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시행착오할 시간 없다'

14일 산업자원부와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는 프레스센터에서 ‘동북아 에너지협력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는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 윤성규 자원정책심의관, 엄종식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남북대외협력팀장, 권원순 외국어대 교수, 류재훈 한겨레신문 기자. 김재두 국방연구원 박사,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박사, 류지철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이준범 석유공사 박사 등 9명이 참가해 동북아 자원확보 및 에너지 협력 확대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주제발표에는 윤성규 산자부 자원정책심의관이 ‘동북아지역 에너지자원 확보 추진방안’을, 김재두 박사(국방연구원)가 ‘국제정치 측면에서 본 동북아에너지협력의 중요성’을, 김현진 박사(삼성경제연구소)가 ‘동북아에너지협력 필요성 : 경제안보 측면에서’를 각각 발표했다.
지면관계상 김재두 박사의 ‘국제정치 측면에서 본 동북아에너지협력의 중요성’ 발표만을 요약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에너지안보가 이미 오래 전부터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나 한국의 경우는 이제 인식의 확산단계에서 제도적 뒷받침의 단계로 이행돼 가는 후발주자의 입장이다. 화석연료의 제한성으로 인해 다른 시장과는 달리 후발주자가 가지는 유리함도 찾아보기 힘든 것이 에너지시장의 특성이다. 또한 동북아에너지협력의 대상인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은 에너지안보분야, 특히 해외자원의 안정적 확보경쟁측면에서 한국과 갈등 요인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전망의 긍정적/부정적 요소를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논리로 볼 때 동북아에너지협력은 분명히 매력적이고 추진돼야 할 사안이며 안보적 관점에서도 갈등과 충돌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국방과 외교 등 국가안보 기능과 산자부를 중심으로 하는 시제경제 기능을 좁게는 동북아에너지협력의 장, 크게는 국가 에너지안보의 논의구조에서 효율적으로 융합시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면서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경제중심적 국가전략이 노골적으로 충돌하는 오늘날 국제사회의 생리를 고려할 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변화중인 세계에너지질서는 동북아에너지협력의 활성화를 고운 시각으로만 볼 것인가. 만일 미국이 국제에너지질서에서 과거에 비해 강화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당연히 냉전시대의 이념동맹에서 다소 이완된 동맹의 간극을 메우는 수단의 하나로 에너지문제를 고려할 것인바 한미동맹 역시 그 예외는 아니다. 이 순간에도 미국의 에너지안보 관련 연구기관은 아시아 에너지시장의 투명성 제고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동북아지역의 에너지협력이 몰고 올 수 있는 동맹의 변화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다.
둘째, 석유와 천연가스 부분에서 가장 느긋하게 상황을 이끌어갈 러시아의 동북아 역내 위치를 감안한다면 동북아 협력이 진전될수록 러시아의 입김이 강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미국의 향후 국제질서 구도와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많다. 이라크전쟁을 포함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는 중국과 러시아 등 유라시아 포위전략인바 아시아의 영국 역할을 요구받는 일미동맹이나 다소 변화의 가능성은 있다 할지라도 여전히 큰 비중을 가지는 한미동맹이 영향을 받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해외자원확보를 포함한 에너지안보 영역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자세 및 러시아자원에 대한 선행주자로서의 유리한 점을 고려할 때 기대하는 만큼의 실익을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넷째, 동북아에너지협력문제와 관련해 북한핵문제 해결과 연계해야 한다는 시각과 우려하는 시각이 공존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북한을 통과하는 PNG발상에 대한 우려는 이미 구소련국가에서 선례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우크라이나, 그루지아). 현실적인 문제로서 한국에서 경제논리와 안보논리의 원활한 융합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랜 기간 국가차원의 에너지안보 시스템이 정착돼 온 미국에서도 내부갈등이 새어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동북아에너지협력이건 해외자원확보를 위한 동맹정책과 외교정책의 변화문제이건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우리에게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양현석 기자 kautsky@e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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