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최악이다. 불황의 골이 너무 깊어 전기전력계의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시공업계도 마찬가지이다. 무릇 이들 업계의 우려만이 아니다. 국가 산업계 전체가 시름에 휩싸여 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집값과 실업률. 급기야 정부가 주택거래 신고제까지 들고 나왔다. 저금리에 돈은 남아돌아 부동산이나 직접금융에만 몰리고 있는 기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 겨울을 앞두고 다시 불어닥치는 구조조정 바람도 세차다. 이렇다 할 투자는 지지부진이다. 부단한 기술개발을 통한 업계의 재생산 순환은 뒷전이다. 무릇 이들 업계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 총체적인 일이긴 하지만 마냥 심상찮다.

IMF체제의 탈피로 모두들 이젠 고생 끝으로만 희망했는데 정작 실물경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생활이나 기업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더군다나 내년에 가서도 경기회복조차 전망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최근의 각종 경기실사지수나 전망치를 보면 미리 짐작할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 9월의 소비지표가 4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악의 수준이다. 설비투자도 2분기 3개월간 평균 마이너스 3.7%에서 7월 -11.1%, 8월 -7.8%보다는 감소폭이 둔화됐으나 9월엔 2.3%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에다 향후 3∼7개월 후의 경기를 전망하는 지표인 선행지수의 전월 동월비는 0.00%로 지난달까지 3개월째 이어왔던 상승세가 꺾였다.

대부분 경기 예측치가 마이너스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불황 속에서 체질개선 없이 단기적 처분에 급급한 탓이다. 이젠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 동시에 계속돼 나타나는 '더블팁'을 걱정할 때다. 이렇게 되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 전기공업계의 경우도 이 같이 악화된 선행지수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개발역사가 반세기나 돼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너무 긴데다 기술투자에 소홀히 한 탓이다. 경쟁력에서 뒤쳐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의 선점우위 확보에 생존을 거는 대신 안주하며 미래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니 불황에 타격이 크다. 당연히 겨울나기에 힘겨워 하는 것은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올 연말엔 코앞에 닥친 새해 전략도 제대로 짤 수 없는 지경이다. 예산과 사업, 나아가 투자비의 확충을 주골자로 하는 공격경영은 물 건너 간 느낌이다. 신규인력을 보강하는 것조차 염두에 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있는 인력도 줄여야 할 판이다. 일례로 중전기업계가 배전기의 단체수의계약 물량의 탈락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실상 '주는떡' 지키기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업계는 이웃 일본이 장기불황에 허덕이다가 이를 극복한데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일본에서 40년간 인사·노무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다카이 노부오가 최근 펴낸 '아침형 인간으로 변신하라'는 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부오는 이 책에서 "현실이 어둡고 힘들수록 벌떡 일어나라"고 조언한다.

그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일수록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일하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주장를 펴고 있다.
다시 말해 어려울 때 기본에 충실하며 더 투자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이다. 깊은 불황의 연말에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며 새해를 설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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