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엽 한수원 사업기술처 과장

산자부가 지난 2월 공고한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부지 예비신청 마감일인 지난달까지 지방자치단체장에게서 단 한 건의 신청도 접수되지 않았다. 산자부는 지난 5월 말까지 지역주민의 유치청원을 받고 주민의견 수렴 및 예비신청절차와 주민투표 및 본신청, 용지선정위원회의 심사 등을 거쳐 후보 용지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이 백지화됨에 따라 사실상 국가적 숙원사업인 원전수거물관리시설 사업 추진이 중단됐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와 사회문제 공론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까닭이다. 그러나 시스템을 이루고 있는 것이 사회 구성원 개인임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책임 또한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혹자는 정부의 홍보부족과 일처리 미흡을 그 원인으로 꼽지만 사실은 이보다는 자신의 거주지나 고향에 원전수거물시설의 유치한다면 별 검토 없이 무조건 반대하면서도 매일 원자력발전을 통해 얻어진 전기의 도움으로 정수된 물을 먹고 매일 밤 전등을 켜며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현대인라면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비단 원전수거물시설 사업 뿐 이겠는가? 사회전반에 팽배해져버린 님비(NIMBY)와 님트(NIMT)가 굵직한 국책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IMF 환란시 온 국민이 보여 주었던 위기극복을 위한 공동체 의식이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주었던 국민 대화합 정신이 승화되어 우리라는 사회를 위해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는 것 같더라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정신이 절실하다.
이것이 없다면 민주주의도 선진국도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전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