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전 사장 출신으로 이종훈 사장 만큼 현재까지도 전력계에서 존경받고 아직까지도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있을까. 그는 한전을 오래전에 떠났지만 전력계에서는 여전히 영향력 등 모든 면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으며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무게감 있게 전력계를 이끌어 나가는 큰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그는 전력계의 뉴스메이커이며 리더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엊그제 신문사에 ‘한국은 어떻게 원자력 강국이 되었나’라는 책이 배달됐다. 그러찮아도 근황이 궁금하던 차에 너무 반가워 책을 펼치니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기술자립의 역사에서부터 한전(KEPCO)을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시킨 성공신화에 이르기까지 엔지니어 CEO의 경영수기 형태로 주옥같은 내용이 현장감 있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 책에 서술되어 있는 기록들은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의 역사뿐만 아니라 전력계의 생생한 살아 움직이는 산역사이며 팩트이다. 그의 수기는 전력계의 보물같은 기록물이며 요즈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원자력계에는 교훈과 함께 방향을 제시하는 지침서이다.
이종훈 前 사장은 하도 최근 원자력계가 시끄러워서 발간을 미루려다 출판사 사장의 권유로 책을 이 세상에 내놓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영수기는 제 1부 ‘전력 없인 문명사회 없다’에서부터 제7부 ‘북한 KEDO사업, 원전수출의 첫걸음이다’까지 총7부로 구성돼 있으며 600쪽 분량이다.
이종훈 회장을 강남 사무실에서 책을 발간하게 된 동기 등에 대해 직접 만나 들어봤다.
특히 제목에 원자력강국이 들어가는데 이는 원자력은 그에게는 안방과 같은 분야로 2009년 12월 세계 최대 프로젝트인 중동 UAE에 한전이 원자력발전소 140만kW 4기를 건설, 운영에 참여하는 개가를 올린 것도 그가 한전 재임시절에 원자력설계기술을 자립화 하고 설비용기자재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원자력수출시대를 연 것이 절대적 기여를 했다는 점을 책 발간의 변에서 기술한다.
특히 그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원전건설을 한전이 수주, 미국의 원자력규제기관의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우리가 개발한 한국표준원자력발전소를 북한에 수출할 수 있던 것은 한전의 큰 업적이자 중요한 경험 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의 이력을 봐도 73년 중간간부시절 원자력발전 기획에 참여했고 어촌에서 시작됐던 고리원전건설현장 근무를 거쳐 한전 본사 원자력건설처장 5년, 고리원전본부장 2년, 한전 부사장 5년, 자회사인 원전설계회사 사장 3년, 한전 5년 등 항상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산업의 중심에는 이종훈이라는 이름 석자가 있었다.

이 책의 발간동기는.
- 나는 평소 한전 40년 재직 중 다이어리, 수첩, 회의록 등에 수기로 기록을 해왔고 90년대 중반 PC의 보편화로 문서편찬이 편리해지면서부터는 한전 사장 재임 5년의 일들을 일기체로 컴퓨터에 입력해 보관해 두었다. 퇴임 후 이러한 기록들을 테마별로 정리하여 두면 후일 관련업계나 국가 정책 결정에 참고랄 만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러 이 책을 집필·발간 하게 됐다.

최근의 한수원 사태에 대해 말씀 좀 해달라.
- 우리나라는 원자력분야 5대 강국 중의 하나다. 원전의 운영상태, 안전수준 등 어느 것 하나 IAEA(국제원자력기구), 원자력발전사업자협회 등 세계가 인정하는 원자력 강국이다. 최근의 한수원의 불미스러운 사태를 보니 너무 안타깝다. 한전이 분할되기 전 과거에는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보니 청탁이나 봐주기 등은 상상할 수 없었고 오로지 절차서에 따라 모든 공사를 하고 모든 부품을 국산화 하는데 주력, 여타 부정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본의 후쿠시마사태 이후 국내 반핵단체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 지금은 원전에 대한 최대 위기라고 생각한다. 대국민 설득에 나서지 않으면 원자력에 대한 미래는 없으며 나아가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에 대한 미래가 없다. 내가 재직 시에는 하나의 통합된 한전만이 존재했기에 84년 체르노빌사태, 86년 6.29선언 등 반핵이 봇물처럼 터졌지만 대국민설득이 주효, 오늘날과 같은 원자력 강국이 될 수 있었다. 광우병파동처럼 국민을 피해가면 실패하므로 대국민에게 원자력안전에 대해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직접 설득에 나서야 한다.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원전정책은.
- 오늘날 우리나라가 원자력강국이 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개발과 협조와 김영준-박정기 등 역대 한전 사장들의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한전 임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앞으로 있을 대통령선거에서 대통령 후보 중에 탈원전을 선거공약에 내거는 것을 보고 원자력분야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오늘 날의 국내 원전사태는 일본 후쿠시마 사태 등 해외에서 기인하는 요인도 있지만 국내 고리원전, 영광원전 발전중단 등등 대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요인도 있다고 본다.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수용(Public Acceptance)을 이뤄 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쌓는데 십수년이 걸리지만 잃어버리는 데는 순간이다.
과거에는 한국전력이라는 한울타리 안에서 대국민 설득에 나섰지만 지금은 분할로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나눠지다 보니 대국민설득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많다. KEPCO(한국전력)와 KHNP(한국수력원자력)이 통합은 아니더라도 함께 가족처럼 빌드업하면 오늘날 벌어진 지금의 난관도 극복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력사용량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저렴하다보니 국민 1인당 연간 사용량이 1만kWh로 독일 5884kWh, 일본 6700kWh, 프랑스 7020kWh등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이 높아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왜곡된 전기요금을 정상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전력 피크 때 산업계에 주는 보조금 문제도 다시 검토해 자금낭비를 막아야 한다.

이종훈 前 한전 사장은…
1953년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海士에서 전기공학 교관으로 복무하고 중위로 전역했다. 1961년 조
선전업 공채 5기로 한전에 입사해 영월화력 운전, 인천·서울·군산 화력발전소 건설에 종사했다. 1973년 고리원전 업무를 담당해 원자력발전 최초임계를 달성하고, 원전자력건설의 첫 프로젝트매니저가 됐다.
이 후 원자력건설처장 5년, 원자력본부장 2년, 한전 부사장 5년, 원전설계회사 사장 3년, 한국전력 사장 5년을 역임한 후 1998년 퇴임했다. 평생을 한전에 몸담으며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의 설계제조기술 자립과 기자재 국산화를 선도했고, 해외 화력발전사업에 최초 진출했다.
또한 한국 표준원전이 KEDO에 채택돼 북한에 처음으로 수출되도록 했으며, 신형경수로 개발완료로 UAE 원전수출의 기반을 구축했다. 금탑산업훈장과 은탑산업훈장을 수여받았고, 한국공학한림원 대상, 한국경영대상(공기업 최초), 에디슨 상(미주 밖 전력회사 최초)을 수상했으며, ‘한국을 일으킨 엔지니어 60인’과 한국 100대 기술주역‘(2010)에 선정됐다. 저서로는 少南 李宗勳 漢詩集 <晩境眈詩(만경탐시)>(나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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