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철 한전 CTO(신성장동력본부장)

전 세계는 현재 기후변화 대응, 미래 에너지 개발, 에너지 안보 등 에너지 분야의 주요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이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에너지 신산업’ 추진을 화두로 삼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은 에너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으로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에너지 신산업 중 핵심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 ICT를 융합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다. ‘스마트그리드’(Smart Grid)로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이란 전력을 좀 더 효율적으로 똑똑하게 사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에너지의 손실을 줄이자는 것이다. 스마트 그리드 하에서는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 소통을 기반으로 전력사용량을 최적화 시킬 수 있게 된다. 스마트 그리드가 생활 속으로 들어오게 되면 가전기기가 스스로 최적의 전력효율을 찾고 빅 데이터(Big data)에 기반을 둔 사용자 습관에 맞춰 전력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이상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 그리드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ICT와 에너지 시스템 간의 안정적인 융합이다. 본격적인 스마트 그리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발전-송전-배전-판매’로 이어져온 기존의 단방향 전력망을,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 ICT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를 전력망과 안정적으로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기술개발, 그리고 개발된 기술의 시범운영 등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작년에 한전이 최초로 스마트그리드를 적용한 바 있는 구리지사가 2014년에 전력사용량의 13.9%, 전력최대수요의 5.4%를 절감한 성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일단 차세대 에너지 환경 조성을 위한 첫 단추 정도는 잘 꿰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하고 보급을 확대하며,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전력 분야 최신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에너지 산업 관련 수출 모델을 발굴하는 등 에너지 강국이 되기 위한 과제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기관이나 기업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에너지산업계를 비롯한 각 분야별 산·학·연이 머리를 맞대는 협업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주로 이전한 한전이 추진 중인 ‘빛가람 에너지 밸리’의 미래가치는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빛가람 에너지 밸리는 한전이 광주전남지역을 미국의 실리콘밸리, 스웨덴의 사이언스파크, 프랑스의 앙티폴리스처럼 세계적인 에너지 클러스터로 구축한다는 것으로, 2020년까지 에너지 기업 500개를 이 지역에 유치하고 관련 분야에 일자리 3만 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에너지 밸리는 스마트 그리드는 물론 전력 분야 기술 개발, 에너지 관련 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을 위한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빛가람 에너지 밸리 조성 사업의 가속화를 위해 한전이 준비 중인 대규모 행사도 있다.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BIXPO 2015'(Bitgaram International Exposition of Electric Technology, 빛가람 전력기술 엑스포)다. BIXPO는 빛가람 에너지 밸리 구축의 가속화는 물론 국내외 전력 분야 신기술의 최신 트렌드와 전략을 공유하는 대규모 기술 교류의 장이 될 전망이다. BIXPO 2015의 성공 개최로 빛가람 에너지 밸리 시대가 앞당겨지기를, 아울러 우리나라가 新에너지 강국으로 거듭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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