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부터 국회는 마비상태에 빠졌다. 이유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법 거부에 따른 한나라당의 반발 때문이다.

마치 과거 군사독재 시절처럼 제1야당의 총재가 단식투쟁에 들어갔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등원거부했다. 당연히 본회의 및 상임위는 올 스톱됐고, 계류돼있던 법안들은 처리될 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여기서 누가 옳다, 틀리다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지금의 상황이 진정 수많은 민생, 경제 법안들과 예산안의 심의마저 놓아둔 채 ‘총력투쟁’해야 하는 상황인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전기사업법, 전원개발특례법, 에너지이용법 등 전력산업계가 모두 주목하는 여러 법안들이 이번 회기 중 처리될 예정이었다. 모든 분야에서 국회가 마비됨으로써 발생하는 피해는 엄청나지만, 전력계에만 국한해서 이야기하면 전력공급의 경쟁시대로 가는 중요한 구역전기사업 등이 처리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만 해도 대단할 것이다.

정치권이 그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단식을 하든, 사퇴를 하든 그것은 그들의 문제다. 물론 정치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국민을 위한 결단이었다”, “국회와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겠지만, 실제 국민들이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대통령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국회는 그에 대해 재의결을 해 다시 한번 대통령을 압박하면 된다. 이것이 맞는 절차다. 처음 의결시에 정족수의 2/3을 넘긴 마당에 무엇이 두려워서 장외로 나가는 것일까.

정치권의 일은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스스로의 정당성을 찾는 길이다. 언제까지 정치가 산업과 경제의, 나아가 나라의 발목을 잡고 있을 것인가.

양현석 기자 kautsky@e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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