먼저 별도의 교육없이 현재 능력으로 직무수행이 가능한 분야부터 추진됐다.
발전소 운영 부서별 고유업무를 고려해 역할을 분담했는데, 운전부서는 육안점검 분야를 맡아 감각을 이용해 운전원이 직접 점검하게 하고, 기기 유지/보수 담당부서는 공기구에 의한 점검분야를 맡아 간단한 공기구(계측기)를 이용 일근 요원이 직접 점검토록 했다.

남동발전은 이러한 사항을 시범시행기간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남동발전 측은 경정비 역할분담, 책임한계, 순회코스 등을 포함한 경정비 관리지침 및 절차서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또 경정비 업무량 감소를 위한 순회 코스 및 점검일지도 개발했다.
'기기사고 판정심의위원회'도 구성, 운영되고 있다. 발전사 및 정비업체 부책임자, 설비운영 관련자로 구성된 동 위원회는 기기사고 발생시 수시로 개최해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남동발전은 이러한 업무분담을 통해 연간 삼천포화력 20억9,000만원, 영동화력 6억9,000만원, 여수화력 3억5,000만원, 분당복합화력 4억5,000만원, 무주양수 1억8,000만원 등 연간 총 37억6,000여만원의 정비원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천포화력은 경정비 총 소요시간 7만7,446시간에 202명이 참여했고, 영동화력은 1만1,243시간에 56명, 영수화력은 4만9,436시간에 59명, 분당복합화력은 3만3,542시간에 61명, 무주양수는 1만1,861시간에 18명이 각각 참여하게 됐다.

이에 따라 당연히 해당 인원의 일일 업무량이 증가했다. 일인당 업무량증가시간은 삼천포화력 1.4시간, 영동화력 0.7시간, 여수화력 3.0시간, 분당복합화력 2.0시간, 무주양수 2.4시간 등 평균 1.9시간이 늘었다.

이와 같은 경정비 업무 자체 수행에 대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전문성 문제에 대해 발전사들은 아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발전소 운영 요원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단순한 점검 업무이고, 비용절감이라는 문제를 떠나 인력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필요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전기공 "소탐대실 우려"

발전회사들의 경정비 부분 자체수행에 대해 그동안 정비업무를 담당해 온 한전기공 관계자들은 우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전기공 한 관계자는 "조금 비약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이 직접 정비를 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정비회사에 맡기는 것이 일상"이라며 "발전소 정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한전기공의 입장이 아니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도 전문인력들이 아닌 운전인력들이 정비를 맡게 됨으로서 차후에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전기공 관계자들은 발전소 운전요원들이 경정비를 하는 경우와 전문가들이 경정비를 하는 경우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즉 발전소 자체 인력들은 맡은 분야만 관찰할 수 밖에 없지만 정비전문가들은 경정비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보더라도 전체적인 부분을 체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발전회사들이 자체 수행한다고 하는 부분이 아주 경미하고 사소한 분야라 할 지라도 이 분야가 잘못되면 발전소 전체에 파급효과가 미치는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결국 비용 절감 차원에서 시행하고는 있지만 오히려 나중에 더 큰 부담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것이 요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비분야 한 관계자는 "시각이나 후각으로 점검한다는데 대해 단순히 경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발전소 정비 분야가 그렇게 말처럼 단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정비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비분야 중요성의 경·중을 따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우경 기자 wkk@epnews.co.kr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