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업무는 영국 원전 사업 진출을 위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이임식서 직원들과 석별의 정 나누며 눈시울 붉혀 “많이 지쳤다”
사옥매각, 에너지밸리구축, 제2 KEPCO 토대 마련 등 업적 많아

지금으로부터  딱 5년전 조환익한전사장은 취임사에서 ‘KEPCO AGAIN’ 이라는 그당시 한전을 직시하는 아젠다를 가지고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한전의 흐트러져 있던 조직문화의 장점을 살려 한곳에 모아 난관을 극복하는데 활용했다. 이러한 장점 많은 한전의 조직문화는 빛을 발하기 시작,난적한 산제를 해결하는데 큰 빛을 발했다.

이러한 급소를 찌르는 조환식 사장의 경영방식은 어느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많은 실적을 내기에 충분했다.

공기업의 혁신적인 모델로 평가받는 에너지 밸리 구축은 그의 탁월한 경영능력과 수완을 발휘된 대표적 사례다.

조사장은 그동안  역대 한전 사장중에 굵직굵직한  일을 하면서  대과 없이 많은 업적을 쌓고 떠났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전이 중국을 제치고 무어사이드 원전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라는 어마어마한  업적을 남기고 퇴임했다.원자력 유럽 선진국진출의 1호인 무어사이드 원전은 유럽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수십조에 달하는 원전 수주는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에다가 조환익 사장 같은 훌륭한 경영자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탈원전을 외치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국내의 척박한 땅에서 해외에서 원전 수주는 역사적으로도 후대에 길이 빛날 기념비사적인 성과로 가록될 만하다.

조환익 사장이 취임하던 2012년 12월은 정말 산적한 현안이 많았다. 이때는 한전의 만성적자로 미래가 불투명하고 9.15정전사태를 겪은지 얼마 안돼 전력 수급위기가 대두되고 밀양송전선로 건설이 사회적 문제가 돼 어려움에 봉착했으며 본사의 나주이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야하는 등 산적한 문제가 많았다.

조사장은 우선 적자에 따른 직속으로 전방위적인 부채감축대책부서를 두고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추진, 2008년부터 2012년 까지 5년 연속의 적자를 끝내고 재무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 10년동안 거의 불가능이라고 믿었던 밀양 송전선로 건설 문제도 주민 방문등 진정성 있는 끝임없는 노력 및 현장소통으로 해결, 전력설비 적기 건설을 이뤄냈다.

특히 삼성도 부지 매각은 한전의 전략적 승리로 혁신도시로 가는 공기업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으며 나주 이전은 제2의 KEPCO의 시대를 여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임기 3개월을 남겨놓고 떠나는 조환익 한전 사장은 지난 8일 이임식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훔쳤다. 지난 5년간 재직하면서 직원들과 부대끼면서 너무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그의 60조가 넘는 CEO로서 책임을 다하보니 너무많이 지쳤다고 말하고 나주에서 서울행 SRT에 몸을 실었다. 그의 달변을 다시한번 볼 날을 기대해 본다.

다음은 조환익 한전 사장 이임사다.


조환익 한전사장 이임사

입사하던 날부터 기다리던 날이 오늘 드디어 온 것 같습니다. 이임사에 앞서 동영상을 보면서 많이 울컥했습니다. 잘 만들었습니다. 제가 저런 동영상의 주인공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제 저녁식사하고 일찍 들어갔는데 과거 5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서 잠을 못 잤습니다.

오늘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제가 5년에서 8일 빠지는 1,817일 근무했습니다. 언론에는 최장수 CEO라고 나오는데 이종훈 사장은 5년 플러스 20일을 하셨더라고요. 제가 최장수는 아닙니다.

모든 일이 ‘시작은 새벽처럼 서서히 밝아오지만 끝날은 해 떨어지듯 갑작스럽게 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퇴임을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임기를 모두 마친 게 아니라 제가 원해서 좀 더 일찍 퇴임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여러분들과 작별의 준비를 충분히 못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올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위 ‘시즌2’니까 빛가람 혁신도시에 와서 새로운 일을 해야 하는데 그건 새로운 CEO가 하는 게 맞다, 그런 생각입니다. 연말까지는 자리를 물려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2012년 12월 17일에 한전 사장에 취임했습니다. 그 후 2년 동안 생전 경험 못한 혹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한 다섯 가지 정도가 됩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오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지’ 이런 고민을 했습니다.

첫째는 지역주민과의 전력설비 건설 갈등입니다. 밀양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건설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해결의 기미는 없었죠.

두 번째는 전력난. 여러분 다 경험하셨죠? 2013년도. 정말 우리가 그때 기적을 만들지 않았으면 대한민국은 순환정전을 몇 번 겪었을 겁니다.

셋째는 적자투성이 회사. 적자인데 누가 상대는 해줍니까. 국가가 적자나면 얼마나 국제무대에서 무시합니까. 우리나라도 IMF를 겪어 봤죠. 어떤 사업에 투자 하나 하려고 하면 ‘어디 빚더미 회사가 투자를 하냐’ 이런 핀잔을 받았습니다.

넷째는 세계에너지총회입니다. 우리가 모처럼 개최했는데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고 심지어 총회 사무국에서는 개최권을 반납하라는 말까지 했으니 국가 망신을 시킬 수도 있는 일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삼성동에서 오랫동안 뿌리 내린 회사를 이곳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삼성동 땅을 잘 팔아야 하고 이쪽으로 와서 정착도 잘 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게 하나도 쉬운 게 없었고 내가 왜 시련을 겪어야 하나, 내가 무엇 때문에 한전에 와서 이 모든 짐을 다 짊어져야 되는지 하는 생각을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고 오죽하면 제 책에다 “몸만이라도 건져 나오게 하소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런데 한전의 기적을 봤습니다. 우리 노조간부들이 솔선수범해 갈등의 현장에서 불침번을 서기까지 했습니다. 어떤 면에선 참 하기 힘든 결단입니다. 노조위원장님부터 앞장서서 방호를 해줬는데 거기서 우리는 한 마음이 됐습니다. 주민들과 대화를 시도했고, 끝까지 소통했고, 결국 그 어려운 것을 타결했습니다.

전력난은 정말 어마어마했죠. 8월 15일로 기억합니다만 이미 순환단전이 불가피하다고 해서 산자부 장관과 제가 삼성동에서 대국민호소문을 내고 밤늦게 집에 들어왔는데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화력발전 2기가 정지해 있었습니다. ‘정말 불가피하게 이런 일을 당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우리 전 직원을 다 투입시켜 절전파도타기 국민 이벤트를 했습니다. 각자 가까운 사람들에게 “오후 피크시간에 에어컨 꺼주세요”라고 주변에 부탁했죠. 불가능해 보였는데 그것이 기적을 불러 일으켰어요. 치솟던 전력수요가 꺾이기 시작했는데 그때 감동은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이후로 대한민국은 한 번도 전력난을 겪지 않았어요.

이게 다 뭐겠습니까, 여러분들의 정성, 우리 KEPCO가 힘을 합쳐서 만들어낸 겁니다. 우려했던 대구세계에너지총회는 세계 최고이자 최대의 행사로 잘 치렀습니다. 우리의 해외조직이 총동원 되어 활동한 덕분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잘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까지 받았습니다.

삼성동 부지, 그렇게 많이 받을 줄 누가 알았습니까. 그거 때문에 나중에 힘든 면도 있었지만, 그것이 여기 와서 우리가 당당하게 투자하고 KEPCO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한전의 힘이고 화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화력이면 어떤 기적이라도 만들 수 있고 미래를 끌어가지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더 많은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 더 많은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에너지밸리, 에너지 신사업, 업(業)의 변화를 통해 한전은 단순한 전기 도매상에서 이제는 에너지 솔루션 회사로 바꿔가고 있습니다. 해외사업도 적극적으로 드라이브 하고 있습니다.

또 지역에서 만든 상품을 세계에 잘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빅스포를 만들었어요. 이뿐 아니라 4차산업혁명을 현장에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 슈퍼그리드를 한번 해보자 했는데 그게 북방경제위원회에서 동북아 최대 핵심의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업은 나중에 꼭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게 다 기적이죠. 여러분들이 뭉쳐서 만들어 낸 겁니다. 한전의 저력에 대해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삼성동 시대를 마감하고 빛가람 시대를 연 사장이 됐습니다. 3개월을 할지, 길어야 5개월 할지 모른다던 사장이 이제는 새로운 하나의 시대를 여는 사장이 됐고 빛가람 3년을 마치고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어 인계하는 영예로운 사장이 됐습니다.

주가는 치솟았고 포브스 랭킹 유틸리티 회사 1위가 됐습니다. 저희가 예전에 동경전력 가서 조금이라도 배웠는데 이제는 역전이 됐습니다. 한전의 영광이 온 거죠.

하지만 공기업이 웬 흑자를 이렇게 많이 내냐며 사회에서 굉장히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됩니다. 급기야는 작년에 전기요금 누진제, 전기요금 폭탄 이런 말로 한전은 비난을 받았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사업도 부진했고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위기를 맞습니다.

수익도 줄어가고 그러면서도 한전은 새로운 모습을 갖춰갔습니다. “이제는 업을 바꿔보자, 에너지솔루션플랫폼으로 승부를 내보자” 하는 생각으로 전 세계에 새로운 사업모델을 선보였고 시설장비도 디지털화했습니다. 적극적으로 투자기업을 유치한 덕분에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에도 속도가 붙었고 이제는 스스로 놔둬도 될 만큼의 자생력을 갖게 됐습니다.

빅스포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아마 세계 제일의 전력신기술 엑스포가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매년 11월이 되면 전 세계가 여기 광주로 찾아와 새로운 전력기술 동향을 살펴볼거고 빅스포 행사 중에 많은 비즈니스 거래도 이뤄질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에도 맞춰 가야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만 한전이 가야 할 길입니다. 노력해야 합니다.

며칠 전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낭보를 영국과 일본이 저희에게 전달해줬습니다. 그 자체가 협상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참 잘 된 일입니다. 8년 만에 우리가 원전수출을 해냈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기술로 제압했다는 건 정말 가슴 벅찬 사건입니다. 제가 나간 후에도 이게 꼭 성사돼서 전 세계에 퍼져나갔으면 합니다. 마침 제가 나가는 시점에 좋은 소식을 들려 퇴임을 빛내준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한 걸음도 잘 못 갈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타 업종과도 경쟁해야 합니다. 오로지 우리가 가진 나침반을 들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면서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한전공대도 잘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저것 할 게 참 많습니다. 이 지역을 세계 최고의 에너지 지식산업 클러스터로 만들어가야 합니다. 앞으로는 “굳이 삼성동에 갈 필요 없다, 여기에 더 많은 정보와 인프라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우리의 꿈이죠.

저는 떠나갑니다. 아마 후임사장이 지금 그려놓은 그림 위에 꽃을 피울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 항상 긍정적 사고를 가지십시오. 자기 자신과 건강한 대화를 하십시오.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고 행복하다고 생각해야 성공을 합니다. 저의 꿈을 여러분들이 꼭 이루어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기적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업(業)의 변화를 꼭 실현해주시기 바랍니다. 해외사업은 이제 막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실제로 지난번에는 사흘 연속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발표됐습니다. 수염이 뚫고 나오려면 10여년이 걸리지만 일단 뚫고 나오면 매일매일 자란다고 합니다. 대단한 정성을 들여온 우리의 해외 사업을 이제는 하나의 KEPCO Belt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번 영국 원전사업에서 한전이 중국을 제치면서 원전수출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잘 준비해서 앞으로 있을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우리가 계속 이겨야 합니다.

또 앞으로도 한전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돼야 합니다. 에너지생태계를 관리 육성하고 KEPCO KIDS를 양성해야 합니다. 이 지역에 에너지 관련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데 이곳에서 사람을 키우고, 지역을 혁신시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한전은 이제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회사입니다. 그만큼 많은 책무가 따르고 사명감도 커졌습니다.

제가 제일 잘 한 점은 아침에도 생각해보니 “여름철 휴가 때 휴가 잘라먹은 상사는 삼대가 저주를 받을 것이다.”라고 이메일을 쓴 것입니다. 그 후로 새로운 휴가문화가 많이 정착됐죠?

제일 아쉬운 건, 뭐 그리 바쁘다고 사업소를 자주 못 갔을까 하는 점입니다. 1차사업소에도 못 가본 데가 있고 특히 2차사업소는 더 많이 못 갔습니다. 오지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스킨십도 하고 밥도 먹고 막걸리도 마셨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그동안 지구를 한 바퀴 도는 힘든 출장도 여럿 있었고 사흘 연속 야간비행도 했기 때문입니다. 또 일주일에 몇 번씩 나주와 서울을 왕복하며 일했습니다. 5년 동안 나만의 시간을 1분도 제대로 못 가진 것 같습니다.

한전이 여기에 뿌리내리도록 해주신 지역주민분들께 아주 큰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 이임식에 와 주신 광주부시장님, 전남부지사님, 나주시장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광주 명예시민이고 나주 명예시민입니다. 저를 계속 명예시민으로 대해주십시오.
그동안 많이 고단하고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했고 보람 있었습니다. 저는 떠나가고 한전의 OB가 됩니다. 앞으로 편안하게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몸 아프지 마십시오, 마음 아프지 마십시오.

옆에 동료가 웃으면 왜 웃냐고 물어 같이 웃고 혼자 우는 사람 있으면 껴안고 같이 울어주십시오. 여러분, 고맙고 너무 고맙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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