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Model 3·Leaf 등 모델간 경쟁 격화
高 가격·주행거리 이슈 해결 국면 접어들어
소규모 가상 피크발전소…비상전원용 활용

전기차는 미래 자동차의 대세로 평가를 받지만 사용 편의성이나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내연기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틈새시장에 머물렀다. GM을 필두로 테슬라 등의 기업들이 일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00㎞를 넘으면서도 가격은 3만 달러 대인 대중적 모델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지의 가격 하락 지속과 맞물리면서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 모델들의 출시와 전기차 저변 확대가 가속될 전망이다. 이제 전기차가 주류 시장 문턱까지 다가섰다.
LG경제연구원은 전기차 확산이 가속되면서 관련 산업 생태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급팽창하는 전기차용 전지 시장의 지배권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로운 사업모델을 들고나오는 전기차 전문 기업들의 등장도 증가할 것이며, IT기업들의 참여 또한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행동 특성과 편의성을 고려한 충전 인프라의 구축도 수반될 것이다. 나아가 움직이는 전원인 전기차를 통해 전력 및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사업모델도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인 전기차 시장의 개화는 Bolt, Model 3, 차세대 Leaf 등 모델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점차 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관련 기업들도 전기차 및 관련 시장의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틈새에서 주류시장 문턱까지 = 최근 2~3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눈부시다. 2013년 약 20만 대에 불과했던 전기차 시장이 2014년에는 53% 증가해 30만 대를 넘어섰고 2015년에는 전년 대비 100%를 넘는 60만 대 이상의 시장을 형성했다. 지난해 12만 대 수준을 밑돈 미국 시장은 신모델에 대한 구매 유예, 저유가 등이 겹치면서 성장이 주춤했다. 12만 대 판매를 넘어선 유럽에 뒤졌다.
중국 공업신식화부(Ministry of Industry and Information Technology, MIIT)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전기차 시장은 승용과 상용을 합해 총 38만 대가 팔렸다. 2014년 8만8000대 수준과 비교하면 3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보조금 등 보급 정책에 따른 효과라 할 수 있다. 향후 적어도 2020년까지는 연평균 성장률 30%에 육박하는 고성장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UBS 등 주요 전망 기관들은 향후 5년간 세계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30~50%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기차의 성장 잠재력이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지난해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미국의 전기차 시장도 올 들어 회복 조짐이다. Inside EVs의 자료에 따르면 1, 2월 각각 6291대, 7881대가 판매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13% 증가했다. 2월까지의 누적 기준으로는 2014년보다도 11% 이상 증가한 양이다. 2월의 경우 Model S의 호조와 SUV 모델인 Model X가 순조로운 판매를 이어가는 테슬라가 25%의 점유율을 보인 가운데 포드와 GM이 근소한 차이로 2, 3위를 달렸다. 2016년형 GM 쉐보레 Volt의 약진과 전년 동기 대비 47% 성장한 포드 Fusion Energi가 돋보였다. 닛산, GM, 테슬라의 3파전 양상이 변할 조짐으로도 보인다.
GM과 테슬라가 일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00㎞가 넘으면서도 가격은 3만 달러 대의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전기차 시장에 있어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행거리가 300㎞가 되면서도 3만 달러 대의 모델은 전기차의 대중화에 있어 중요한 기점이 될 수 있다. BNEF의 자료에 따르면 기존에 판매되는 신차의 가격은 평균 3만1000달러이고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차량의 가격대가 2만5000달러 주변에서 형성되고 있다. 결국 전기차가 틈새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2만5000~3만5000달러 대에서 기존 내연기관과 필적할 모델들이 나와야 한다. GM과 테슬라의 행보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 미만을 차지하는 전기차가 주류 시장으로 가는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또한 전기차의 높은 가격 형성에 있어 주요 요인이었던 전지의 가격 하락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향후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모델들의 출시도 가속될 전망이다.

전지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은 기업간 경쟁 및 규모의 경제에 따른 재료비 및 생산 단가의 감소, 전지 구조 및 제어 시스템의 혁신, 중국 생산 확대 등에 주로 기인한다. 2005년 셀 기준으로 ㎾h당 1500달러를 웃돌았던 전기차용 전지의 가격이 2015년에는 300~400달러로 급격히 떨어졌다. 기술 혁신에 따른 에너지밀도가 현재보다 2배 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까지 고려한다면 향후 5년 후 고가의 전지가 전기차 확산의 최대 난제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부품·전기차 생태계의 변화 = 우선 전기차용 전지 시장의 성장이 가속되면서 대형 기업 중심의 경쟁 구조 고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기업들이 전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전지 기업들의 입지는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본력까지 겸비한 LG화학, 파나소닉, SDI, BYD 등 기존 전지 시장의 강자들이 고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기술 및 시장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용 차세대 전지 솔루션의 등장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기존의 전기차 특화 솔루션에서 광범위한 적용이 가능한 부품이나 모듈, 지능형 솔루션 등 영역에서 독보적인 기업들이 등장하더라도 기존 생태계와 공생 관계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의 기본적인 기능과 성숙 수준을 고려할 때 전기차 부품 산업은 기존 자동차와 별개의 독립적인 생태계보다는 기존 전장 부품 영역의 확장된 형태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부품과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많은 데다 전기차 역시 기존 부품 기업들이 내주고 싶지 않은 주요 테마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의 연료탱크로 수명을 다한 전지를 재활용하는 시장도 함께 성장할 전망이다. 5~10년을 굴린 전기차의 전지는 많게는 70~80%의 용량을 다시 쓸 수 있다. 분산형 전력 체계 및 신재생에너지원의 확산과 신흥국의 전력 인프라 구축, 비상 및 보조 전원 확산 등으로 재활용 전지에 대한 수요 기반은 비교적 탄탄하다. 신생 기업인 Spiers New Technologies는 이러한 수요를 간파하고 전지의 상태를 효과적으로 진단, 분석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전지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IT기업들의 자동차 사업 진출도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지능형 기술의 진화가 결합될 경우 전기차는 물론 내연기관에서도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롭 보인다. 테슬라의 ‘Autopilot’ 기능 등 초보적인 자율주행 기술이 이미 적용되기 시작했다.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될 경우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다양한 충전 방식 경쟁·공존 = 전기차의 성장은 충전 인프라의 확산을 수반한다. 정부, 전력 서비스 기업, 자동차 기업 등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하면서 충전 표준은 물론,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도 활발하다.
각 지역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종합해보면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주요지역에서 2014년 기준 약 100만 기의 충전기가 보급됐으나 2020년경이면 누적으로 1200만 기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IHS Automotive, 2015년 5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기차 충전 기초시설 발전 지침(2015~2020)’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 총 480만 기의 충전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택 등 개인전용 430만 기, 공공으로 50만 기를 목표로 한다. 2014년 말 기준으로 78개의 충전소에 3만 기를 갓 넘었던 것에 비하면 공격적인 목표다. 중국 정부는 2020년이면 승용차가 430만대, 버스 20만 대, 택시 30만 대 등 총 500만 대의 전기차가 굴러다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선충전 방식과 전지 교환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도 소비자의 편의성 측면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비록 전지 교환 방식을 선도했던 벤처인 Better Place가 2013년 파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지 교체 모델이 완전히 폐기되지는 않았다. 지난 3월 초 국내 기업인 TGM은 제주도에서 운행될 전지 교환 방식을 사용하는 전기버스 2대를 출고했다. 일반 승용차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노선버스 등에서는 전지 교환 방식이 효율적일 수 있다. 미국의 Plugless Power는 독자적인 자기유도방식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2013년부터 닛산 Leaf용과 쉐보레 Volt용으로 제공해 왔다. 동사는 최근 7.2㎾급으로 1시간 충전에 32㎞를 추가 주행할 수 있는 테슬라 Model S용의 무선충전 시스템을 4월부터 제공할 계획이다.
Qualcomm도 2015년부터 ‘Halo’라는 무선 충전 시스템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편의성 및 행동 특성, 충전 공간, 충전 방식의 비용과 경제성 등 다양한 관점을 고려한 해결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소비자들이 기존 주유소 네트워크에 필적할 편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면 전기차 대중화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 전기차, 신규 수익원으로 부상 = 전기차는 전력 서비스 사업자에게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도 있다. 도로변이나 주택, 대형 마트, 백화점 등 상업용 빌딩, 공공 기관 등에 설치된 충전기가 소비자와 전력 공급자 사이의 연결 채널이 된다. 전력 서비스 기업들은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을 고려하면서 효과적으로 전기차 충전을 모니터링하고 때에 따라 제어,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다. 전력 수요가 높거나 수급이 불안정할 때 충전 수요가 일시에 몰릴 경우 망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충전에 필요한 전력량이 전기차 모델에 따라 적게는 10㎾h, 많게는 100㎾h까지 육박할 수 있다. 문제는 충전 전력의 크기다. 충전기에 따라 적게는 3~7㎾, 많게는 50~100㎾의 전력 수요를 유발시킨다.

전기차가 수익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전력망 운영 차원에서라도 전기차 충전에 따른 별도의 요금 및 관리 체계도 만들어져야 한다. 이 또한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계절별, 시간대별, 완속 혹은 급속의 충전 방식, 혹은 전력생산 원가와 연동하는 형태 등 다양한 요금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 심야 등 전력 수요가 적은 특정 시간대에 낮은 가격으로 충전할 수 있는 Off-peak 충전 요금제가 한 예라 할 수 있다.
국내도 전기차 충전에 대한 요금 체계의 기본적 형태는 이미 갖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 SDG&E, PEPCO, DTE Energy 등 주요 전력서비스 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전기차 충전 관련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의 RWE, 도쿄전력 등은 자동차 및 설비 기업들과 협력해 충전 인프라 자체의 구축과 함께 시스템 관리 및 요금 체계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은 전기차 확산에 대비해 소비자들의 비용 절감을 지원함과 동시에 전력망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효과적인 요금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

이제 전기차는 에너지를 소비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전력산업에서는 ‘전기차 Integration’이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Integration’과 함께 지속적인 키워드로 강조되고 있다. 전기차에 저장된 전기는 전력망 자체의 안정성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전기차는 움직이는 분산형 전원이기 때문이다. 전력망에 이상이 생길 경우 비상전원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일정 지역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 연결된 전기차로부터 전력 서비스 기업이 전력을 사서 공급할 수 있다. 소규모의 가상 피크발전소 개념이다. 다수의 전기차로부터 일시에 전력을 뽑아 전력망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미 전력저장장치(ESS)가 전력 공급원으로서 제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단독으로 혹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원과 결합해 전력망의 안정화에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기차의 전지를 통해 쌀 때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쌀 때 팔아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이미 지역에 따라서는 이웃간 전력 거래도 개방하고 있다. 제도나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전기차를 활용한 전력 수급의 양과 저변이 얼마만큼 확대되느냐가 관건이다. 전기차 대중화가 열리면서 충분히 가능한 사업 형태라 할 수 있다.

◆ 향후 전망 = 지난 1월 열린 북미 가전쇼(CES)와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물론, 3월 초의 제네바 모터쇼에서도 플러그인 전기차가 주목을 끌었다. 연료전지차를 비롯한 전기차 유형이 미래 자동차의 대세라는 데에 이견을 보이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아직까지는 사용 편의성이나 경제성 등 측면에서 전기차가 기존 내연기관을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올 들어 GM을 필두로 가격이나 성능, 주행거리 등의 측면에서도 기존 내연기관에 견줄 만한 대중적 모델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 정부들의 배기가스 규제 강화와 친환경차 보급 정책 추진, 기업들의 참여, 소비자 인식 제고 등으로 전기차 성장의 기반은 탄탄한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넘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전기차 모델들이 증가한다는 것 자체가 전기차 성장의 전환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중적인 전기차 시장의 개화는 Bolt, Model 3, 차세대 Leaf 등 모델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지원 및 보급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 온 전기차 시장의 중심이 이제는 정부나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모델도 4인승에서 SUV, 미니밴에 이르기까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과 주행거리 이슈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전기차 시장이 확산되면서 전지를 비롯한 전기차 부품, 충전 인프라, 전력 산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국내의 경우 올해 PHEV 3000대를 포함, 총 1만1000대의 전기차 보급을 계획하고 있다. 작년의 2배 수준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 강화도 전기차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은 전지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관련 사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며 “지능형 IT의 융합, 국내 자동차 부품 생태계에 기반한 혁신, 전력 관련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은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와 국내 관련 기업들은 전기차 및 관련 시장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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