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이건웅·정희진 박사팀,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 개발

전기·전자 소재, 부품 가격경쟁력 확보 대성금속 기술이전
10배 비싼 ‘은’ 대체, 세계최초 액상합성법 통한대량 생산

올해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 관련 3개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한 이후 국내에서 소재산업 국산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우리나라 소재·부품 산업 전 방위에 활용되는 필수 소재이지만, 그동안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았던 ‘전도성 금속잉크’의 대체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금속/그래핀 입자 및 복합잉크 제조기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 원장 최규하)은 나노융합연구센터 이건웅·정희진 박사팀이 개발한 ‘금속/그래핀 입자 및 복합잉크 제조기술’을 최근 국내 업체에 기술이전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전도성 금속잉크의 주요 소재는 귀금속 계열의 은(Ag, Silver)이다. 은은 전기 전도도가 높고 산화가 잘 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가격이 매우 높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고품질 은 잉크의 경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보니 그동안 일본 수입의존도가 높았고, 이에 따라 대체 소재 발굴 및 국산화 노력이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은을 대체하기 위한 소재로 은과 유사한 전기 전도도를 가지면서도 가격은 10배나 저렴한 구리(Cu, Copper)가 있지만, 구리는 은보다 녹는점이 높고, 공기 중에 노출되면 표면에 산화막이 쉽게 형성되어 전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다. 이에 KERI 연구팀은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 및 열 전도성이 우수해 금속 소재의 산화 방지막으로 활용이 가능한 ‘그래핀’에 주목했다.

◆꿈의 나노 신소재 ‘그래핀’ 구리에 합성

KERI 개발 기술은 꿈의 나노 신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구리에 합성해 가격은 낮추면서도 뛰어난 전기 전도성을 갖는 ‘구리-그래핀 복합 잉크’다. 연구팀은 그래핀과 구리 입자의 단순한 혼합방식이 아닌, 구리 입자 표면에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고결정성의 그래핀을 용액상에서 직접 합성할 수 있는 ‘액상합성법’을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이 방법을 통해 구리/그래핀 복합 입자를 대량으로 연속 공정할 수 있고, 잉크 및 전극 제조 시 발생할 수 있는 그래핀 탈착 현상을 방지하여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구리의 산화를 막을 수 있었다.
또한 마이크론 크기의 값싼 상용 구리 입자를 사용하여 가격 경쟁력을 높였고, 구리 입자의 크기 및 형태(구형, 플레이크형, 덴드라이트형) 조절을 통해 다양한 전기 전도도를 갖는 패턴 전극을 확보할 수 있어 폭넓은 응용 분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연구팀은 분산성이 우수한 고점도 잉크를 제조하고 스크린 인쇄를 통해 해상도가 높은 패턴 막을 형성했고, 광열소성을 통해 은과 유사한 수준의 전기 전도도를 구현함으로써 상용화 가능 기술을 확보했다.

연구개발자인 이건웅 박사는 “KERI 성과는 구리 잉크의 산화에 의한 전기적 불안정성을 그래핀의 복합화를 통해 획기적으로 해결한 기술로, 전도성 잉크 소재 분야의 대일 수입의존성을 탈피하고 기술 자립화를 실현해주는 대형 성과다”고 전했다.

◆대성금속에 기술이전

KERI는 개발 기술을 금속소재 및 잉크 제조 전문기업인 대성금속(대표이사 노윤구)에 기술이전(착수기술료 5.5억원, 경상기술료 1.5% 조건)했다. 대성금속은 이미 파일럿(pilot) 규모에 해당하는 월 1t의 구리/그래핀 복합 입자 대량 생산설비를 구축했고, 2020년 1분기에는 월 10t 규모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디스플레이 및 모바일 기기의 배선전극에 해당 기술을 우선적으로 적용하여 조기 상용화를 달성하고, 추후 자동차 전장 부품 및 배터리 분야로 확장하여 관련 기술 분야를 선도한다는 목표다.
노윤구 대성금속 대표이사는 “은을 대체한 구리/그래핀 복합 소재를 사용하면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아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어 기업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KERI는 기술이전 후에도 대성금속(주)이 제품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그래핀과 광열소성이란

그래핀은 흑연의 표면층을 한 겹만 떼어낸 탄소나노소재로, 탄소원자가 벌집모양의 육각형 결정을 이루며 원자 하나의 두께를 갖는 탄소의 2차원 동소체. 구리보다 전기를 100배 이상 잘 흘리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이 빠르며,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을 잘 전달하여 다양한 전기·전자 소재로 활용이 기대되는 꿈의 신소재다.
광열소성은 대기 중에서 1/1000초의 짧은 시간에 높은 에너지를 갖는 빛을 쏘여주면 이를 흡수하여 열에너지로 전환되면서 분말 입자들이 열적 활성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덩어리로 되는 현상이다.

◆연구결과 개요

구리 잉크의 산화에 의한 전기적 불안정성을 그래핀의 복합화를 통해 해결한 기술이다. 값싼 상용 구리입자를 사용하고 양산성이 우수하며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장점이 있다. 향후 전자파차폐(EMI) 필름, 태양전지, RFID 안테나, 연성인쇄회로기판(flexible PCB) 및 웨어러블 신축전극 등의 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 배경

전도성 잉크는 수많은 전자기기의 배선 및 회로, 전극의 핵심 재료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고가의 귀금속계 계열인 은 잉크 소재를 대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구리, 니켈, 철 등의 저가 비귀금속계 계열의 잉크소재가 연구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전기 전도도가 우수한 구리가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구리 소재는 높은 소성온도와 산화특성으로 인한 전기적 안정성 저하로,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구리 입자 크기를 수십 나노미터로 줄이거나 표면에 은을 추가적으로 입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것 또한 고비용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고 전기 전도성이 우수한 나노소재인 ‘그래핀’을 구리와 복합화하는 기술을 통해 전기적으로 매우 안정한 전도성 잉크 및 전극기술을 개발하게 됐다. 

◆연구내용

이번 연구는 세계최초로 대량 연속 공정이 가능한 ‘액상합성법’을 통해 구리입자 표면에 수층의 그래핀을 직접 합성함으로써 구리-그래핀 복합체를 제조했다. 특히, 마이크론 크기의 값싼 상용 구리입자를 추가적인 전처리 없이 사용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또한 분산성이 우수한 고점도 잉크 및 직접 인쇄를 통해 패턴막을 구현하고, 대기 광열소성을 통해 고전도성 및 신뢰성이 확보된 패턴전극을 제조했다.
먼저 ▲구리-그래핀 복합소재 제조기술은 △액상합성법을 통한 대량 연속 합성기술 △그래핀 표면구조 제어기술 △구리-그래핀 복합소재 기반 전도성 잉크 분산기술 △구리-그래핀 복합소재 기반 고점도 잉크 제조기술 등이며 ▲구리-그래핀 복합소재 기반 도전성 패턴전극 제조기술은 △스크린 인쇄를 통한 패턴막 제조기술 △대기 광열소성을 통한 패턴 전극 제조기술 △고전도성 및 고신뢰성 확보기술 등이다.

◆기대효과 

고가의 은 소재 기반 전도성 잉크를 대체함으로써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며 전자파차폐 필름, 태양전지, RFID 안테나, 연성인쇄회로기판 및 웨어러블 신축전극 등의 소재로 활용 가능하다. 또 기술이전을 통한 나노소재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한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1976년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서 첫 출발한 이후 2017년 기관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획득하는 등 최고 수준의 전기전문연구기관이자 과학기술계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성장했다. 현재 경남 창원에 소재한 본원 외에 2개의 분원(안산, 의왕)이 있으며, 전체 직원수는 640여명에 달한다.
KERI는 실현 가능하면서도 대규모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연구과제를 집중 선정하여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대형 성과창출을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중심 연구분야는 전력망 및 신재생에너지,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기물리 연구 및 산업응용 기술, 나노신소재 및 배터리, 전기기술 기반 융합형 의료기기 등이다. 그동안 △765kV 초고압 전력설비 국산화 △차세대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 △원전 계측제어시스템(I&C) △한국형 배전자동화(KODAS) 기술 △펨토초 레이저 광원 기술 △고출력 EMP 보호용 핵심소자 기술 △전기차용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기술 △고압직류송전(HVDC)용 직류차단기 기술 등 공공의 이익과 관련된 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경쟁이 가능하고 업계가 주목하는 대형 원천기술들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계 기술이전을 통해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KERI는 또한 전력기기에 대한 국가공인시험인증기관이자 세계 3대 국제공인시험인증기관으로서 세계적 경쟁력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1년 ‘세계단락시험협의체(STL)’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 설비와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KERI의 시험성적서가 전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게 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업체의 해외시장 개척에 기여하고 있다. 2016년 중전기기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4000MVA 대전력설비 증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함으로써 국내 중전기기업체들의 시험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상당부분 해소했으며, 현재 보다 질 높은 시험인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통합시험운영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2025년까지는 광주, 나주지역 등으로 시험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시험인증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간다는 목표다.
KERI는 향후 신기후 체제, 4차 산업혁명 등 관련 유망 융합 분야를 발굴하고, 모든 일상에서 전기가 중심이 되는 '전기화(電氣化, electrification)'에 따른 대응환경을 구축하는 등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개발에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2018년 4월 최규하 박사가 제13대 원장으로 취임한 것으로 계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출연연구기관으로서의 공적 역할과 미래 핵심가치를 선도하는 세계 최고 전문연구기관 ‘Glocal(Global+Local) KERI’로서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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