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갑상샘 항진증 치료제 ‘싸이로키티’

허가 추진 중, 내년 상반기 상품 출시예정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 네 집 중 한 집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보살피기 위한 동물의약품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내 최초로 동물용 방사성치료제를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직무대행 백원필)이 2일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와 공동 연구로 고양이 갑상샘 항진증 방사성치료제 ‘싸이로키티(thyrokitty)’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원 임재청 박사팀은 연구용원자로 ‘하나로’에서 생산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요오드(I-131)를 고양이 치료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조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고양이 갑상샘 항진증(갑상선기능항진증)도 사람의 경우와 비슷하다. 비대해진 갑상선에서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어 발병하는 질환으로 심혈관 장애를 포함해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주며 악성 종양을 동반하기도 한다. 8살 이상의 고양이에게 흔히 발생하며 10살 이상의 경우 10마리 중 한 마리 이상이 걸리는 가장 흔한 고양이 질환이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갑상샘 항진증을 약물, 수술, 식이요법으로 치료해왔다. 이는 평생 약물을 투약하거나 갑상선 제거를 위한 외과 수술이 동반돼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치료법이다.

이에 반해,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요오드 방사성치료제 ‘싸이로키티’는 1회 투여로 치료가 가능하고 부작용이 적을 뿐 아니라, 품종과 무관하게 갑상샘 항진증을 앓는 고양이 대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요오드 방사성치료제는 미국 등 반려동물 선진국에서는 1979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일반적인 치료제지만, 수입 비용이 비싼데다 국내에는 반려동물 의료체계가 성숙하지 않고 동물에게 방사성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없어 사용하지 않았다.

최근 충북대 동물의료센터가 아시아 최초로 동물용 핵의학 치료시설을 구축하면서 동물용 방사성치료제 활용이 가능해졌다. 연구원은 지난 5월 충북대 측과 동물용 의약품 공동개발 MOA를 맺고 관련 연구에 박차를 가해왔다.

임재청 박사팀은 기존 사람용 치료제를 활용, 고양이에 대한 독성과 투여경로 등을 연구했다. 요오드 방사성용액을 고양이에게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들고 의약품의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GMP※ 기준에 적합한 제조기술을 확립했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제1호 동물용 의약품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이르면 2019년 상반기에 10만원 이하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상품 출시 후에는 핵의학 치료시설을 갖춘 국내 동물병원에서 요오드 치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된다.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는 법령에 따라 품질이 보증된 우수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제조 시설의 구조, 설비를 비롯해 생산공정 전반에 걸쳐 지켜야할 요건을 규정한 기준
□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어 2016년 기준 세계 시장은 35조원, 국내 시장은 7천억원 수준이다. 특히, 가까운 중국의 경우 동물용 의약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14%에 이르고 있어 수출 전망도 밝은 편이다.

국내 시장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원자력연구원은 기존 사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과 병행하여 동물용 방사성의약품 개발에도 주목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가 기반연구시설인 연구용원자로 ‘하나로’를 바탕으로 방사성동위원소 응용기술과 수의학 기술을 융·복합한 성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를 이끈 임재청 박사는 “앞으로도 산업계의 수요를 능동적으로 반영하는 방사선 과학기술을 개발해 방사성동위원소 활용의 저변을 확대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함께한 강병택 충북대 동물의료센터장은 “싸이로키티의 허가절차가 완료되면 방사성의약품을 활용한 반려동물 치료기술 개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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