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민주당 간사 국회법 조항 따라 사회권 행사
완전 독립 원안위 구성·상설 감시 상황실 구성 주장도

▲ 국민의당 오세정, 신용현, 김경진 의원(왼쪽부터)이 29일 오후 미방위 국감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대 국회 첫 국감이 시작된지 나흘만에 미방위 국정감사가 처음으로 열렸다. 이날 국감 역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전원불참하면서 국감이 불발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14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의 사회로 야당 의원만 참석한 채 국정감사를 개시했다.

박 간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상진 의원은 일방적으로 이유도 없이 국감 개시를 사흘째 거부하고 있다”며 “두 차례 개시촉구요구서를 전달했지만 국감이 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한 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안전에 대한 국감이 예정돼 있다”며 “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수 있다는 국회법 조항에 따라 사회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방위는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재단,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지진 대책과 원전 정책 등에 대해 점검했다.

이날 미방위 국감에서는 원안위 완전 독립위원회 구성해야, 한수원 5년간 원자력안전법 15차례 위반, 월성 원전 자유장 지진계측기 고장, 내진설계 국내 기술기준 마련 시급, 현장 규제인원 확보 방안 마련 필요, 지진측정 결과 신뢰도 의문, 한수원 협력사 위험 작업 최소화 근무 환경 조성 필요 등에 대한 질의가 집중됐다.,

◆ 월성 원전 자유장 지진계측기 고장 = 최명길 의원(더민주)은 “12일 경주 지진 발생 당시 원안위와 한수원이 발표한 월성 원전 1호기 지진 계측 값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으며 그로 인해 잘못된 비상절차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원전의 지진계측기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경수로형 원전 규제기준 및 규제지침’에 따라 설치되고 운영된다. 현재 우리나라 모든 원전의 OBE(운전기준지진) 기준은 0.1g(최대지반가속도)다. 계측값이 0.1g를 초과하면 일단 원전 운전을 정지하고 비상절차를 수행해야 한다.
계측값이 0.01~0.1g 미만이면 정밀평가를 거친 후에 운전 정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반해 이번 경주지진 당시 한수원은 지진계측값이 0.0981g로 원전을 바로 정지하지 않고 정밀평가를 거친 후 4시간 후에 최종 운전정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해 왔다.
원전부지 바로 인근에서 원자력안전기술원이 계측한 값은 OBE(0.1g)를 초과하는 0.12g였다. 하지만 한수원은 내부 지진계측값이 우선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번 지진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월성원전 1호기에는 ‘자유장 지진계측기’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작성한(2015년 1월7일) 월성원전 지진감시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자유장 계측기는 평소 이상 증폭 현상이 발견돼 사용을 정지시킨 것으로 나온다. 고장으로 가동이 중단된 것.
최명길 의원은 “한수원과 원안위가 월성 1호기 지진계측값이 자유장이 아닌 건물 내에서 측정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원전 운전을 계속했다는 것은 안전불감증을 넘어 안전상실증에 해당한다”며 “당시 비상절차 수행이 적절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 원안위, 완전 독립 위원회로 구성해야 = 신용현 의원(국민의당)은 “원안위는 한수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원전 가동을 정지 한 이후에도 1시간 13분이 지나서야 수동정지 초과 값을 보고받았다”며 “원안위가 재해별 자체대응 매뉴얼을 두지 않고 상업원전 사업자의 내부 절차서에만 의존하며 그 절차서대로 했는지 확인하는 정도로만 개입하고 있어 사업자가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더라도 알아낼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은 지진의 크기(응답스펙트럼)가 수동정지 기준을 초과한 사실을 즉시 알고서도 가동을 중단하지 않고 이를 재계산하는 데 2시간 35분을 소요하고 자체 판단에 따라 가동을 중단한 뒤 1시간 후에 원안위에 이 값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의원은 재해로 인한 위험발생 시 원안위가 사업자에게 가동 중단을 지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도록 하기 위해 △재난대응 지휘권을 원안위가 가져올 것 △안전기술원의 지진측정기를 원전 내부에 설치하고 원안위의 의사결정 기준값으로 삼을 것 △원안위가 국민 안전과 환경보전에 최우선 가치를 둔 재난대응 절차서를 만들 것 △상업원전 사업자의 재난대응 절차서를 원안위가 검토, 승인할 것을 주문했다.

◆ 규제기관 규제 대상기관 부담금 징수 사용 개선 필요 =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은 “원자력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피규제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돈을 받아 규제를 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28일부터는 ‘김영란법’이 시행돼 업무 연관자와는 커피 한잔도 어려운 시대인데 규제기관이 규제 대상기관으로부터 부담금을 징수해 사용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원안회는 원자력안전법 제9조에 따라 원자력 안전연구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며 올해부터 여기에 드는 비용을 원자력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원자력진흥법(미래부 소관) 제17조를 개정해 원자력기금을 설치했으며 한수원은 전년도 전력량(㎾h) 당 1.2원을 곱한 금액의 부담금을 내게 됐다.
올해 원안위 예산은 총 1762억원으로 그 중 48%인 852억원을 원자력기금에서 충당해 사용하고 있다.

◆ 현장 규제인원 확보 방안 마련 필요 = 오세정 의원(국민의당)은 “원전 전체규제 인력수가 미국, 프랑스, 캐나다보다 적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발전소별 현장 파견인력이 적은 것”이라며 “원안위는 현장 규제인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2013년에도 원전 호기당 안전규제인력은 19.2명에 불과했으며 3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22.1명에 불과해 미국의 37.5명, 프랑스 37.7명, 캐나다 46.6명에 비해서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장 규제인력 역시 한국은 45명밖에 없어 호기당 현장규제인력수가 1.6명에 불과한 반면 프랑스와 일본은 각각 3.6명, 3.4명에 달해 선진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 지진측정 결과 신뢰도 심각한 의문 = 유승희 의원(더민주)은 “무게를 잴 때 바늘을 0으로 둬야 정확한 무게를 젤 수 있듯 지진계 역시 제대로 측정이 되는지 인증기관으로부터 주기적으로 교정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을 비롯해 기상청 모두 이러한 교정을 받고 있지 않았다”며 “지난 9월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정부가 지난 8년간 감사원 지적도 무시했고 국가표준기본법도 위반 소지도 크다”며 “지진계 관리 및 측정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감사원의 정밀 감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상설 감시 상황실 연말까지 계획 제출 = 김경진 의원은 “원안위에 지진, 해일, 테러 등 긴급 재난대응을 위한 각 원전 상시 모니터링 체계가 부실하다”며 “상설 감시체계를 담당하는 ‘상황실’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용환 원안위원장은 “올해 연말까지 상황실 설치를 위한 계획과 관련 예산계획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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