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공급약관 정당 판결…당정T/F 내달경 확정
겨울 전력수요 여름 앞질러…여전히 ‘뜨거운 감자’

법원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약관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6일 주택용 전력 소비자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누진제에 따라 납부한 요금을 돌려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누진제 소송이 처음 제기된 지 2년여 만에 나온 법원의 정당 판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누진제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전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조만간 개편된 제도로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공급약관’에 따르면 주택용 전력은 사용량에 따라 6단계의 누진제가 적용된다. 사용 전력량을 기준으로 최초 100㎾h까지는 1단계, 그 이후부터 100㎾h씩 2~6단계로 나누고 누진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100㎾h 이하 구간의 경우 기본요금 410원, 1㎾h당 60.7원의 전력량요금을 부과된다. 또 101~200㎾h 구간은 기본요금 910원, ㎾h당 전력량요금 125.9원을 시작으로 매 100㎾h 구간마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이 올라 500㎾h 초과 구간의 경우에는 기본요금 1만2940원 전력량요금 1㎾h당 709.5원이 부과된다.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은 11.7배인 셈이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들은 “주택용 전력 소비자들은 산업용과 똑같은 전기를 쓰고도 최대 11배가 넘는 요금을 내는 셈”이라며 “해당 약관은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불공정하게 작성한 약관을 무효로 규정하는 ‘약관규제법’에 따라 효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전기요금 약관이 공정성을 잃어 무효에 해당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며 “지식경제부의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에 대한 고시에도 필요할 경우 차등·누진 요금을 내도록 하는 등 누진 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새누리당과 정부는 전기요금 당정 T/F를 발족, 누진제 개편을 논의 중에 있다. TF는 이달 중 공청회를 열고 다음달 중 개편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누진제를 현행 6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고 최고 누진배율도 현행 11.7배에서 2.6배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당은 현행 6단계 누진제를 1~2단계요금구간을 통합해 1단계 요금을, 3~4단계요금구간을 통합해 3단계 요금을 적용하는 등 총 4단계로 줄이는 대안을 제안한 바 있다.

이미 정부는 물론이며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단체까지 누진제 폐지보다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6년 한전 주도로 누진제 구간과 누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2009년에는 누진제를 3∼5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국회에 보고한 바 있다.

당·정 T/F가 조만간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야당과의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 지도 관심이다. 특히 당장 겨울철이 다가오는 12월부터 적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근 몇 년간 전력수요를 살펴보면 각종 전기난방기기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겨울철 전력수요가 여름철 전력수요를 앞지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정된 누진제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요금폭탄 논란은 올 겨울까지 지속돼 정치권은 물론이며 정부까지 시민들의 따가운 후폭풍을 맞을 수 있어 누진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 인상에 대한 의견이 등이 이번 국감에서 제기됨에 따라 형평성 논란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되는 산업용 요금제 개편에 대해 정부와 새누리당이 어떠한 카드를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여·야 할 것 없이 올 여름 ‘전기요금 폭탄’의 주범으로 주목된 누진제 개편에 대해 국정감사에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5일 나주에서 진행된 국감에서 누진제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나치게 시혜적·징벌적인 요금체계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누진제 폐지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11월 말까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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