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이 남동발전을 국내 기업 위주로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남동발전의 인수에 뜻을 품고 있는 국내 에너지 그룹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동발전 매각과 관련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팔되 외국자본이 참여하는 방안으로 추진될 것”이라며 “국내 대기업의 발전 기술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데다 자금여력도 충분해 인수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남동발전의 우선 매각이 결정되면서 그 동안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여왔던 외국의 에너지기업들이 엔론 사태 이후 국내 시장에서 관망세 내지는 철수할 의사를 보였으며 반면에 지속적으로 남동발전에 ‘러브콜’을 보냈던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실 발전부문의 매각에 있어 정부는 해외자본의 유입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자세를 보여왔었다. 따라서 이번에 신 장관의 발언은 첫 매각 대상인 남동발전을 국내 기업쪽으로 밀어주면서 국민적인 거부감을 최소화한다는 의미도 담겨있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아직 외국 에너지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인데다 정부도 발전회사 매각을 외국기업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국내 기업들간 각축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장관의 이번 발언으로 국내 에너지기업들은 이제 적극적인 남동발전의 인수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LG와 SK, 포스코, 한화 등 4곳 이상의 국내기업들이 지난 8일 마감하는 남동발전 투자의향서(LOI) 제출에 참여할 의사를 보였다. 이들 대기업 외에도 에너지관련 중견기업도 의향서 제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경우 정유업을 하고 있는 SK(주)가 참여할 예정이다. SK(주)는 발전이나 가스사업 진출을 위해 발전부문민영화 작업이 시작될 때부터 임원급을 팀장으로 하는 전력·에너지사업부를 운영해 왔다. 국내 발전부문에 상당한 매력이 있다고 밝혀온 SK(주)가 남동발전을 인수할 경우 정유, 가스사업에 발전부문까지 진출하게 됨에 따라 완전경쟁시대에 선두 주자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도 정유업체인 LG칼텍스정유가 투자의향서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LG의 경우 이미 LG파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정유, 가스부문에서 SK와 경쟁상대에 있어 남동발전 매각전에서 다시한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미국의 에너지전문기업인 엘파소와 공동투자한 한국종합에너지를 통해 이번 입찰에 참여키로 했다. 국내 최초로 민자발전소를 설립, 30년동안 민자발전사업을 영위해온 한국종합에너지는 지난번 4호기를 상업운전 총 180만㎾의 용량을 보유하고 있어 어느 회사보다 발전소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축척해 왔다.

포스코도 오래전부터 유상부 회장이 발전산업 민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이번 입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열연코일 가격인상으로 약 1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포스코도 발전산업을 그룹내 신사업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최고경영자가 남동발전의 인수 의욕을 강하게 보임으로써 강력한 남동발전 인수 후부로 점처지고 있다.

반면 외국기업의 경우 당초 미란트, 트랙터벨, 싱가포르파워인터내셔널(SPI) 등이 높은 관심을 표명했으나 최근 에너지기업의 기업환경 악화를 이유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전문가는 “외국 기업의 경우 첫 매각 대상인 남동발전을 인수할 경우 노조와의 마찰과 대국민적인 반감 그리고 자사의 경영환경 등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차기 발전회사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러저러한 이유로 외국 기업들이 단독인수에는 소극적인 반응을 보일지라도 차기 발전회사 인수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도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남동발전의 매각 수순에는 참여업체가 어디냐와 함께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정권 말기에 다시한번 노조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성공적인 국내 전력산업구조개편 잣대가 된다는 데 있어 그 의미가 큰 것이다.

남동발전을 시작으로 5개 화력발전회사는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된다. 따라서 성공적인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각에 따른 파장과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매각 주체인 한전과 정부 그리고 남동발전을 인수하게 될 기업의 가장 큰 숙제로 남겨질 것이다.

한편 한전은 투자의향서를 받아 적격업체를 선정, 12월초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발급하고 기업실사 등을 거쳐 늦어도 내년초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남동발전은 자산규모 2조7257억원으로 지난해 4∼12월 1조1,184억원의 전기판매수익에 1,66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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