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신재생사업처 이준호 처장

지난 5월 정부는 2034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이른바 ‘한국형 그린뉴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RE 3020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단순히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넘어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IFC(국제금융공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약 11조 달러 이상이 투자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46%는 신재생발전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때가 되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31.4%)이 전통적 발전원인 석탄화력(30.5%)을 뛰어넘게 된다는 것이다.

2050년까지 전력다소비기업이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RE100’ 캠페인에는 이미 애플과 구글을 비롯한 242개의 글로벌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RE100’ 캠페인은 기후변화 대응을 넘어서 향후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제도와 인프라상의 문제로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굴지의 국내기업들이 하나둘씩 ‘RE100’ 캠페인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국내기업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PPA 등 관련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시점이다.

◆한전의 신재생발전 사업추진 현황

한전은 그린뉴딜·전력수급계획 등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신재생 발전 확산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민간 참여가 어려운 대규모 사업 추진을 통해 신재생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9년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5.8GW를 자체 개발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해상풍력과 태양광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해상풍력사업은 2011년 11월 정부의 ‘서남해 해상풍력’ 2.5GW 종합추진 계획 발표와 함께 정부-한전·발전사-민간회사가 개발협약을 체결하고 2012년 12월에 한전·발전자회사의 공동출자로 한국해상풍력(SPC)을 설립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후 60MW 규모의 실증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2020년 1월부터 상업운업을 개시하였고, 2단계 사업에 해당하는 400MW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 시범사업이 추진중이다.

제주에서도 해상풍력 사업이 진행중이다. 동 사업은 2011년 주민공모를 통해 대상지를 한림읍 수원리 일대로 선정한 것을 시발점으로 현재는 2023년 6월 완료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중에 있다. 546만㎡에 달하는 면적에 5.56MW 용량의 해상풍력발전기 18기가 설치되는 대형사업으로, 국내 관련산업 생태계 구축 및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아울러 8.2GW 규모 신안 해상풍력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인근주민과 어업인의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상생협약을 맺음으로써 사업진행에 가장 큰 걸림돌도 해소되었다. 신안 해상풍력사업에는 2030년까지 48.5조 원이 투입되며, 450개 사가 참여해 1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양광 분야는 학교 태양광 사업(KEPCO Solar)과 밀양 희망빛 태양광 사업이 정부의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학교 태양광 사업의 경우 올해 6월 기준으로 123개교에 대한 공사가 완료되어 운영되고 있고, 밀양 태양광은 올해 2월 25개소에 대한 공사가 모두 준공되어 현재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밀양 태양광 사업의 경우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태양광사업으로 추진되어 갈등해결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한전의 신재생사업 현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 확대를 위해서는 한전과 같은 재무적 안정성, 기술, 갈등관리 역량 등을 보유한 기업이 대용량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주도하여 전체적인 국가 신재생발전을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현재 동일 사업자에게 2종류 이상의 전기사업 겸업을 금지하게 한 전기사업법상의 규제를 과감히 풀어 민간이 참여하기 어려운 대형 신재생발전 사업만이라도 한전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목표의 달성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나 고용창출 등 다양한 파급효과 측면에서도 한전의 신재생 사업 직접참여는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첫째, 국민편익의 증대 측면에서 한전의 직접참여는 금융비용 등의 사업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어 발전원가를 낮출 수 있으며, 요금인상 요인을 흡수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한전의 계통연계 기술 등 핵심 보유기술 활용으로 투자비 절감이라는 효과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둘째, 대규모 신재생 인프라 구축을 통해 민간 생태계를 조성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민간이 주도하기 어려운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경우 연관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외 신재생 시장에 동반 진출을 위한 국내업체 역량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유틸리티들의 경우 이미 자국에서 쌓은 신재생 발전 사업경험을 토대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나, 우리의 경우 국내 레퍼런스 확보조차 어려워 해외 시장진출에 한계가 있다. 해외진출에 목마른 국내 신재생관련 소재·부품·장비업체 입장에서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지원책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셋째, 한전과 주주입장에서는 업비·투자비 절감 및 신성장 동력 확보 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어 기업가치 및 지속가능성 향상으로 주주 이익이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한전은 기존의 발전사나 민간사업자의 참여가 어려운 해상풍력, 영농형·염전형 태양광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기술기반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한정할 예정이다. 적정 참여범위는 향후 발전원별로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망 중립성 훼손 우려에 대해서도 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준비하고 있다. 신재생 계통접속 신청 관련 정보는 현재도 한전 홈페이지 내 ‘재생에너지 연계정보 공개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 중이다. 또한 송전급 재생에너지는 무제한 접속 및 계통보강을 하고 있어, 사업자 간 차등이 처음부터 발생할 수 없는 구조이다.

또한, 현재도 SPC를 통해 신재생 발전사업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굳이 직접 참여를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SPC를 통한 간접사업 방식은 한전이 직접 신재생발전 사업을 하는 방식에 비하여 시간과 비용 등 사업의 효율성이나 경제성 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구조적으로도 대규모 사업 투자를 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밖에도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인한 REC 가격 하락 우려 등 한전의 신재생발전 직접참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여러 다른 문제점 역시 한전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개진할 것이다.

◆한전의 신재생사업 미래 비전

한전은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통해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하고 에너지 전환을 선도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여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대규모 사업개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리드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신재생 개발을 위한 실행력을 제고 한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역량을 결집해 나가고 있다.

먼저 한전이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을 위해서 신재생에너지 자원 MAP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역별 시기별 체계적인 발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는 자원의 낭비와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이는 적기에 계통을 보강하고 연계하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는 부분이기에 한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향후 신재생발전 비중이 확대될 경우 발생할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도 사전에 충분히 준비가 되어야 한다. 예컨대 최근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기업 PPA와 같은 시장외 거래가 활성화 될 경우 공용망 전기품질에 대한 이슈가 발생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전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5.8GW 개발을 통해 청정에너지 확산에 기여할 예정이다. 정부목표의 약 9%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신에너지에 해당하는 연료전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는 단지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문제를 넘어서 에너지전환과 판매량 증가율 둔화라는 두 가지 도전을 한꺼번에 맞고 있는 한전의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신재생사업의 경우 소규모사업에 비해 개발비용을 줄이고 난개발을 방지하면서도 계통수용성 확대와 요금인상 억제라는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R&D 투자와 신기술 적용을 통한 수익형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발전소 건설단가를 낮추고 경제성과 접속용량 및 자원활용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관련분야 R&D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입지제약과 수용성 제고를 위한 국민참여형 비즈니스 모델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현재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계획입지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이를 활용한 대규모 영농형 태양광과 염전형 태양광의 사업을 수행하는 농업인과 염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과 수산업 공존 운영기술인 바다목장형 해상풍력 역시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을 것이다. 바다의 활용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주민 부가수익 창출을 통해 해상풍력 사업의 수용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100년 이상 우리나라의 전력산업을 이끌어 오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왔다. 이제부터는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현재 사업추진을 위한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는 과정에 있다. 또한 전문인력 양성과 신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을 제고에 힘쓰는 등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은 새로운 100년을 여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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