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동양인 첫 원자력공학박사 학위 받은 전완영 박사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 발간… UAE원전 수출 초석 다져

몇 년전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출한 원자력발전소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의 운영권을 수주했다는 쾌거가 앞다퉈 보도됐다. 국내 원전 1호인 고리 원전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1978년 이후 39년 만에 최초로 한국형 원자로로 만든 원전 수출국에서 이제는 이 ‘원전 운영기술 수출’에도 성공하게 됐다. 내년이면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준공된다.

바로 이 한국형 원자로를 만들 수 있었던 바탕에는 미국에서 동양인 최초이자 한국인으로 원자력 전공 박사 1호를 딴 전완영 박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땀흘림 덕분이었다.

이 책은 1부에서 3부까지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희망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간 저자가 미국과 캐나다에서 대학원생 그리고 교수로서 경험한 이야기들이고, 2부는 재미 원자력 학자로서의 치열한 여정을, 3부는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어떻게 헌신했는가 하는 내용으로 나눠져 있다. 먼저 한국의 한 공학도가 미국에 들어가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미국 원자력계에 몸을 던져 고국의 원조 없이 악전고투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1950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진해 해군기지에 기술연구소를 만들어 비밀리에 수소폭탄을 개발하려고 시도한 알려지지 않은 원자력계의 비사(秘史)까지 담고 있어 독자에게 흥미를 더해준다. 당시 저자는 그 일본인 기술자를 감시하라는 은밀한 임무를 부여받은 신입 해군기술장교였다. 그리고 제자 이휘소 박사와 함께한 사진 등 50여장의 다양한 화보들을 통해 세계 원자력계 후학을 길러낸 그의 눈부신 발자취를 상세히 엿볼 수가 있다.

최근 중동에서 날아온 ‘향후 60년간 원전 운영으로 얻는 외화가 무려 55조’라는 낭보와 함께 그의 삶을 조명한 이 책의 출판은 그 의미가 크다.

그의 염원대로 대한민국은 이제 전 세계가 놀라는 원자력 강국이 되어 원전수출은 물론 원전 운용 노하우까지 전수하게 됐다. 이 책은 한국 원자력계에는 더큰 사명감과 자긍심을,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이끌어 나갈 내일의 젊은 과학도들에게도 좋은 지침서이다.

이 글을 마무리한 후인 지난 2012년 7월 15일, 그는 조국 대한민국이 자신이 그토록 열망하던 한국형원자로가 개발되어 운용되고, 마침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까지 되는 쾌거에 흡족해 하며 ‘더 좋은 세상을 위하여(To Better the World)'라는 신념으로 한 평생을 달려온 길을 마감한 채 먼 이국땅 미국에서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저자 故 전완영(1924년 4월~2012년 7월)은 경기고교를 거쳐 서울공대를 졸업한 후 서울공대 강사로 재직하다가 이듬해 6월, 미국 MIT의 특별 하계강좌(FSSP)에 참가했다. 이후 미국 유일의 원자력공학과가 있는 북캐롤라이너 주립대학에 유학해 1957년 핵공학 석사를 취득, 이어서 미시간대학교 ANN ARBOR에서 한국인 최초로 원자력공학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그는 이미 1950년대에 조국이 원자로를 도입, 활용하고 발전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동안 한국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인 트리거 마크Ⅱ 구매에 참여했고 세계 유일의 상업용 고속 증식로(엔리코 페르미) 설계요원으로 활동했다. RHODE ISLAND주립대학에서 교수를 시작, 캐나다의 명문인 MCGILL대학에서 부교수직을 거쳐 다시 미 뉴욕주립대학(SUNY/BUFFALO)에서 핵공학학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 학내 원자력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전 박사는 미 전력연구소의 지원 아래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 설비인 비상노심냉각계통의 이론적, 실험적 기초(SUNY/BUFFALO)를 마련했으며 1982년 초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처 위촉으로 원자력안전센터 창립에 참여했다. 또 한국과학원(KAIST)의 초빙교수로 모국의 유능한 원자력 후진양성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그리고 한전 원자력담당 사장 특별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우리나라 원자력계의 숙원인 기술자립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9년 뒤인 2009년 마침내 아랍에미리트에 우리 고유 기술로 설계한 원자로인 한국형 원자로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는데 초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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