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를 기다렸다. 대선 기간 중 선관위가 각종 종친회와 동창회 등을 금지하다시피 해 뒤로 밀렸던 송년모임이 제철을 맞았다. 대선으로 미뤄진 만큼 송년모임의 횟수와 강도는 더욱 타이트해질 것이다.

송년모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이다. 술을 잘 하는 사람이든, 못하는 사람이든 이 때 마시는 술의 양은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권하는 술을 거절하다간 인간관계의 악화를 각오해야 할 것이고….

술을 마실 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건강도 지키면서, 분위기와 인간관계도 살릴 수 있는 그런 요령 말이다. 당신의 간을 보호할 수 있는 몇가지 술자리 요령을 알아보자.


잘 마신 술은 보약이다

간이 하루에 분해할 수 있는 알코올의 양은 160∼180㎖(대략 소주 2병)로, 매일 이 정도의 양을 8년 이상 먹으면 알코올성 간경변증이 발생한다고 한다. 병으로 발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3∼40대 직장인 4명 중 1명은 술 때문에 간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음주 습관에 따라 병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적당량의 술은 사람을 명랑하게 하고 활력을 높여주며, 그밖에 인체의 조직에도 좋은 영향을 많이 준다. 술이 사람의 몸에 유익하다는 것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적당하게 마시는 술꾼이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사실이다.

‘알코올 중독 연구소’의 모리스 E. 샤베츠 박사에 따르면, 지나치지 않게 마시는 술은 수명을 연장시키고, 심장병의 여러 가지 원인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는 또 적당량을 마시는 술꾼은 술을 마시다 끊어버린 사람이나 아주 술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확률이 낮다고 한다.

그러나 과도한 술이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이다. 어떻게 하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면서도 덜 취하고 건강도 지킬 것인가?


대화를 안주로 하자

우리의 전통적인 주법에서는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기시하고 있다. 과음을 하거나 급하게 마시게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도는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

혼자서 술을 마시면 여럿이 대화를 나누며 마시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말하지 않는 만큼 잔이 자주 입으로 향하고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아울러 술에만 신경을 집중하기 때문에 술 마시는 간격도 훨씬 짧게 느껴진다.

기분이 좋을 때는 술을 혼자 마시는 법이 없지만 홧김에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홧술이란 무엇인가. 술에 의존하여 문제를 잊어버리자는 동기에서 마시는 것 아닌가. 따라서 자연히 마시는 양이 늘고 그 속도도 빨라지게 된다. 취하려고 작정하여 마시는 술이다.

즐거운 기분을 마시는 게 아니라 독을 들이키는 셈이 된다. 기분 좋게 마신 술은 덜 취한다. 술도 적게 마시게 된다. 좋은 사람과 대화를 안주 삼아 마시는 술은 확실히 그 양도 줄어들뿐더러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술 마시기 전 밥을 먹자

빈속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있다. 술을 마시기 위해 일부러 속을 비워 놓는 사람도 있다. 빈속에 채운 술이 일품이니, 속이 편하니 하는 술꾼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러나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운 위험천만한 짓이다.

빈속에 술을 얼마나 위험할까. 예를 들자면 사람에 따라서는 빈속에 위스키 석 잔만 들이켜도 급성위염이 일어날 정도다. 빈속에 마셔대는 술꾼들 때문에 우리나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장병 왕국’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술꾼들의 천적인 위염의 발생 루트를 추적해보면 위염의 3대 주범은 술, 스트레스, 약물이다. 그 중에서도 빈속에 술이 가장 치명적이다. 사람의 위는 위벽세포에서 분비되는 위산 및 펩신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위산과 펩신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오히려 이들은 위점막을 파괴하는 공격적인 인자로 작용한다. 그런데 술은 맥주처럼 낮은 도수의 술이라고 할지라도 위산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양주처럼 고농도의 술은 아예 위점막을 파괴시켜버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이처럼 알코올에 의해 위벽이 파괴되면 위산 및 펩신이 위벽 내로 침투하여 위혈관을 자극하여 위염을 일으킨다. 빈속에 술을 마시는 것이 만성화될 경우 암으로 발전할 확률은 10%나 된다.

또한 빈속에 술은 간에도 치명적이다. 속이 비어 있을 때는 알코올이 위에서 흡수돼 곧바로 간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을 마시기 전에는 꼭 적당한 정도로 위를 채워 알코올 자극으로 인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우유 한 컵이라도 마시는 것이 좋다. 위에 음식물이 있으면 소화되면서 장으로 내려가는 알코올의 양도 많아지기 때문에 간에 부담도 훨씬 적어진다.

시중 약국에서 판매하는 위장약 팩을 복용하는 것도 불가피할 경우에 써먹을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다. 이 약물이 위에 막을 씌워 알코올의 공격을 어느 정도는 막아줄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비상시의 수단으로 그쳐야지 상습적으로 하게 되면 효력이 없어지고 만다.

200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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