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길 한전 부장

◆에너지전환의 등장


지난해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 에너지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 키워드는‘에너지 전환’이다.‘에너지전환(독일어로는 Energi-wende, 에네르기벤데)’이란 용어는 독일의 생태응용연구소가 1980년에 발간한 책『에너지전환-석유와 우라늄이 없는 성장과 번영』에 처음 등장한다. 2000년대 이후 독일의 에너지전환은 에너지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즉, 공급에서 수요관리로의 방향 전환, 중앙집중식에서 분산형 전원으로의 전환, 과다 생산과 소비를 에너지 절약과 효율성 향상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좁은 의미에서 에너지 전환이란 에너지 공급의 근본적인 변화 특히, 청정에너지로 공급의 전환을 의미한다.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의존해 온 에너지 시스템을 풍력, 태양력, 지열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에 기반 한 새로운 에너지 공급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주요국의 에너지전환 정책 동향


세계의 주요 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정책은 파리기후변화 협정에 따른 온실가스의 자발적 감축 의무 이행을 위한 국가차원의 대응이며,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는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이 친환경 에너지정책을 주도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공급 규모는 크게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기존의 수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공급구조에서 기술?상업적으로 입증된 풍력과 태양광 형태로 구조가 전환되고 있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공급측면에서 脫원전, 脫석탄을 주축으로 하고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수요측면에서는 에너지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 수요를 감축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독일의 정책목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1990년 대비 80~95% 감축하는 것이 가장 큰 축이다.

영국은 청정성장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국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EU 기후?에너지정책을 준용하여 정책목표를‘안정적 에너지공급’,‘에너지 경쟁력 제고’,‘저탄소경제로의 전환’으로 설정하고 세계 경제 발전방향이 저탄소 경제체제로 이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2017년 10월 자국의 성장전략을 청정성장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세계 저탄소산업 선도국으로 입지를 구축하고자‘청정성장전략(Clean Growth Strategy)’을 채택하였다.

프랑스의 에너지정책 방향도 EU 기후?에너지정책을 준용하되, 원전 중심의 자국 에너지수급 특성이 반영된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석탄화력은 2021년까지 전면 폐쇄하고 탄소배출이 적은 원자력 발전의 경우 당초 2025년까지 전력생산의 원전비중을 현행 75%에서 50%까지 축소하려 했으나 감축시점을 연장하는 한편, 자국의 재생에너지 역할 강화를 통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전원비중을 40%까지 높이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석탄화력발전에서 천연가스발전으로 점차 에너지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2017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미국 최우선 에너지계획’을 발표하면서 ①미국 내 화석연료 개발 확대와 에너지 독립추구 ②에너지산업 관련 규제 해제 ③에너지 정책과 환경정책의 동반추진을 주된 내용으로 제시하며 전환 속도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재생에너지 분야는 연방정부의 세액공제 정책과 주정부의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정책 실시 등으로 재생에너지의 설비투자와 전원비중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중국은‘에너지발전 13.5 계획(2016~2020년)’을 통해 에너지정책 기조로 석탄의존도 감축, 청정?저탄소 에너지공급체계 구축, 에너지효율 제고 등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핵심기조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대기환경 악화 및 저급에너지 사용에 따른 과중한 석탄의존도를 감축하여 인민생활의 질적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글로벌 시장 현황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도에 전 세계적으로는 약 4,470억 달러의 신규 설비투자가 이루어졌는데 그 중 약 2,980억 달러인 66.7%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였으며, 화석연료 발전은 약 1,320억 달러로 29.5%, 원자력발전이 약 17억불로 3.8%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들의 신규설비 투자규모 중 재생에너지의 비율은 더 높은데, 신규설비 투자금액 약 1,900억 달러 중 재생에너지는 약 1,390억 달러로 73.2%, 화석연료가 430억 달러로 22.6%, 원자력은 8억 달러로 4.2%인 것으로 나타난다. 재생에너지분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뒤를 이어 미국, 일본, 인도, 독일 등이 이 분야에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정책 네트워크인 REN21(Renewable Energy Policy Network for the 21st Century)이 발간한‘Renewable 2018 Global Status Report’에 따르면 재생에너지의 발전용량은 2017년에 전 세계적으로 약 178GW가 설치되면서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전기생산량 중 26.5%가 재생에너지(16.4% 수력 포함)가 점유하고 있고 이를 에너지원별로 나누어보면 풍력 5.6%, 바이오 2.2%, 태양광 1.9%, 지열, 해양 등이 0.4%를 차지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주축인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현황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2017년 한해 신규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용량은 최소 약 98GW로서 화력, 원자력 등을 포함해 그 어느 발전원보다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대비 50% 이상의 태양광시장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을 포함한 미국, 인도, 일본과 터키 등 TOP 5 국가들이 전 세계 설치량의 약 84% 차지하고 있다.

2015년과 2016년대비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풍력발전은 2017년 한 해에만 약 52GW 설치되어, 글로벌 누적용량은 전년대비 11% 늘어난 약 539GW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현황 및 전망


 우리나라는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원전에 대한 안전강화와 석탄화력 가동을 제한하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과거 85% 이상을 유지하던 원전과 석탄화력의 연평균 이용률이 2017년에는 평균 74~76%대에 머물렀다.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라 긴 계획정비를 마친 원전 이용률은 곧 회복될 것이지만 노후(30년 이상)된 석탄발전기는 미세먼지 발생이 많은 봄철 4개월간 가동을 정지할 예정이다.

줄어드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LNG와 재생에너지가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총 발전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이고 그러기 위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규모는 약 63.8GW이다. 2016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설비규모는 약 13.3GW이며 총 발전량의 7.2%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30까지 태양광 36.5GW, 풍력 17.7GW, 바이오 3.3GW 등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는 매년 연평균 설치량 약 3.7GW로 2016년 기준 연간1.4GW 규모의 신규설비가 설치된 것을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2.3GW 규모의 시장확대가 예상된다.

특히, 태양광과 풍력발전 용량이 2016년 각각 약 4.5GW, 1.0GW인 점을 감안하면 태양광은 연평균 2.2GW, 풍력은 1.2GW의 신규설비가 증설되는 것이고 매년 평균 약 7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면한 현안들의 해결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늘어날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중 많은 부분을 한전의 6개 발전사들이 맡아야 하는데, 6사 모두 현재 RPS 의무공급비율(‘17년, 4%)는 맞추고 있으나 대부분 외부 민간발전사들로부터 REC(신재생공급인증서)를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설비의 증설을 보다 적극적으로 선도할 기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현재 2023년까지 10%로 규정되어 있는 RPS 의무비율의 상향이 필수적이다. RPS 의무비율 상향이 없다면, REC 수요가 줄어들어 REC 가격 하락에 따른 기존 신재생 발전사업의 수익성 하락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이슈 및 시사점


우리나라는 전력산업분야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원전과 석탄이라는 두 개의 에너지 축에 의존해 성장해 왔으나 이제는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발전 중심으로 에너지공급의 새로운 판이 짜여 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해외사례로 몇 가지의 이슈와 시사점을 말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가 2017년 2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중 약 97%(47.3GW)는 태양광과 풍력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은 변동성이 큰 발전원이기 때문에 기존의 전력계통과 연결되었을 때 계통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2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기술 경쟁력 향상과 전력계통 안정화 기술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선도국인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유럽대륙과 계통적으로 연계는 되어 있지만 직류(HVDC)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고립된 독립전력계통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5%를 상회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계통안정도 저하에 대비하여 1초 이내의 빠른 속도로 주파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새로운 주파수조정 보조서비스 시장(Enhanced Frequency Response)을 만들어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둘째 재생에너지분야의 뒤처진 기술력과 내수시장의 한계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태양에너지 기술수준은 최고기술국(미국)의 82.2%로 기술력의 격차는 2.6년, 풍력에너지 기술수준은 최고기술국(EU)의 72.7%로 기술력의 격차는 5.3년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우리나라는 좁은 내수시장으로 인해 국산기기의 양산화 한계와 사업 참여 기회가 적어 설계 및 관리역량 축적 등 해외진출에 필수적인 트랙레코드 확보에 한계가 있다. 2017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용량의 7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경쟁력을 강화하여 모듈의 하락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국내 시장규모를 키우고 더 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마지막으로 사업부지의 확보와 주민수용성에 대한 문제이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원전이나 화력에 비해 특성상 가동률, 이용률과 효율이 확연히 낮기 때문에 많은 부지가 필요하다. 예컨대 원전 1기에 해당하는 1G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짓기 위해서는 여의도 면적(2.9㎢)의 약 4.5배인 약 13.2㎢의 부지가 필요하다. 주변 환경을 더욱 중요시하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지역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데만도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의 수혜자인 주민들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기 위해 소통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재생에너지로 인해 좋아지는 환경의 혜택은 물론, 사업으로부터 생기는 수익까지 공유하도록 함으로서‘정부 주도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아닌‘국민 주도의 에너지전환 운동’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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