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산다는 것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비애(悲哀)”

오래전에 절판되어 애서가들로 하여금 헌책방을 찾아다니게 한 김훈의 전설적인 산문<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바다의 기별>에서 시대를 초월해 기억될 만한 산문들을 가려 뽑고, 이후 새로 쓴 산문 원고 400매가량을 합쳐 엮었다.

이 책에는 그의 가족 이야기부터 기자 시절 그가 거리에서 써내려간 글들, 최근에 도시를 견디지 못하고 동해와 서해의 섬에 각각 들어가 새로운 언어를 기다리며 써내려간 글에 이르기까지, 김훈의 어제와 오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의 표제글이 된 <라면을 끓이며>는 매 해 36억개, 1인당 74.1개씩의 라면을 먹으며 살아가는 평균 한국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식사와 사교를 겸한 번듯한 자리에서 끼니를 고상하게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리에서 밥벌이를 견디다가 허름한 분식집에서 홀로 창밖을 내다보면서,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다.
‘목구멍을 쥐어뜯는’ 매운 국물들을 빠르게 들이켜고는 각자의 노동과 고난 속으로 다시 걸어들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더 많다.
“있건 없건 간에 누구나 먹어야 하고, 한 번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때가 되면 또다시, 기어이 먹어야 하므로,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이들에게 라면은 뻔하고도 애잔한 음식이다.

◆ 저자 소개 = 저자 ‘김 훈’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정외과에 입학했다. 3학년 때 영문과로 편입했으나 학업을 다 마치지 않고 군복무 후 한국일보에 수습기자로 입사한다. 1973년 입사한 이래 약 30여 년간 기자생활을 해온 그는 1994년 문학동네 창간호에 ‘빗살무늬토기의 추억’을 연재하며 소설가로서 문단에 등장했다. 2001년 장편소설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2004년 단편소설 <화장>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2005년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문학상을, 2007년 장편소설 <남한산성>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문학사에서 대체 불가능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김훈은 남성적이고 선 굵은 역사소설뿐 아니라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등의 산문집을 통해 유려한 우리말을 구사하는 에세이스트로서의 면모도 드러냈다. 특히 자전거 레이서로도 잘 알려진 그가 자전거를 타고 곳곳의 여행지를 찾아다니며 느낀 생각을 담아낸 여행산문집 <자전거 여행>은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미학의 절정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저서로 소설집 <강산무진>,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개> <남한산성> <공무도하> <내 젊은 날의 숲> <흑산> <산문집> <풍경과 상처> <자전거 여행>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등이 있다.

(자료 제공 : 반디앤루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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