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이사장이 빼돌렸다” 검찰진술/이병설 이사장은 혐의 사실 전면 부인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병설)이 검찰수사 중인 가운데 참고인으로 소환된 회원사의 진술 중 ‘조합이 도로공사와 계약한 수배전반 물량금액 대부분을 이사장과 이사장의 측근이 빼돌렸다’는 내용의 진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발주된 한국도로공사의 수배전반 단체수의계약 물량의 계약 금액은 단일 건으로는 드물게 87억원 정도의 큰 계약이었다. 이 계약은 일륭텔레시스 등 16개 업체에 배정됐으나, 실제 수요처에 출입해 배정을 유치한 업체는 삼풍전기 등 4개 업체뿐이었고, 나머지 12개 사는 이사장과 그 측근이 명의를 빌리기 위해 참여시킨 업체라는 것이 이들의 진술이다.

검찰은 ‘실제 영업한 4개 업체에게는 각 2억∼3억원 가량의 물량만을 배정하고, 다른 업체로부터 명의를 도용한 이병설 이사장이 약 60억원의 물량을 불법적으로 제작해 챙긴 부당 이득이 2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입수된 참고인 진술 내용은 지난해 도로공사에서 발주한 수배전반 단체수의계약 물량 배정 과정에서 일어난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 중에 나온 것이다. 이는 과거 의혹이 제기됐으나 밝혀지지 않은 사안으로 검찰 조사에서 전말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삼풍전기 박상기 사장과 W사 L대표는 “기술제안서를 일괄 접수시킬테니 이병설 이사장의 기업 직원에게 맡기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히고 “정당한 영업을 한 만큼의 배정물량을 요구했고, 물량 보장 약속을 이병설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후 전달했으나 이병설 이사장은 다시 배정건의서에 백지동의를 해달라고 연락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백지동의를 거절하면 배정을 전혀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사장의 물량 배정 보장 약속을 믿고 동의해줬고, 기술제안서를 개봉하지 말고 배정협의를 하며, 이 협의를 위한 간사에 H사장을 선출하자고 제의해 와 이 또한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배정 협의를 통해 ‘간사가 수요처를 방문해 수요처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따라 배정금액을 조정해 배정한다’고 합의했으나, H사장은 이 합의를 어기고, 수요처를 방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병설 이사장의 지시대로 배정금액을 결정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이병설 이사장의 뜻대로 배정이 이루어져 이사장과 그 측근이 부당 이익을 본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물증을 확보한 상태는 아니며, 이병설 이사장은 혐의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참고인들로부터 측근으로 지목된 L씨는 혐의사실을 인정했다가 다시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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