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생산 친환경, 유통 분산형, 소비 디지털시대로 전환
집단에너지 연간편익 1조 1,500억 사업자들 경영난 ‘허덕’

▲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장(SK E&S 사장)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에너지업계가 활발한 논의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발전용 연료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만 따지는 소모적 논쟁에서 벗어나 생산-이송-소비 등 전력산업 전 단계에 이르는 포괄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원전이냐 신재생이냐, 최근 연료원 논쟁 너무 치우쳐” 유정준 집단에너지협회장(SK E&S 사장)은 15일 사단법인 에너지미래포럼이 주최한 ‘제8차 에너지미래포럼’에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나라 전력정책은 전기 생산(공급)에만 집중한 나머지 원전·석탄 혹은 신재생·천연가스 등 발전용 연료를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이제는 생산은 물론 이송, 소비단계까지 아우르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에너지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협회장은 앞으로 전력산업이 생산은 Decarbonization(탈탄소화)을 통해 친환경화 되고 이송은 Decentralization(탈중앙집중화)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소비는 Digitalization(디지털화)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중 일일 최대전력수요의 편차가 최대 37기가와트(2016년 기준)까지 벌어지는 현 상황에서 피크수요에만 맞춰 신규 발전소를 짓는 데에만 집중하기보다는 Digitalization과 Decentralization을 통해 생산과 소비가 일치될 수 있도록 송전과 소비 단계에서의 효율을 향상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또한 “글로벌 에너지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는데 국내 여건은 여전히 해안가에 밀집해있는 원전이나 석탄발전소 등 대규모 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수요처인 수도권까지 장거리 고압 송전(送電)하는 구조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꼬집으면서 전력시스템의 Decentralization(탈중앙집중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협회장은 열병합발전을 정책자원으로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규모 장거리 송전선 건설이 주민반대나 민원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전소를 짓고도 송전설비가 부족해 가동을 못하는 상황이 이미 발생하고 있는 만큼 분산전원의 효용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전제하며 “열병합발전소는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지역 내에 지어지는 대표적 ‘분산형 전원’으로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 친환경적이다”라고 말했다. 열병합발전이 Decentralization(탈중앙집중화)와 Decarbonization(탈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발전소라는 것이다.

그는 또 “열병합발전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기후나 환경에 따라 전력생산이 일정치 않은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발전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과 EU(유럽연합) 등 에너지 선진국들은 열병합발전은 친환경 분산전원으로 정의하고 신재생에너지에 준하는 수준의 투자비지원, 세제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열병합발전소가 분산형전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민에게 제공하는 편익을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연간 약 1조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경제경영연구원(2017년) 및 전기연구원(2015년)의 연구에 따르면 열병합발전소로인해 장거리 송전선을 새로 건설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편익이 연간 약 2,623억원(한전경제경영연구원 1,727억원 / 전기연구원 3,520억원의 평균)수준이며, 에너지효율향상과 온실가스∙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으로 인한 환경 편익이 연간 약 8,916억원(출처:서울 과기대 유승훈 교수,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가치 평가 및 기여방안 연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편익과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소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국내 36개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 사업자 중에서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전력과 전력공급계약을 맺고 있는 GS파워를 제외할 경우 업계는 연간 약 1,500억원대의 만성 적자를 겪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 두 곳을 제외한 업계 전체의 손익을 따져보면 2011년 2,3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2~’16년까지 매년 1,000억원을 상회하는 손실 폭을 기록했다.
이에 유정준 협회장은 분산형전원 활성화를 위해 열병합발전에 대한 3가지 지원 정책을 제언했다. 우선 당장 고사 위기에 처한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해 연료비 정산을 현실화 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열병합발전 사업자는 열 생산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된 전기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원가 이하로 정산 받고 있다.

두 번째로는 발전소에 지급하는 고정비 정산금(CP∙Capacity Payment, 용량요금)을 확대해 달라는 내용이다. 수요지에 위치해서 일반발전소와 비교해 투자비, 부지비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분산형전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친환경연료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고정비 보상을 확대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마지막으로 분산형전원 활성화를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한 지원을 요구했다. 과거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2001년부터 9년간 총 5,205억원을 열병합발전에 지원했으나 2010년 이후 열병합발전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상태다.

유정준 협회장은 “친환경 분산형전원으로 기여하고 있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올해 말 경 발표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에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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