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중 첫 단계 지난주부터 시행
고유가 극복 정부-시민단체 간담회
낭비 실태조사 오는 30∼31일 실시
‘공동캠페인’합의…2단계는 미지수

에너지 소비절약 1단계 조치가 지난주 가동된 데 이어 고강도 단계별 조치도 검토되고 있다. 시기는 오는 31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의를 지켜본 이후 유가향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나 아직은 미지수이다. 2단계가 발동되면 승용차 자율 10부제, 2157개 에너지 다소비업체 관리 등을 골자로 한 1단계에 이어 에너지절약 대책이 한층 강도 높게 추진된다. 산자부는 이희범 장관 주재로 지난 24일 한국생산성본부 12층에서 에너지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한 가운데 고유가 극복을 위한 에너지절약 간담회를 개최, 범국민 공감대 형성에 나섰다. 산자부-에너지시민단체 간담회 주요 내용과 에너지절약 단계별 조치 배경과 효과-전망 등을 집중 알아본다.

간담회 주요 내용
범국민적 에너지절약운동의 추진은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정부는 시민단체와 공동대응을 통해 이번 고유가 상황을 극복하고 에너지 저소비형 사회를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
이희범 장관은 시민단체 대표 30여명과 지난 24일 개최된 간담회에서 최근의 유가 동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공동절약운동방향에 대해 합의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최근의 국제유가 변동상황 및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이 장관은 최근 국제유가가 미국 원유재고 감소, 달러화 약세, OPEC 감산결정 등으로 인해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31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며 이런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실물경제 전반에 비용상승을 가져와 물가 상승, 성장률 둔화, 나아가 국제수지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 같은 상황에서 자발적 에너지 소비절약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시민사회단체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해외자원개발 등을 통해 석유수입의 높은 중동 위존도를 개선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으로 취약한 국내 에너지 공급구조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장섭 에너지관리공단(에관공)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충 등 에너지 공급체계를 개선해 나가는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시민단체들은 이번 고유가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에너지시민연대 소속 265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전국규모의 에너지절약 캠페인을 전개할 것은 제안했다.
시민단체들은 에너지관리공단과 함께 26일까지 서울시를 비롯 전국 12개 지역에서 범국민 에너지절약 가두캠페인을 비롯 퍼포먼스, 홍보물 배포 등의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인천시와 에관공 인천지사(지사장 김대규)도 시청 대강당에서 고유가 대응 시책설명회를 가졌으며 에관공 충북지사(지사장 이공희)도 가스안전공사와 공동으로 지난 26일 도심에서 도내 12개 기관 및 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홍보 캠페인을 펼쳤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서울시 및 전국 6대 광역시 도심지역 에너지 다소비처에 대한 에너지낭비 실태조사를 오는 30∼31일 실시, 그 결과를 집중 홍보키로 했다. 조사 대상은 백화점, 대형 할인점, 공공·금융기관, 주유소, 가로등, 야간광고물 등이며 주요 조사내용은 영업시간외 내·외부조명, 장식용 조명 뿐 아니라 주유소 주유기와 옥외 간판을 제외한 옥외조명시설의 점등여부 등으로 알려졌다.
이 밖의 시민단체들도 범국민 에너지절약 촉구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본격 추진키로 했다.

단계별 조치 내용
작년 이라크전 발발을 앞두고 마련한 고유가 에너지절약 3단계 대책이 발동됐다.
이 대책은 자발적 유도를 골자로 하는 1단계(두바이유 30달러대), 강제적 시책이 담긴 2단계(35달러 이상), 공급제한 시책 중심의 3단계(40달러대)로 구분돼 시행된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중동산 두바이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1단계를 적용하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에너지관리공단에 지침을 보내 자발적 에너지절약에 초점을 맞춘 1단계 조치를 시행하고 적극 홍보에 나섰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석유소비 비수기가 2분기부터 가시화 됨에도 불구, 지난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기습적인 감산 결정과 세계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급불안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승용차 자율 10부제를 시행하고 카풀 참여 확대를 꾀하기로 했다. 백화점과 할인점, 대형 제조업체 등 연간 2000TOE(에너지환산단위 1TOE=7.33배럴)이상을 사용하는 2157개 업체 및 기관에 대해서는 수요관리를 통해 자발적 에너지 절감 유도에 들어갔다.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의 옥외사용 자제, 난방온도 섭씨 18∼20도 준수, 편의점·유흥업소 등의 과다 조명 자제 등을 추진하고 에너지절약 자발적 협약 699개사와 한전, 가스공사 등 42개 에너지관련 유관기관의 홈페이지, 전국 122개 전광판에 절약 광고를 게재토록 했다.
전년도에 비해 일정량 이상의 에너지 절약을 실현한 기업이나 가정에 대해서는 전력요금 할인 등 인센티브 부여, 체육시설·경관조명 사용자제, 도로 및 가로등 과다 조명구간 소등권장 등도 병행한다.
산자부 관계자는“승강기 3층 이하 운행금지 및 4층 이상 격층 운행, 심야전기사용제한 등을 내용으로 한 2단계 적용여부는 추후 유가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나 실제 가동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예상했다.

1단계 시행 배경
정부가 비상수급방안인 에너지 소비절약 대책을 시행키로 결정한 것은 유가 강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가뜩이나 내수부진, 실업률 급등, 원자재난 등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태에서 노무현대통령 탄핵안의 국회 가결로 정국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유가 부담까지 가중될 경우, 경제회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9월 OPEC 총회에서 기습적인 감산 결정이 내려진 뒤 6개월 정도 고유가 현상이 지속됐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었다.
계절적으로 성수기에 접어들어 유가 강세가 불가피했던 데다 이라크전쟁처럼 유가 급등을 촉발할 만한 불안요인이 없었던 탓이다.
정유사를 비롯해 재계에서 교통세 및 석유수입부과금 인하 등을 요청해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에 따른 투기자본의 석유시장 유입으로 매수세가 지속됐고 세계 경기회복, 미 동부지역의 한파에 따른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난 데다 최근에는 테러 발발 불안감 확산까지 겹치자 국제유가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지난주 국제유가는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선물 및 현물가격이 걸프전 이후 13년5개월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38.18달러에 이르렀고 브렌트유와 중동산 두바이유도 각각 작년 평균보다 4.07달러, 5.71달러나 급등했다.
이로 인해 서울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사상 최고인 ℓ당 1400원을 넘어섰으며 경유 및 난방유 가격도 동반 상승, 서민경제에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효과 및 전망
정부의 이번 대책은 강제조치보다는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책적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에너지 절약심리를 확산시킬 수 있고 기업들에 조기대응 태세를 촉구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효과는 기대된다.
전력 사용제한 등 직접적인 억제수단이 동원되는 2단계 조치의 가동 가능성은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산자부 관계자는“전시상황과 달리 현재 원유의 수급상황은 원활하기 때문에 수급악화가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오는 31일 OPEC 총회에서 또 한차례의 기습 감산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2분기부터는 유가가 진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원자재난 급등과 수급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고유가의 장기화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정국 불안까지 겹친 상태에서 유가불안은 소비심리 위축, 투자 유보 등을 가속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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