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것의 폭력에 대한 강력한 비판

이 책은 “타자가 존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라는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타자는 다양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 핵심적인 의미를 꼽는다면 ‘낯선 존재, 내가 이해할 수 없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타자는 두려움의 대상이며, 어떤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는 이러한 타자와의 투쟁의 역사였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타자는 인간의 삶에 일정한 형상과 방향과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왔다.

저자는 오늘날 이러한 타자가 사라졌다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낯선 타자와 맞닥뜨릴 기회가 줄어들고 비슷한 것들만 창궐하는 사회, 오직 자신에게 익숙하게 길들여진 것만 상대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된 오늘의 나르시시즘적 사회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려낸다.

같은 것의 창궐, 같은 것의 테러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같은 것의 지옥으로부터의 구원은 결국 타자로부터 온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가 추방시켰던 타자에게 다시 제자리를 내주는 일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 저자 소개 = 저자 ‘한병철’은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철학, 독일 문학, 가톨릭 신학을 공부했다. 1994년 하이데거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00년에는 스위스 바젤 대학에서 데리다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했다. 독일과 스위스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으며,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피로사회>, <투명사회> 등의 저작이 독일에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가장 주목받는 문화비평가로 떠올랐다. 특히 <피로사회>는 2012년 한국에 소개되면서 주요 언론 매체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등 한국 사회를 꿰뚫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그 밖에도 <권력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향기>, <심리정치>, <에로스의 종말>, <죽음과 타자성>, <폭력의 위상학>, <하이데거 입문>, <헤겔과 권력>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자료 : 반디앤루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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