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한과 오욕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사법부의 민낯

‘법비’라는 말이 있다. 법을 자기 식으로 절대시하고 도구 삼아 비적 행위를 해왔던 사람들을 뜻하는 것으로 저자에 의하면 법비는 비적 중에서도 가장 악독하고 잔인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의 수면에 가려졌던 ‘법비’들을 한 명씩 호명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법을 고치거나 추가했던 정권의 지배자들을 비롯해 그에 동조했던 법관들의 실명과 그들의 언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책은 ‘법을 이용하고 법을 지배해온’ 대한민국 법비들을 한자리에 모은 ‘법비 콜렉션’인 셈이다.

오늘도 법원에는 수많은 과거사 사건, 특히 조작간첩 사건들이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유죄를 내렸던 사법부에 다시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 인혁당 사건(2007), 오송회 사건(2008), 아람회 사건(2009), 김근태 고문 사건(2014) 등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뒤늦게나마 억울함을 벗었지만 고통과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이 책에는 사법살인으로 짓이겨진 수많은 피해자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 사람들을 기억하며 이 책을 ‘아프게’ 읽어달라고 주문한다. 자신이 모진 고문과 억울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피의자들의 삶을 읽으며, 통곡하는 심정으로 써내려간 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이 박제된 역사를 다루는 책으로 머물길 원치 않는다. 이 책이 세상에 나가 과거를 흔들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자는 이 책의 적지 않은 부분을 안기부의 압력 속에서도 양심적 판결을 내리고 변호했던 정의로운 법관들의 이야기로 채웠다. 이러한 분들은 사법부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동시에 다시 법과 정의가 무엇인지 물으며 사법부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가능성을 품게 하기 때문이다.

◆ 저자 소개 = 저자 ‘한홍구’는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을 역임했으며, (사)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상임이사,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집행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8가지 주요 쟁점과 그와 관련된 근현대사 맥락을 특유의 박식과 입담으로 풀어낸 <특강>, 한국 현대사의 여러 국면에 등장했던 사건과 사람들, 그것을 둘러싼 금기의 역사를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필치로 고발한 <대한민국史> 1~4권을 펴냈다. 그 외 <한홍구와 함께 걷다>, <한홍구의 현대사 다시 읽기>,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공저),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공저) 등을 출간했다. 현재는 <한겨레>에 법과 양심, 소신보다는 ‘그분들의 뜻’에 기대온 한국 사법부의 부끄럽고 고통스러운 어둠의 역사를 밝히는 ‘사법부-회한과 오욕의 역사’를 연재하고 있다.
(자료 제공 : 반디앤루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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