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지르코늄-89 양산시스템 구축성공

암 진단 등에 효과적임에도 대량생산이 안 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오던 의료진단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를 드디어 국내에서 양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하재주)은 10월부터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지르코늄-89 양산시스템을 구축하고 10월부터 국내 의료기관에 이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를 가속하여 암 등 질병 진단을 위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허민구·박정훈 박사팀이 구축한 양산시스템은 하이드록사메이트 기반 크로마토그래피법을 통해 지르코늄-89를 핵종 순도 99.9%까지 분리·정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이드록사메이트 기반 크로마토그래피법: 하이드록사메이트라는 특수흡착제를 활용하여 불순물을 분리하고 원하는 물질(지르코늄-89)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와 같은 영상진단에 사용할 수 있는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기존 동위원소들의 반감기보다 길기 때문에 지르코늄-89와 결합한 약물을 체내에 주입하면 영상을 통해 약물의 체내 움직임을 장시간동안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동위원소를 사용했을 때보다 정확히 약물의 체내 분포를 파악할 수 있어 생체 내에서 반응시간이 긴 항체, 단백질 및 나노약물 등을 이용한 종양, 면역연구 등에 효과적이고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연구소는 현재 100 mCi/batch 수준의 생산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이는 한번 생산 공정으로 약 20곳의 연구기관에 공급가능한 수준이다. 사전 실시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서울대병원, 서울삼성병원, 경북대학교, 전남대학병원 등 14개 연구팀에 10월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내 의료기관들은 지르코늄-89를 고가로 수입하거나 반감기가 짧은 PET 진단용 동위원소를 사용해왔으나, 이번 양산시스템 구축으로 동위원소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져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병엽 첨단방사선연구소 소장은 “이번 양산시스템 구축으로 동위원소를 이용한 핵의학분야에서 선진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연구진이 차세대 진단의료기술을 선점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향후 300 mCi/batch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강화하여 지르코늄-89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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